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영(43) 대표의 공간에 들어서자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느 자유로운 청년답게 공간 곳곳에는 감각적으로 배치된 소품들이 눈길을 끌었고, 스킴보드들이 거치대에 정리되어 있었다. 기자와의 대화를 위해 정성스럽게 의자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에서 배려심 깊은 성격이 엿보였다.
양양은 최근 몇 년 사이 서핑 명소로 떠오르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 변화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스킴보드 전문 브랜드 ‘스킴밐스’를 운영하는 이규영 대표는 양양의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킴보드로 양양에서 문화적 도전
이 대표는 2023년 스킴보드 샵을 오픈했다. 스킴보드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스포츠로, 기존의 서핑보드보다 반 정도 짧은 보드를 타는 종목이다. 전국적으로 부산 외에는 전문 스킴보드 샵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양양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희소성에 힘입어 매출도 잘 나왔죠. 하지만 작년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홍보 부족도 있었지만, 양양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영향을 끼쳤죠. 서핑샵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걸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이규영 대표가 동호해변에서 밀려드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스킴보드를 타고 있다. ⓒ사진협조 나윤호 글라시 스튜디오 인스타 studio.glassy
양양에 남다른 애정으로 위기 극복
대화 내내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던 이 대표의 얼굴에서 잠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만큼 운영 현실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어요. 최근 붉어진 인구해변 문제로 관광객이 줄면서 지역 경제가 침체되었고, 스킴보드처럼 아직 생소한 스포츠는 더욱 타격이 컸죠. 특히 서핑처럼 단체 강습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도 위기감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긍정적으로 살아온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위기가 닥쳤을 때 늘 그랬듯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특히 아내도 전적으로 동의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죠.”
그는 양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양양에는 아늑함이 있습니다. 대청봉 능선에서 읍내를 지나 어성전과 월리, 그리고 남대천 상류길까지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곳이 앞으로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위기 속에서도 양양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말 행사부터 동아리 발표회, 워크숍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양양을 문화적으로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문학 기획 행사도 준비 중입니다.”
스킴보드를 들고 환하게 웃는 이규영 대표. 기존 서핑보드보다 짧다.
지역 활성화 위한 다양한 시도
이 대표는 스킴보드 운영뿐만 아니라 환경과 재활용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양양군과 함께 ‘내가 그린(Green) 양양’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접목한 활동들을 통해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양양 동호해변을 젊은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플리마켓을 열거나 새활용 센터를 비롯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이규영 대표의 공간, 과거엔 이곳이 식당이었지만 그가 인수한 후 개인적인 창작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함께 성장하는 상생 프로젝트 계획
그는 양양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귀촌하는 분들 중에는 ‘양양에는 일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성 일들이 많고, 서로 힘을 합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어요.” 실제로 이 대표는 신혼여행으로 동해안을 찾았다가 양양에 정착했다. “2020년 집을 먼저 사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민박도 운영했어요. 이후 스킴보드 샵을 열었고, 문화 프로젝트까지 확장하게 됐죠.”
이 대표는 앞으로도 지역과 상생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개인적인 이득을 보는 것보다,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힘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양양을 보다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양양에서 자신이 가진 철학과 문화를 융합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규영 대표. 그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기대가 된다.
홍기성 기자 cogsh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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