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납북귀환어부가 53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지난 11월 9일 오후 2시 30분 열린 선고공판에서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형사1단독 김찬년 판사는 납북귀환어부 건설호·풍성호 선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선고에 앞서 피고인 건설호 김○○씨, 풍성호 김○○씨, 장○○씨 3명에 대해 같이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 세 명은 고기잡이를 하시다가 어로한계선을 넘어 휴전선까지 넘어갔다고 기소되어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형이 확정되었다”며, “피고인 유족께서 재심을 신청해 재심이 결정되었고, 검사가 특별히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검사는 무죄 구형의 이유로 피고인들이 수사를 받을 당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불법 구금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으므로 수사기관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는데, 검사의 주장처럼 피고인 3명과 다른 선원들에 대해 모두 불법 구금상태에서 수사가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되어 수사와 법정에서의 진술이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으며, 나머지 증거가 있다고 해도 증거능력이 없어 보인다”며, “변호인은 어로저지선 등을 월선한 사실이 없고, 설령 월선을 했어도 GPS 장치 등이 없어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에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세 분 다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라며, “그동안 피해자와 가족들이 마음고생이 많이 심했을 텐데,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날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가족 등 10여명이 참석해 재판을 방청하고 재심 무죄판결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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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건설호·풍성호 재심 무죄판결 환영
“국가 사과도 이행해주길 희망한다”
지난 11월 14일 진실화해위원회는 건설호·풍성호 재심 무죄판결에 대해 국가기관의 권고 이행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진실화해위원회가 법무부에 국가 사과와 재심 등 피해회복 조치를 권고한 건설호·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서 10월 26일 검찰의 무죄 구형에 이어 11월 9일 법원의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며,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권고 내용을 무겁게 받아들여 이제라도 국가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번 무죄 구형과 무죄 판결은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와 유족뿐만 아니라 분단과 반공 체제의 희생자인 납북귀환어부들의 명예회복과 정당한 배상을 위한 후속조치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 사과를 포함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사항 중 아직도 이행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충실히 이행해 주시기를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7월 14일 건설호·풍성호 진실결정과 관련해 국가 사과와 재심 조치를 포함한 권고사항을 법무부·행정안전부에 통지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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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특별법 제정 추진하라”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서 심포지엄 열려
지난 11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피해지원 특별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정의당 이은주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허영의원실, 강원민주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을 계기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 추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의당 원내대표 이은주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하루빨리 모든 납북귀환어부의 진상이 밝혀져 억울함이 사라지길 바란다. 정의당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명예회복은 물론 정당한 배·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춘천갑 허영 국회의원은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논의의 결과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은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 이후 권위주의 통치 시기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첫 진실규명으로 큰 의미가 있다. 유엔특별보고관이 진실규명을 했으면 피해를 치유해야 하는데 왜 다시 재판을 하느냐고 물을 때 할 말이 없었다”라며, “한 단계 진전된 법률이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강원민주재단 최윤 이사장은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의 진상규명과 보상을 위해서는 특별법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첫번째 발표에 나선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시민모임 엄경선 운영위원은 “납북귀환어부 탄압은 철저히 의도된 국가폭력사건이다. 국가의 죄책으로 첫째는 국민을 북의 도발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납북의 책임을 어민들에게 떠넘긴 죄, 둘째는 범죄 피해자인 귀환어부를 오히려 체제를 위협하는 간첩으로 내몬 죄, 셋째는 불법 사찰과 위헌적인 연좌제, 간첩조작으로 국민 인권을 탄압한 죄이다. 특별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고 사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강원도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추진단 위원으로 피해자 구술 인터뷰를 진행해 온 한림대 사학과 김아람 교수는 “피해자가 진상규명 신청과 재심청구, 손해배상 청구를 직접 해야하는 과정이 부당하다. 심리적 경제적 손해가 다시 발생한다. 특별법 제정과 적용으로 피해자를 범법자로 만든 검찰과 경찰, 법원의 과오를 바로잡고 피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배상 절차를 신속하고 원활히 진행해야 한다. 감시와 사찰, 연좌제의 인권침해까지 포괄적으로 피해로 인정해야 하며 공동체와 피해자의 회복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을 담당하는 진실화해위원회 홍수정 과장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기한인 2024년 5월 26일까지 조사를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1월 10일까지 납북귀환어부사건 진실규명신청은 218건이 접수되었다. 이중 45건은 조사가 개시되었고, 검토 중인 168건 중 119건이 직권조사 대상이라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를 위해 꼭 전화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민변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 변호단 최정규 변호사는 “지난 2월 건설호·풍성호 사건 진실규명이 이뤄졌는데 11월 9일 재심 무죄선고가 났다. 국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특별법에는 기존 형사소송법 재심절차가 아닌 특별재심제도가 담겨야 한다. 그리고 국가 배보상이 단순한 불법구금과 위법한 형사처벌에 따른 보상만이 아니기에 별도의 보상방안이 법안에 담겨야 한다. 국가가 피해자에 대해 법률구조를 지원하는 방안이 법에 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4.3특별법 제정에 참여했던 허상수 전 성공회대 교수는 “동해안뿐만 아니라 서해, 남해지역의 피해자들과도 손을 잡고 힘을 키우고 전국적으로 진상규명 피해 회복 운동을 벌여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특별법안 작성과 발의 등 국회의원의 역할과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피해자모임과 연대 기구를 출범해 국회, 정당, 국회의원을 움직일 수 있도록 활동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역할을 한 여순항쟁서울유족회 이자훈 회장은 “여순사건특별법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피해자들이 적극 나서서 결국 만들어냈다. 큰 각오를 갖고 지역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거점을 만들고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공동으로 주관한 강원일보사는 신문사에서 보유한 신진호와 남진호, 마산호 납북귀환사진을 토론회장 앞에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속초시에서 제공한 차량을 이용해 피해자와 가족 20여명이 상경 참석해 특별법 제정 촉구에 뜻을 같이 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지난 11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납북귀환어부관련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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