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9일 제46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속초 창성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피해 어부들이 귀환 후 국가기관으로부터 불법구금과 간첩조작 시도, 연좌제 피해 등을 입었다는 내용으로 진실결정을 내리고, 12월 7일자로 해당 피해자 가족 3명에게 결정통지서를 발송했다. 결정통지서를 받은 창성호 피해자 가족 3명은 지난 1월 2일 변호사를 선임해 재심 청구와 손해배상청구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진실화해위는 결정통지서에서 “수사정보기관이 창성호 납북귀환어부들을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한 점, 형사처벌 이후에도 간첩조작을 시도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여 선원들에 대해 불법구금하여 수사한 점, 가족들에 대한 연좌제 피해 등 인권을 침해한 점에 대하여 국가는 창성호 납북귀환어부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하여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의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것이 필요하다”고 국가에 권고했다.
속초 창성호(8.57톤)는 1964년 11월 8일 선장 유○○을 비롯해 7명의 선원을 태우고 속초항을 떠나 명태잡이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던 중 기관 고장으로 비바람 속에 방향을 잃고 3일간 표류하다가 12일 오전 9시경 북한 쾌속정 2척에 의해 납북되었다. 납북 선원들은 북한에 15일간 억류되었다가 11월 27일 귀환했다. 귀환 후 선원들은 해군 방첩대에 불법 연행 구금되어 조사를 받고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선원들은 강릉지원에서 반공법은 무죄, 수산업법 위반은 벌금형으로 선고받고 풀려났으나, 귀환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일부 선원들이 간첩혐의로 불법적인 구금과 수사를 받고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속초에 거주하는 창성호 사건 피해자 유족 3명의 진실규명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6월 21일 조사에 착수해 5개월 만에 진실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 가족 신청자 3명에 대해 진술 청취를 비롯해 해군방첩대 심문조서, 속초경찰서 공문자료, 형사사건 기록 및 판결문, 국군방첩사령부의 시찰카드 및 평가자료서 등 국가기관 자료도 찾아서 조사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동해안납북귀환어부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운영위원들이 지난해 1월 26일 진실화해위원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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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조사로 밝혀진 창성호 선원 인권침해 사실
두 차례 간첩 조작 시도로 어부·가족들 낙인 찍혀
35년 이상 정보기관 불법 사찰…가족들 연좌제 피해
납북된 창성호는 1964년 11월 26일 오후 8시경 북한 남애리 포구에서 출발해 남하하다가 다음날 오전 3시경 해군 709호 함정에 인도되어 거진항에 입항했다. 선원들은 모두 묵호 해군방첩대로 인계되어 조사를 받았고, 12월 8일 속초경찰서로 신병이 인계되어 12월 11일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되었다. 진실화해위는 창성호 선원들은 영장 없이 구금된 상태에서 불법 수사를 받았으며,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해군방첩대가 직권을 남용해 위법한 수사를 했기에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은 구속된 창성호 선원 전원을 1965년 1월 5일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강릉지원은 창성호 선원들에 대해 1965년 5월 19일과 1965년 3월 31일 선고를 통해 반공법 위반은 무죄, 수산업법 위반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유○○의 소유 어선에 대한 몰수는 항소심에서 파기되었으며, 모든 항소는 기각되었다.
창성호 선원들은 형사 처벌을 받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사정보기관으로부터 사찰과 내사를 받았다. 납북귀환어부평가심사위원회는 납북귀환어부를 위해도에 따라 A, B, C등급으로 구분했다. 이 위원회는 경찰서장이 위원장을 맡고, 안기부 담당관, 보안부대 담당관, 경찰서 정보과 및 보안과장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창성호 선원들은 B급과 C급으로 각각 분류되어 사찰과 내사를 계속 받아왔다.
창성호 선원 사찰에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와 관할 경찰서와 보안부대가 가담했다. 안기부는 납북귀환어부 동향을 사찰하고 정부를 수집토록 지침을 하달했다. 관할 경찰서는 귀환 당시 귀환어부의 가족실태를 조사해 수사 담당 검찰청에 보고한 것이 확인되었다. 관할 보안부대는 창성호 납북귀환어부 심사결과 평가자료서를 작성해 국가보안사령부에 보고했다.
창성호 선원 6명에 대한 평가자료서 중 기관장 김○○은 1969년 시찰대상자로 편입되었다는 기록과 1989년 시찰을 계속하고 있다는 기록까지 있어 30년 이상 시찰을 받은 걸로 확인된다. 특히 김 씨의 1981년 9월 평가자료서에는 1966년 육군보안부대에서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이후에도 위해성이 있어 B급으로 분류해 시찰을 지속하고, 망원을 투입해 동향을 내사 중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창성호 선원들은 귀환 후 처벌을 받은 후 2년이 채 안 되어 다시 수사기관으로부터 간첩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1966년 10월 방첩대는 간첩 지령을 받은 혐의로 제주도에 거주하는 기관장 김○○, 속초 거주 선원 전○○, 이○○를 간첩 지령을 받은 혐의로, 관련자로 현○○을 연행했다. 전○○, 이○○는 1966년 11월 7일 속초 103방첩대에 연행된 후 8일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11월 15일 구속되었다. 간첩미수죄로 기소된 두 선원은 강릉지원 1심에서 “공소사실과 같은 지령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사의 항소도 2심에서 기각되었다. 두 사람은 1964년 납북 사건으로 1969년 6월 2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었기에 5년 가까이 간첩으로 몰려 시달려야 했다. 제주도 거주 김○○도 1심에서 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 대법원 상고 기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다.
창성호 선원 양○○의 아들 양○○은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중학교 1~2학년 쯤에 방첩대에서 아버지를 끌고 가서는 허위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말하라고 하니 아버지께서는 아니라고 말하자 전기찜질 등 많은 고문을 했다”며, “초등학교 때 직접 목격하기를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신 후부터 3~4년 동안 사복 입은 사람 2~3명이 집을 감시하였고, 밤에 끌고 나가면 아침에 돌아오시는 걸 보았으며, 아버지께서 한번 갔다 오실 때마다 풀이 죽어서 말씀이 없으시고 고통스러워 하셨다”라고 진술했다.
선원 전○○의 딸 전○○은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시기를, 아버지께서 납북귀환 당시 방첩대에 끌려가서 갖은 고문을 당하셨는데, 성기에 물을 담은 주전자를 걸어 놓기도 했었다”며, “초등학교 무렵 아버지께서 밥을 드시다가도 누가 찾아오면 며칠씩 집에 안 돌아오시고 몸이 아파하시던 걸로 기억하고 있으며, 속초에 계시면 관계기관에 자주 불려 다니기 때문에 17~18세(1977~1978년) 되던 해에 부산 기장면으로 이사를 갔으며, 이후에는 이전처럼 나가신 기억은 없다”라고 진술했다.
진실화해위는 창성호 납북귀환어부 가족들도 취업제한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는 등 가족들에 대한 인권침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정문에 명시했다.
신청자 유○○는 “동생 유○○이 육군3사관학교에 응시하여 합격했는데, 아버지 신원조회 때문에 떨어져서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으며, 동생이 술만 마시면 아버지께 화풀이했다”고 진술했다. 신청자 양○○도 “취업을 하려고 해도 아버지의 신원 조회 때문에 취직이 안 되어 겨우 경기도에 있는 국제전선에 다녔다”고 진술했다.
이번 창성호 사건 진실규명을 통해 공안당국은 납북사건이 본격화되기 전인 1960년 초반에도 북한의 납치 억류에서 풀려나와 귀환한 어부들을 지령을 받고 잠입 남파된 간첩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리고 군 보안부대와 경찰, 검찰이 이미 무죄가 확정된 어부들을 다시 또 같은 사건으로 ‘간첩미수죄’라는 죄목을 씌워 처벌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간첩 조작 시도는 무죄 판결로 실패했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은 간첩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기관 사찰도 1989년까지 진행된 것이 확인되어, 창성호 납북귀환어부들은 1964년 11월 귀환 후부터 35년 이상 불법적인 감시와 사찰을 받고 연좌제 피해까지 입었음이 확인됐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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