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귀환 후 속초시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3신진호 선원들 (1976.10.19. 오픈아카이브 경향신문사 제공 사진)
오는 5월로 조사활동을 종료하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결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 동안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12건 294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중 납북귀환사건 진실규명은 직권조사 2건을 포함해 총 8건에 어선 24척 275명, 납북귀환어부 관련 간첩조작사건 진실규명은 4건 19명이다.
2기 진실화해위는 지금까지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신청건수 251건 중 237건, 직권조사 10건 중 9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규명 대상자는 총 973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동해안 납북귀환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진실화해위에서 결정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은 △무진호, 삼창호 등 1972.9.15. 속초항 귀환 4척 93명(2024.12.3.) △제21동림호(경북) 10명(2025.1.21.) △동해호(속초) 6명(2025.2.18.) △제1·제2 부성호(경북) 17명(2025.3.18.) △고성 영신호, 용흥호 14명(2025.3.18.) △해룡호(거진) 5명(2025.3.25.) △만복호(거진) 등 1968.10.31.~11. 1. 귀환 12척 107명(2025.3.25.) △제3신진호(대진) 23명(2025.3.25.)이다. 같은 기간 납북귀환어부 관련 간첩조작사건 진실규명은 △고성 대진 김O규 반공법 위반사건(2024.12.17.) △고성 거진 김○달 반공법위반사건(2025.1.21.) △속초 납북귀환어부 등 16명 국가보안법 위반사건(2025.3.18.) △속초 납북귀환어부 김○수 반공법 위반사건(2025.3.25.)이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동해안 마지막 납북귀환사건으로 1982년 9월 29일 귀환한 마산호(속초) 납북귀환어부 35명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진호·삼창호 등 4척 93명 납북귀환사건(직권조사)
지난해 12월 3일 열린 진실화해위 제92차 위원회는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9)- 무진호 등 1972.9.15. 귀환’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1972년 8월 27일에서 28일 중 납북되었던 무진호 등 선박 4척의 선원 93명이 같은 해 9월 15일 속초항으로 귀환 후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 불법 수사를 받고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1972년 8월 납북된 속초 무진호(23명)와 삼창호(26명), 주문진 대양호(19명), 포항의 해성호(25명) 선원 93명은 서울에서 제2차 남북적십자회담 본회담이 열리던 9월 15일 속초항으로 전원 귀환했다. 귀환어부들은 즉시 강릉으로 옮겨져 강릉 구 법원청사 법정에 수용되어 인근 삼흥여관에서 합동심문을 받았다. 합동심문 후 무진호, 삼창호 선원들은 속초경찰서로, 대양호 선원들은 강릉경찰서로, 해성호 선원들은 포항경찰서로 인계되어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삼창호 3명, 무진호 3명, 대양호 2명은 구속 기소되었고, 다른 선원들은 석방되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8명의 어부들은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1년~1년6월 등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무진호 선원 이○휘는 기소유예로 석방되었으나 6개월 후에 반공법 탈출 및 고무찬양 등 혐의로 다시 구속 기소되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포항 해성호는 11명이 구속되었고, 1명만 빼고 24명 선원 모두 기소되어 징역 1년6월~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귀환어부들은 귀환일인 9월 15일부터 일부 선원에게 구속영장이 집행된 9월 21일에서 9월 24일까지 영장도 없이 불법 구금되어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어부들과 가족들은 형사처벌 이후에도 수사기관의 감시와 사찰을 당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하였음을 확인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진실규명결정에 앞서 삼창호 선원 고 김달수씨와 무진호 선장 고 손용구씨는 2023년 1월 1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포항 해성호 선원 김두일씨 등 10명은 2024년 10월 30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진실규명결정 후인 2025년 1월 14일 주문진 대양호 기관장 이덕천씨가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해호 6명 납북귀환사건
1971년 10월 10일 동해어로저지선 근처에서 복어잡이를 하다 북한 경비정에 납북된 속초항 소속 동해호 6명은 7개월간 억류되었다가 1971년 5월 31일 거진항으로 귀환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월 18일 열린 제98차 위원회에서 ‘동해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동해호 선원 6명이 귀환 직후부터 구속영장이 집행되기 전까지 9일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해군방첩대와 관할경찰서에서 가혹행위 등 불법 수사를 받은 후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으며, 선원과 가족들이 장기간에 걸쳐 불법적으로 감시와 사찰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영신호·용흥호 14명 납북귀환사건
1961년 4월 7일 해상분계선 남방 1마일 지점인 고성 대진리 앞 해상에서 어로 중인 우리 어선 6척과 선원 43명이 불법남침한 북한 경비정 8척에 의해 강제 납치되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과 40분 동안 교전을 벌였으며, 우리 어선 3척을 포격해 불타게 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3월 18일 열린 제101차 위원회에서 1961년 4월 22일 귀환한 영신호 및 용흥호 선원 14명이 귀환 직후 최소한 6일 이상 영장없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으며, 이후 선원과 가족들이 장기간에 걸쳐 기관의 감시와 사찰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해룡호 5명 납북귀환사건
언론보도에 따르면, 1957년 11월 9일 고성군 현내면 저진 앞 해상 20마일 지점에서 거진 선적 해룡호 등 어선 8척 47명이 북한 경비정에 강제 납치되었다가 1957년 11월 23일 어선 8척과 45명이 귀환했다. 이 납북사건은 동해안에서 발생한 최초의 대규모 어선 납북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3월 25일 제102차 위원회에서 해룡호 선원 5명이 귀환 직후 5~6일간 영장 없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으며, 이후 선원과 가족들이 장기간에 걸쳐 기관의 감시와 사찰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만복호 등 12척 107명 납북귀환사건(직권조사)
남북의 긴장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1968년 4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납북되었던 만복호(거진) 등 어선 12척과 107명의 선원은 북에 수개월 동안 억류되었다가 1968년 10월 31일~11월 1일 이틀 동안 동해안 항구로 귀환했다. 진실화해위는 3월 25일 제102차 위원회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10) - 만복호 등 1968.10,.31~11.1. 동해 귀환’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대상자인 선원 107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어부들이 귀환 직후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 불법수사를 받고 기소되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후에도 간첩 지령을 받고 귀화했다는 의혹 속에 장기간 사법기관으로부터 감시와 사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으로 피해자와 가족 역시 감시 대상이 되어 취업과 거주이전 등 일상 생활에 제한을 받은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는 두 번째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심한 고문 및 가혹행위를 받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만복호 선원 김○성(아야진)도 포함되어 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2월 고문과 가혹행위 후유증에 대해 납북피해자 보상금과 의료지원금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했다. 그로부터 16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게 되었다.
납북귀환어부 속초 김○수 반공법 위반사건
16세 어린 나이에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군에 입대해 복무 중에 다시 간첩으로 몰려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속초 출신 김○수씨가 수십 년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3월 25일 제102차 위원회에서 ‘납북귀환어부 김○수 반공법 위반 등 인권침해사건’을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김씨가 귀환 후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수사기관으로부터 사찰대상으로 편입되었은데, 군에 입대한 후에도 사찰카드가 군부대에 이첩돼 보안부대로부터 내사와 조사를 여러 차례 받던 중 1976년 찬양고무, 탈출(월북시도) 등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영장 없이 37여 일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진술을 강요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김씨와 가족은 형사처벌 이후에도 수사정보기관의 지속적인 감시와 사찰을 받았으며, 보안처분대상자로 주거 제한을 받는 인권침해를 당해 생계와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등 장기간 피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속초 청호동 출신 김○수씨는 지난 2008년 3월 19일 속초문화회관에서 열린 납북피해자 보상 설명회장에 참석한 적이 있으며, 이후 같이 납북귀환한 승해호 선원들과 주변 지인들도 김씨가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다고 이야기했다. KBS춘천방송총국이 제작해 2022년 12월 방송한 납북귀환어부 다큐 ‘해무’에서도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뤘다.
제3신진호(대진) 23명 납북귀환사건
제3신진호는 1976년 8월 30일 동해상에서 오징어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던 중 기관 고장과 짙은 안개로 항로를 잃은 상황에서 북한 쾌속정에 의해 납북되어 40여일 후인 1976년 10월 14일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3월 25일 제102차 위원회에서 ‘제3신진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불법 수사 및 지속적인 사찰에 따른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신진호 선원 23명이 귀환 후 합동심문반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와 허위자백 강요 등 불법 수사를 받았으며, 전원 형사처벌 없이 귀가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감시와 사찰로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결정을 통해 국가가 구속영장 없이 불법구금한 점, 수사과정에서 고문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 반공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게 한 점, 장기간의 사찰과 감시 등으로 인권을 침해한 점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명예와 피해 회복을 위한 재심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진실규명 결정 이후 국가기관이 나서서 해당 조치를 취한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진실규명결정을 통보받은 피해자가 자력으로 재심청구와 손해배상청구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