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한해에 39척의 어선과 339명의 어부가 납북되었다. 당시 북한의 노골적인 도발에 우리나라는 해상 국방력이 취약해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다. 언론에서는 거듭되는 어선 납북사태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압박으로 정부당국이 내놓은 방침은 납북귀환어부 강경처벌이었다. 첫 대상은 1967년 12월 25일과 26일 양일간 동해안으로 귀환한 어부들이었다.
납북사태를 막기 위해 납북귀환어부들을 엄중 처벌하겠다는 정부당국의 발표에 따라 당시 언론은 1967년 12월 26일 돌아온 어부들의 신병처리에 주목했다. 1967년 12월 28일자 <동아일보>에서는 “12월 26일 밤에 귀환한 납북어부들을 전원 입건 조사 중인 고성경찰서는 28일 오전 10시 현재까지도 귀가시키지 않고 계속 조사를 하고 있다”며,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이들 귀환어부들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할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같은 신문 다른 기사에서는 “27일 대검 오탁근 검사가 … 앞으로 어로저지선을 넘는 어선의 선장이나 책임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입건 기소하겠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반공법 탈출죄 처음 유죄로 인정
968년 1월 9일자 <동아일보>는 85명의 귀환어부 중 45명을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반공법, 형법, 수산업법, 개항질서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했는데, 귀환어부를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구속된 어부들은 어선의 선장이나 기관장 등 책임자이거나 두 번 이상 납북된 어부들이다. 신문에서는 “귀환어부들에 대해 경중을 가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등을 적용한 것으로 앞으로 계속 구속하는 강경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어로저지선 부근에서 조업하는 어부들에게 경종을 울리겠다”고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음날인 1월 10일자 <경향신문>에서는 대검의 강경방침으로 묵호 정진호 등 3척의 어부 27명, 속초·고성의 정성호 등 9척의 어부 20명, 경북 부성1호 선원 2명까지 모두 49명의 어부들이 구속되었다고 보도했다. 구속을 면한 어부들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에 회부되었다.
4월 10일 속초지원 1심 판결에서는 선장과 기관장 등은 징역 6~8월, 일반선원들은 징역 6~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968년 4월 11일 <동아일보>에서는 “재판부는 ‘납북어부들의 월경은 인정하나 이북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납북어부들이 북괴가 지시한 간첩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판시,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의 부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969년 8월 22일 춘천지방법원은 항소심 공판에서 납북귀환어부사건으로는 처음으로 반공법 탈출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때부터 모든 납북귀환어부들은 반공법 탈출죄 위반 죄목이 덧씌워졌다. 납북귀환어부는 자진해서 어로저지선 또는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업을 하다 북에 납치되어, 북의 지령을 받고 돌아와 체제를 위협하는 활동을 하는 ‘간첩’이라는 것이다.
다만 11월 19일 상고심 판결에서 대법원은 검찰의 국가보안법 고무찬양죄와 금품수수죄 위반에 대해 “피고인들의 생명에 예측할 수 없는 위해가 올지도 모르는 사정 아래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강요된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북한 쾌속정이 총격까지 가하며 납치”
과연 당시 반공법 탈출죄 위반으로 처벌받은 어부들은 경찰, 검찰과 법원의 판단대로 어로저지선과 해상분계선을 넘어가 조업함으로써 납북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했는가?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 보고서에서 납북 당일 212방첩대가 작성한 해상상황 관측보고와 피해자와 가족 진술에 근거해 “당시 납북귀환어부들이 자의로 군사분계선을 월선하여 납북되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1967년 11월 3일 212방첩대의 해상상황 관측보고 제1보에는 “북한 군함이 아군 어선을 감시하고 있고, 어선 20여척이 북상 조업을 하고 있었으나 11시 45분 현재 짙은 농우로 인하여 관측이 불능하다”고 했다. 다시 제2보에서는 “괴뢰 쾌속정 4척이 출현하여 조업 중인 어제호 외 3척을 포위하고 북쪽 방향으로 가라는 신호를 하고, 마침 주위 50여척의 어선들 남하 도주로를 봉쇄 차단하자 … 괴뢰함정 1척이 출현하여 … 이리저리 피하면서 남하 도주하는 선박에 위협사격을 가하여 그중 1발이 상기 선장 장상봉의 우측 상반부를 관통하였으나 …”라고 했다.
방첩대의 관측보고에는 우리 어선이 어로저지선이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내용은 없으며, 오히려 당시 언론보도와 같이 북한 쾌속정이 출현해 우리 어선에 총격까지 가하며 납치를 해갔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다.
순광호 선장 장득필은 2012년경 작성한 탄원서에서 “1967년 11월 3일 어로한계선 인근에서 명태잡이를 하고 있는데, 북한 경비정이 저희 배를 비롯해 모두 14척의 어선을 토끼몰이 하듯 잡아갔다”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여름 기자는 고인이 된 장득필씨로부터 순광호 납북 상황을 자세히 들었다.
1967년 11월 3일 나는 순광호 선장으로 선원 7명과 함께 명태잡이를 나갔다가 다른 배들과 같이 대진 초도 섬 앞 어로한계선 인근에서 납북되었다. 이북 11함대가 우리 배에 다가와서는 도망가는 우리배에 갈고리줄을 던져 걸었다. 11함대를 뒤따라온 쾌속정에서 인민군 3명이 우리 배에 건너 타고, 11함대와 쾌속정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배에 올라온 인민군은 선장실로 와서 권총을 들이대고 북으로 가라고 협박했다. 그때 선원들은 선실에 숨어 있었다.
북한 쾌속정에 둘러싸여 마차진리 위까지 끌려갔다가 싸워서 다시 대진 앞바다까지 내려왔다. 내가 권총을 빼앗아 내던지고 격투가 붙기도 했다. 납치 당시 우리 어선들은 육상에 바짝 붙었는데도 우리나라 함대도 해안경비도 없었다. 같은 날 14척이 잡혀갔다. 이렇게 쌈질을 하다가 저녁 6시경이 되어 마지막으로 북한 항구로 끌려 들어갔다. … 그날 다른 배 선원 한 명은 납치 과정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장례를 치르고 북한 남해진 길가 옆에 묻어 주었다. … (순광호 선장 고 장득필씨 구술 내용 중)
한밤중에도 경찰들이 집주변 감시
형사처벌을 받은 어부들은 1990년대 초반까지 군 보안대와 경찰 등 사찰기관으로부터 불법 사찰과 감시를 받아왔다. 이런 기록은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군보안사령부로부터 제공받은 납북귀환어부 평가자료서에서 확인된다.
1967년 12월 26일 귀환한 어부 25명 중 다수는 “납북기간이 6개월 미만이며 별도의 특수지령이 없고 정부시책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고 해서 위해도 병급 또는 C급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인호 선원 김갑석은 C급임에도 불구하고 1984년 신고없이 집을 나가자 보안대에서는 대공 혐의를 갖고 김씨의 가출 원인을 분석하고 연고자와 행선지를 탐문하는 등 집중시찰을 벌이기도 했다. 순광호 선원 고광엽씨는 납북되었을 때 월북 종용의 지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1969년 3월 군에 입대해 훈련소 수료 후 후방 37예비사단(제2훈)으로 전출되었다는 내용이 보안대 기록에 남아있다. 진실규명 대상자 중 유일하게 A급을 받은 순광호 선원 안성준씨는 납북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북에 억류되었을 때 기관의 약도와 군이 배치사항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위해성이 높아 1981년 A급으로 분류되었다. 안 씨는 특이동향이 없다는 이유로 1984년에는 B급, 1986년에는 C급으로 격하되었다.
귀환어부와 가족들은 법적 처벌 이외에도 불법적인 일상 감시와 사찰에 시달렸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진실규명을 받은 25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순광호 선원 김창옥은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서 “결혼 후 집사람이 가정부로 일했던 서울 집주인을 우리 집에 들렀다는 이유만으로 거진지소에서 데려다가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순광호 장득필의 아들 장○○은 “어머니께서 저녁에 화장실을 가려고 나갔는데, 담장 밖으로 감시원 2명이 있는 것을 직접 보았다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용명호 선장 이현중의 부인 임○○는 “명태잡이를 갔다 오면 집에서 도구를 새벽까지 손질을 해야 하는데, 경찰이 담장 너머로 감시를 하곤 하니깐 어느날 새벽 1~2시쯤 경찰들에게 욕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제2거성호 선장 함창식의 딸 함○○는 “동네 사람들이 북에서 무슨 일을 한 것이 아니냐며 의심을 하기도 했다. 당시 집 사랑채를 세줬는데, 세입자가 간첩이라며 정보과 형사가 찾아와 난리를 쳤던 일이 있는데, 그 일 이후 감시하러 사람들이 자주 왔었다”라고 진술했다.
귀환어부와 가족들은 진학과 취업, 시험에서 연좌제와 신원조회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순광호 기관장 김명원의 딸 김○○은 “딸이 육군 장교로 들어가려고 시험에 붙었는데 신원조회에서 떨어져서 딸이 알아보니 외갓집 포함 3명이 북한에 갔다 온 것으로 돼 있어 떨어진 거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진술했다. 용명호 선장 이현중의 부인 임○○는 “큰아들이 88올림픽 때 군대에 갔는데 부대에서 갑자기 밤에 불러내더니 아버지 얘기하면서 공수부대로 보냈고, 졸업 후에도 좋은 회사에 원서를 내도 아버지 일 때문에 취직이 안 된다고 말했다”라고 진술했다. 용명호 선원 김석근의 아들 김○○는 “고모 큰 아들이 육군사관학교 시험에 합격했는데 신원조회에서 삼촌이 북한에 다녀왔다는 기록 때문에 불합격 처리되어 아버지한테 억울하다고 전화했으며, 이 일로 지금도 고모하고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 진술했다.
제2거성호 함창식의 딸 함○○는 “저와 동생들 모두 공부를 잘했으나 신원조회를 통과하지 못해 직장을 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저는 교사 되는 것을 포기하고 보험사에 입사했으나 두 달 만에 신원조회에 걸려 그만두게 되었으며, 사금융에 취직하여 경리 일도 했지만 회사가 도산하여 일을 할 수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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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12월 26일 귀환어부 25명 인권탄압 보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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