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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30년, 다시 보는 그 시절<7> - 영랑호(하) / 오염된 영랑호, 전국 유례없는 깔따구 소동까지
콘도 분뇨 영랑호 방류 적발…낚시꾼 몰려 쓰레기 몸살 / 영랑호 준설·오폐수 차집관로 매설 등 정화사업 추진
등록날짜 [ 2020년05월18일 14시06분 ]

1994년 5월 23일 20년 만에 영랑호가 속초 시민의 품에 돌아온 뒤 갑작스런 영랑호 전면 개방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관리권 회수 이후 몰려든 낚시꾼들이 호수에 떡밥을 뿌려대고 호숫가에 오물을 함부로 버려 영랑호변 일대가 온통 쓰레기장이 되고 말았다. 결국 개방 2개월만인 1994년 7월 15일 속초시의회에서 영랑호 낚시 금지를 결정하고 불법 낚시단속을 강화했다. 낚시금지와 수문 철거 등 개선사업에 힘입어 영랑호 하류의 COD는 7월 17.8ppm에서 12월 9.4ppm으로 떨어졌으며, 그 해 겨울 철새들도 더 많이 찾아왔다. 그러나 영랑호의 수질은 쉽게 개선되지 않아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깔따구 소동까지 겪게 되었다.
1994년 여름부터 영랑호 하구 인근 주민들은 하루살이와 비슷한 ‘깔따구’가 불빛을 보고 떼거리로 몰려들어 한여름밤에도 창문도 열어놓지 못했다. 아무리 연막소독을 거듭해도 깔다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해인 1995년 5월부터 다시 깔따구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자 급기야 국립보건원이 현지 조사까지 벌였다. 깔다구는 몸길이 3mm 정도 크기로 심하게 오염된 물에서 서식하는데 1마리의 깔따구가 3~4주 만에 3,4백마리로 번식한다. 이렇게 깔다구가 집단으로 서식해 주민생활에 큰 피해를 주는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는 영랑호가 처음이라고 했다. 다른 무엇보다 영랑호의 오염이 근본 원인이었다. 1995년 5월 27일 속초시의 모든 공무원이 동원되어 영랑호 깔다구 소탕작업을 벌였다. 1995년 6월 5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이 깔따구 소탕작업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지난 5월 27일 오전 9시부터 시청 산하 전 직원은 영랑호변 수면의 수초와 이끼, 나무토막, 돌 등 깔따구의 산란장소를 제거하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또한 깔따구의 서식처인 호수 주변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과 유충의 주요 서식지인 수중토양을 포크레인을 동원해 파내는 작업도 함께 벌였으며, 주변 수풀지역에 유문등을 설치해 깔따구를 몰아 큰 팬으로 빨아들여 방제토록 했다. 한편 속초보건소는 연막소독과 분무소독을 5월초부터 계속 해오고 있다.

최악의 깔다구소동은 수그러들었지만 다음해인 1997년 4월에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깔다구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영랑호 물가에는 흰거품띠가 형성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하구 쪽에는 여름철에 발생해 심한 악취를 풍기는 남조류가 벌써부터 발생할 조짐을 보였다. 이 해 9월 영랑호에서는 아시아카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었다. 영랑호는 이미 1991년 세계잼버리대회 수상활동장소로 지정되었으나 수질악화 때문에 장소가 변경되는 수모를 겪은 바 있었다.
1997년 7월 28일자 <설악신문>에는 속초시의회가 현장조사에서 영랑호 콘도 정화조가 제대로 가동이 안 돼 분뇨가 영랑호로 그대로 방류되는 걸 적발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호수변 30여 채 단독 콘도의 오수도 정화시설 없이 20년 이상 영랑호로 유입되고 있었고, 야외수영장 샤워장의 비눗물도 그냥 영랑호로 흘러 들어갔다.
1997년 5월에는 아직 수질도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영랑호에서 뜬금없는 전국낚시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영랑호가 돌아온 후 2개월 후인 1994년 7월 15일부터 1996년 말까지 영랑호에서 낚시가 금지되었다. 그런데 1997년에는 속초시가 낚시금지를 공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5월 4일 전국단위 낚시대회 개최를 허가했다. 논란 속에 낚시대회는 치러졌지만 대회 이후 호수변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고 대회 영향으로 평일에도 50~100명의 낚시꾼이 몰려들었다. 다시 6월 1일부터 영랑호 낚시는 금지되었다. 그동안 불법낚시로 적발시 과태료 5만원만 처분했으나 1998년 5월 21일부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이 강화되었다. 영랑호 낚시금지구역 지정은 1998년 3월 호소수질관리법 발효 이후 전국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영랑호 수질을 되살리기 위해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준설과 호안정비, 오폐수 차집관로 매설, 상류 습지조성 등에 총 4백30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었다. 그러나 2010년대 초반까지도 영랑호에서는 물고기 집단 폐사와 녹조현상이 해마다 반복되었다.
20년간 잘못된 관광개발로 사망선고를 받은 영랑호를 속초시민이 넘겨받은 지도 26년이 지났다. 그동안 영랑호는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다시 회생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더 많은 관광객을 받기 위해 영랑호를 개발하자는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처참했던 영랑호의 악몽은 이제 정말 다 끝난 것인가?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95년 6월 5일자 설악신문에 실린 영랑호 깔따구 제거작업 사진.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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