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지역에 피해자가 집중되어 있는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982명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해 현재 현지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강원도와 속초시, 고성군도 각각 조례를 제정하고 납북귀환어부 명예회복을 위한 행정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지역 내 민간단체도 결성되어 자발적인 지원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진실규명 신청 188건으로 늘어
지난 2020년 12월 10일부터 2022년 9월 15일 현재까지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납북귀환어부사건 진실규명신청은 모두 188건에 이른다. 특히 지난 1월말 47건에 머물던 진실규명 신청은 7개월 사이에 140여건이 접수되었다.
동·서해안 납북어부는 3,700여명이며, 귀환 후 반공법이나 수산업법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된 어부만 1,200여명에 이른다. 진실규명 신청자는 재판에 회부된 피해자의 20%도 되지 않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오는 12월 9일 진실규명신청 마감을 앞두고, 더 많은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이 진실규명신청에 나서 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건설호·풍성호 사건 재심 공판 앞둬
진실화해위는 1968년 11월 동해안에서 납북되었다가 다음해 5월 28일 귀환한 건설호와 풍성호 납북귀환어부사건 피해자 4명에 대해 진실규명 조사를 진행해 지난 2월 8일 이들에 대한 불법 구금과 처벌 등에 대해 국가의 사과와 재심 조치를 권고하는 진실결정을 내렸다. 이 두 사건의 진실결정서는 최근 진실화해위 2022년 상반기 조사보고서에 수록되어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이후 진실결정을 받은 4명 중 3명의 유족은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 재심을 신청해, 일찍 신청한 2명의 사건은 지난 6월 16일 재심이 개시되어 오는 9월 21일 오전 속초지원에서 재심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진실화해위 982명 대상 직권조사 진행
진실화해위는 지난 1월 26일 1972년 9월 7일 속초항으로 귀환한 승운호 선원들의 반공법 위반 처벌에 대해 진실규명 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월 22일에는 1965년부터 1972년 사이 동해안에서 납북되었다가 귀환한 109척 선원 982명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1일 1964년 11월 납북되었다가 귀환한 창성호(속초)와 명천호 납북귀환어부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개시결정을 내렸다. 7월 5일에는 1969년 2월 보안사령부에서 발표한 동해안간첩단사건으로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다고 주장하는 납북귀환어부 고 이○○, 고 고○○씨에 대해 진실규명 개시를 결정했다. 이 사건에는 속초의 실향민 출신 납북귀환어부와 가족 등 16명이 연루되어 2명은 최고 15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8월 16일부터 19일까지 고성군청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피해사실 진술조사를 진행했으며, 오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속초시청에서 다시 진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진실화해위는 올해 안으로 1960년대 발생한 인권탄압 사건 중 조사가 마무리되는 사건 일부에 대해 진실결정을 낼 예정이다. 이미 진실결정된 건설호와 풍성호에 이어 올해 안으로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100여명에 대해 진실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납북귀환어부사건이 몰려있는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은 지난 3월 2일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진실규명 협력 TF를 꾸려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활동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진실규명 시민모임 활동
지난해 12월 10일 속초에서 창립된 동해안 납북귀환어부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대표 김춘삼)은 두 차례 진실화해위원회를 방문해 조속한 진실규명을 촉구했으며, 지난 3월 2일에는 강원도청에서 강원도지사, 진실화해위원장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3월 8일 춘천검찰청 속초지청을 방문해 창동호 선원 고 장광남씨에 대해 검찰의 직권재심을 요청했다. 검찰 직권으로 재심이 개시되어 지난 8월 31일 속초지원은 고 장광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시민모임은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 신청 지원과 별도로 최정규 인권변호사 등을 통해 확정 판결된 사건에 대해 재심 신청을 진행했다. 현재 춘천지방법원에 33명, 강릉지원에 3명의 납북귀환어부 재심이 신청되었다.
강릉지원은 지난 9월 2일 재심 신청이 접수된 납북귀환어부사건 3건 중 2건에 대해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심이 결정된 사건은 납북되었다가 1972년 9월 15일 속초항으로 들어와 반공법과 수산업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삼창호 선원 고 김○○씨와 무진호 선장 고 손○○씨이다. 올해 진실화해위 진실결정 없이 재심을 신청한 납북귀환어부사건 총 36건 중에서 강릉지원에 접수된 2건이 가장 먼저 재심이 개시되었다.
강릉지원은 재심개시 결정문에서 “피고인은 1972년 9월 15일 속초항으로 입항한 즉시 수산업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구금되어 피의자 신문 등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걸로 보이는데, 구속영장은 1972년 9월 21일 발부 집행되었기에 경찰관 등 수사기관은 직권 남용에 의한 체포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재심 개시 사유를 밝혔다.
한편 춘천지방법원은 지난 8월 9일에는 명성3호 피해자 이성국, 9월 7일에는 승해호, 대부호, 승운호, 신광호 사건 피해자 31명에 대해 재심 심리를 열었다. 춘천지방법원은 빠른 시일 내에 해당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 행정 지원
지난 2월 17일 강원도의회에서 납북귀환어부 지원 조례안을 의결한 이후, 강원도의 납북어부 진실규명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강원도는 지난 6월 중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합동추진단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추진단은 강원도내 피해자들이 진실규명 신청에 적극 나서도록 고성과 속초, 강릉, 동해, 삼척 등 동해안 항포구 현지 홍보에 주력하고, 지난 7월부터는 속초에 추진단 사무실과 실무인력 1명을 배치해 신청서 작성 및 접수를 지원하고 있다.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나 가족들이 피해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진실규명 신청서 작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진단에서는 승선 배이름과 납북 귀환 일자, 구속 및 판결, 복역 내용, 가족 피해사항을 찾아 확인해 신청서 작성을 지원하고 있다.(추진단 033-249-2242 속초사무소 033-636-0610)
가장 많은 납북귀환어부 피해자가 있는 고성군의 경우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진실규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7월에는 지원조례까지 제정하고 더 많은 피해자가 진실규명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군청 자치행정과에서 항시적으로 신청 접수를 받는 이외에도 8월 1일부터는 매주 목요일에는 거진읍, 매주 화요일에는 읍면별로 순회 접수하는 ‘찾아가는 접수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고성군청과 접수창구를 통해 지금까지 총 70여명의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서가 접수됐다.
지난 4월 지원조례를 제정한 속초시도 8월 이병선 시장과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의 간담회를 계기로 더욱 활발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직 지역 홍보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항포구 일대에 납북귀환어부 피해 진실규명 신청 접수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현장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속초시청을 통해 지금까지 총 40여건의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서가 접수됐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강원도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합동추진단에서 동해안 항포구 일대에 내걸은 홍보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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