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화해위원회 1972.9.7 납북귀환어부 인권탄압 보고서에 나오는 납북귀환어부카드 기록내용을 분석해 집계함.
1972년 9월 7일 귀환한 어선 중에 북한 억류기간이 승운호는 403일로 가장 길고, 명성3호는 319일로 가장 짧다. 대체로 1년 내외로 북에 장기간 억류된 160명 선원은 공안당국으로부터 ‘6개월 이상 장기억류자’로 위해성이 높다는 이유로 요시찰 A급이나 B급으로 분류되었다. 이 때 귀환한 선원들은 반공법 찬양고무죄, 국가보안법 금품수수죄까지 유죄로 인정되는 바람에 형사처벌이 끝난 후에도 다른 때 귀환한 어부들보다 더 심한 감시와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다수 어부 요시찰 A급·B급으로 감시
1981년 12월 국가안전기획부가 작성한 ‘납북귀환어부 현 실태조사 및 사후관리대책 개선보고’에 따르면, 납북귀환어부에 대해 A급은 월 2회, B급은 월 1회 소재지 및 동향파악을, C급의 경우 정보망을 심어 간접동향을 수집하도록 하고, 귀가 후에는 연 1회 특별소집 및 반공교육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귀환어부들은 1970년대에는 요시찰 갑, 을, 병으로 분류되어 감시를 당했고,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심한 감시와 탄압을 받았다. 납북귀환어부카드 기록내용을 분석하면, 1981년을 기준으로 160명 납북귀환어부 중에 요시찰 대상으로 66명이 A급, 39명이 B급으로 기록되어 있다. 보고서에 C급 대상은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아 집계를 하지 않았다. 보호관찰 대상 어부들도 7명에 이른다. 납북사건으로 징역 2년 자격정지 3년의 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탁성호 선장 곽○○은 1979년 보호관찰 결정을 받은 후 모두 4차례 보호관찰 기간이 연장 갱신되어, 10년이 지난 1989년 8월이 되어서야 보안관찰에서 해제되었다. 공안당국이 귀환어부들을 무슨 사유로 대공용의자 간첩으로 낙인을 찍고 요시찰대상으로 삼았는지 납북귀환어부카드 기록에 나와 있다. 요시찰 A급인 승운호 선원 이○○의 기록에는 “(의견) A급(1981) 본명은 13개월 동안 북한에서 장기억류 중 공산주의 세뇌교육을 수하고 귀향 후 전출입이 빈번한 자로 접선할 가능성이 농후함으로 A급으로 의결함이 가하다고 사료됩니다.”라고 나온다. 이○○에 대해 유급망원을 14번이나 활용해 감시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또 다른 요시찰 A급 승운호 선원 이○○의 기록에는 “(의견) A급(1981) 장기억류 되었다가 귀환 후 북괴를 찬양고무하여 실형선고를 받고 각지를 전전하면서 선원으로 종사하는 자로 위해성이 농후하므로 A급으로 분류함이 가함”이라고 나온다.
공안당국은 1972년 9월 7일 돌아온 어부들은 6개월 이상 장기간 북에 억류되어 세뇌교육을 당했기에 위해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공안당국은 납북귀환어부가 본인이 원치 않은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무시하고, 북한체제를 접하면 무조건 세뇌가 되어 간첩으로 활동이 된다고 간주하고 통제와 탄압 대상으로 낙인을 찍었다.
사찰기록으로 본 납북귀환어부 고통
공안당국은 피해자의 대공상 특이언동 사항을 적발하려고 시찰했다고 하지만, 이는 개인의 사생활 전반을 모두 다 감시하는 반인권적인 불법행위였다. 피해자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과 친지, 접촉인물도 모두 감시와 사찰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아는 피해자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봐 일체 만남과 연락도 하지 않고 고립된 삶을 살기도 했다.
사찰당국은 피해자가 어떤 모임에서 누구를 만나 무슨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파악했다. 다른 납북귀환어부나 미귀환어부 가족을 만나면 더 집중적으로 사찰했다. 사찰 대상자의 시국 또는 대정부 발언도 감시하고 기록했다. 피해자와 접촉하는 가족들의 동향은 물론이고 대학생 아들·딸이 있으면 학생 운동권 활동 여부, 군 복무 중인 아들의 동향까지도 내사했다.
공안당국은 불법사찰과 연좌제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의 발언 내용도 모두 적발해 상부에 보고했다. 공안당국의 사찰 기록에는 불법적으로 수집한 피해자의 발언과 행동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기록에는 불법 사찰과 통제, 신원조회 등으로 납북귀환어부들이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여과 없이 드러난다.
- 승해호 김○○ ▲1982. 3. 5. 납북되어 험한 일을 당했다며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다고 언동함. - 고흥호 손○○ ▲1986.10.20 본명은 착실히 살려고 하는데, 경찰에서 회사를 상대로 수시로 확인 및 동향에 대해 문의하므로 상사로부터 취업 전 사고를 낸 사실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받고 화가 나서 술을 마셨다 함. ▲1987. 5. 25. 본명은 경찰의 공개적인 사찰 활동에 대해 심한 노이로제 현상을 느끼고 있음. ▲1990. 5. 24. 2남 손○○는 대 경영학과 4년에 진학하여 학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운동권 학생과의 연계 사실 발견된 바 없음.
- 고흥호 오○○ ▲1982. 12. 27, 인근 주민에 의하면 경찰관의 시찰 활동을 감지하고 불만을 품고 있으며, 직접 문의하지 않고 타인에게 소문이 나서 창피하다고 번번이 이사 간다고 함. 장남 오○○은 제1군단 방위병인 바 동향을 내사 중임. ▲1983. 4. 30. 본명은 과거 경찰관이 와서 여행지, 접촉자, 대화내용 등을 조사한 사실이 있다고 하면서 의심받기 싫어 고향에도 안 간다고 하면서 행동을 조심 중이며, 출타사실 불발견. 경찰의 동향 시찰을 의식하고 계, 친목회 등 일체의 조직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언동을 하였다 함. ▲1983. 12. 27. 전 주소지 거주지 경찰관이 주민에게 본명 동향을 탐문하고 가는 것을 목격하자 화가 나서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지 왜 소문을 내느냐”며, 본인은 “고깃배를 탈 때 이북에 납치되어 갔다 왔다. 어쩔테냐”고 흥분하여 과격한 언동을 하여 경고를 받은 후로 언행에 조심을 하고 있음.
- 고흥호 서○○ ▲1982. 2. 17. 본명 언동으로 국내에서는 불황으로 목공 생활로는 생활이 어려워 사우디에라도 취업을 가려고 했으나 본명의 신원관계로 나갈 수가 없게 되자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내포하고 있는 자임. ▲1984. 9. 3. 이북에 관한 언동은 일체 없으나 본명의 처는 가옥주 문○○씨의 부인과 대화에서 남편이 옛날에 고기잡이를 하다가 풍랑으로 이북에 갔다 왔는데 그 때문에 해외 취업이 안된다. 앞으로 애들한테까지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언동하였다 함.
- 대복호 박○○ ▲1982. 3. 5. 본명은 납북귀환 사실과 관련 경찰 등 수사기관의 시찰활동에 대해 불만을 포지코 있는 자로 불순언동 사항은 발견치 못하였으나 자신을 비관하고 있는 실정임.
- 대복호 조○○ ▲1984. 1. 27. 본명은 자기 직업에 불만을 포지하고 있는 자로, 용접기사 자격증까지 소유하고 있으나 취업이 어려워 할 수 없이 배를 타게 되었다고 수시 언동함. 강릉경찰서와 주문진서에 출두하는 관계로 어부생활마저 마음놓고 할 수 없다며, 북에 피납된 것이 생에 한이 맺힌다고 언동함. ▲1984. 5. 25. 5월 17일 동료선원 3~4명과 인근 선술집에서 음주시 본인은 납북귀환된 지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정보형사들이 나를 찾아온다면서 지금까지 감시를 받아야 하느냐며 불평을 한 바 있음. 얼마전 동생 조○○에게도 정보기관에서 다녀갔는데, 아마 본인 때문일 거라고 언동함. ▲1985. 3. 18. 본명은 서해화력발전소 기능공으로 해외 기능공으로 가게 되었으나 신원조회에 불합격되어 해외 취업이 무산된 사실이 있는 바, 음주시마다 연좌제도 폐지되었고 본인은 가고 싶어간 게 아니라 강제로 끌려갔는데 왜 신원불합격이냐 등 언동을 함.
- 명성3호 이○○ ▲1982. 3. 5. 본명의 처 문○○는 경찰관들이 수시 방문하여 괴로워죽겠다고 언동을 함.
- 명성3호 현○○ ▲1987. 7. 30. 6월 30일 인근 상점 주인과 대화시 자신이 17년간 대공업무에 종사하였지만 납북경력으로 인해 주거제한을 받는 등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함. ▲1989. 6. 23. 4월 6일 처 박○○이 납북사실로 신원조사 관계시 처가 식구들에게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고 있음.
- 승운호 맹○○ ▲1985. 10. 29. 대상자의 처 이○○ 28세는 옆집에 살고 있는 임○○의 처와 간혹 접촉을 하는 편으로 85. 10. 20. 14:00경 대화시 “우리 애기 아빠가 과거에 배를 타다가 잘못된 일이 있어 경찰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이사를 자주 할 수도 없고 애들 문제로 고민이다”고 푸념적인 언동을 한 바 있음.
- 승운호 전○○ ▲1987. 4. 29. 통장 이○○에 의하면, 대상자는 어쩔 수 없이 납북되었다가 귀환하였는데, 경찰이 계속 자기를 시찰하니 속이 상한다고 언동한 바 있음. … 1987년 6월 통장 이○○에 의하면 지난 3월초 동아건설에서 해외취업 전공을 모집하여 응시하였으나 신원조사에서 불합격하여 돈벌이도 제대로 못하게 됐다고 불평하면서 자식대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고 운운하는 것을 들었다 함.
- 제6해부호 정○○ ▲1983. 8. 3. 수사기관의 잦은 신상파악으로 마을과 직장에 민망한데, 사정을 모르는 직장상사와 동료는 되려 본인을 기관의 정보원으로 알고 못살게 굴고 있다 함.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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