‘점핑하이 양양 오!해피점핑’ 오혜미 대표가 환한 미소로 회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수업을 이끌고 있다.
음악과 운동이 어우러진 공간. 생기 넘치는 구령 소리와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트램펄린, 이른바 ‘1인용 방방이’ 위에서 가볍게 몸을 튕기며 웃음꽃을 피우는 이들의 에너지가 마치 봄의 기운처럼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오혜미(41) 대표는 점핑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일상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하며 ‘건강한 양양’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세먼지 도피처 양양에서 새출발
오 대표는 부천에서 살며 미세먼지로 고통받던 쌍둥이 자녀의 건강을 위해 2020년 양양으로 이주했다. “아이들이 급성 폐렴으로 매년 입원했어요. 퇴원 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미세먼지를 피해 떠날 곳을 찾던 중 제주도와 양양이 후보로 올랐고, 서울과 가까운 양양을 최종 선택했다. 단 15일만 머무를 요량으로 도착한 양양의 공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약 없이도 지낼 수 있는 변화 속에서, 오 대표는 이곳이 자신과 아이들에게 꼭 맞는 공간이라고 느껴 정착하게 됐다.
긍정적인 성격의 그녀이지만, 양양에 처음 정착했을 당시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외로움과 단절의 시간을 겪으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달래던 습관은 오히려 건강을 해쳤고,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됐다.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남대천과 모노골을 산책하며 조금씩 몸과 마음을 회복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학습관에서 점핑 운동을 접하며 매료된 그녀는 생활체육지도사 2급과 보디빌더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점핑하이’ 회원들이 다채로운 조명과 경쾌한 음악 속에서 트램펄린을 힘차게 뛰고 있다.
멈출 수 없는 ‘점핑 열정’, 개업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시간만 해도 엄청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운동은 재미있어야 오래 할 수 있잖아요.” 점핑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됐고, 그녀는 자격증 취득을 넘어 강사 자격에 도전하게 됐다. 생활비가 빠듯해도 점핑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수업료를 마련했고, 그녀의 열정에 감동한 지인들은 양양에 개업하여 점핑 운동을 전파하라고 권유했다. 남편의 따뜻한 응원과 든든한 지지를 바탕으로 마침내 ‘점핑하이 양양 오!해피점핑’이 문을 열 수 있었다.
누워 지내지 않는, ‘오래 걷는 삶’ 도와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어 홍보를 못했고, 혼자 트램펄린을 뛰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점차 한두 명이 찾아와 체험하더니 입소문이 퍼지며 수강생이 늘었고, 현재는 아침반 기준 20여 명이 꾸준히 찾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오 대표는 점핑이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바른 자세, 체형 교정, 통증 완화, 심폐지구력 향상 등 전신 건강에 효과적인 운동이라는 것이다. “1년간 10kg 이상 감량한 분도 있고, 혈압이나 디스크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오 대표는 ‘오래 걷는 삶’을 강조한다. “늙어서 누워 지내는 삶이 아니라, 일상에서 잘 걷고 오래 걷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현재 그녀는 방송통신대 스포츠지도학과에서 해부학부터 운동이론까지 전문적인 공부를 병행하고 있으며, 개인 맞춤 운동 처방을 위한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 수업 중에는 끊임없는 수신호로 회원들의 자세를 교정하며 부상 방지에 힘쓰고 있다.
‘점핑’으로 웃으면서 건강해지는 양양
“도시에는 회색 하늘뿐이었는데, 양양에는 푸른 하늘과 산,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요.” 양양에서 자연과 사람 모두에 매료된 그녀는 양양의 민간 홍보대사다. 센터를 찾는 이주민들에게 양양을 알리고, 정착까지 돕고 있다.
오는 5월 24일에는 양양문화재단 생활예술 지원사업 ‘별빛유랑단’ 공연에 참여한다. 트램펄린 퍼포먼스와 양양 출신 가수 강석과의 협업으로 라이브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운동은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해줘요. 점핑은 힘들지만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회원님들과 함께 건강해지고, 양양이 더 활기찬 도시가 되도록 계속 뛰겠습니다.”
오혜미 대표에게 점핑은 양양에서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건강한 공동체를 일구는 방법이며,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여정이다. 그녀의 발끝이 닿는 곳마다 건강한 에너지와 따뜻한 정이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홍기성 기자 cogsh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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