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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30년, 다시 보는 그 시절<6>- 영랑호(상)
관광개발 20년 만에 처참한 몰골로 돌아온 영랑호
등록날짜 [ 2020년05월11일 11시48분 ]

지역신문으로 첫발을 내딛은 <설악신문>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은 지역 현안은 바로 영랑호 오염과 관리권 환수문제였다. 그 시작은 1990년 6월 11일자로 발행된 <속초신문> 2호 12면에 실린 시인 고 최명길의 수필 ‘영랑호’에서 시작되었다.

기고 수필에서 최명길 시인은 20대 중반의 나이에 처음 영랑호를 만났는데, 당시 영랑호는 “원시의 오묘함을 안으로 가득 숨긴 채 알몸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서 바다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인은 “이즈음 영랑호는 몸살을 앓고 있다. 차라리 죽어간다 해야 옳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시멘트로 숨구멍은 막혀있고 주변은 철망으로 둘러쳐져 답답하기 이를 데 없고, 국적 불명의 집들이 호반을 짓누르고 앉아 밤마다 식식거리는 소리와 인조등에 놀란 새들은 이제 이 호수를 아주 등지고 말았다. 동해에 닿아 있는 호수의 입이 열리지 못해 썩어간다. 시인은 영랑호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를 물으며 영랑호의 슬픈 모습에 한탄과 분노를 쏟아냈다.

다음호인 1990년 6월 25일자 <속초신문> 3호에는 “영랑호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설이 실렸다. 사설에서는 “영랑호 자체가 재벌기업의 사유물인 양 철책 속에 갇힌 지 오래 되었다”며, “1994년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영랑호는 당연히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다음호인 1990년 7월 9일자 <속초신문> 4호에는 “긴급진단, 속초시민 영랑호 관리능력 없다?”라는 제목의 기획기사가 실렸다. 1973년 고성군에서 속초시로 재편입된 영랑호는 유원지조성과 양식어업을 위해 동방호산이 1974년 3월 8일 강원도지사로부터 10년간 임대했다. 1984년 호수를 재임대한 동방호산은 1989년 6월 영랑호 주변 콘도 시설을 포함해 영랑호 관리를 한일레저에 넘겨버렸다. 기사에서 “영랑호와 주변유원지는 시민의 휴식공간이 아니라 대기업의 관광사업체가 되어버렸다”라고 했다. 한일레저는 해마다 속초시에 영랑호 임대료 3,969만원을 내고는 철책을 두른 낚시터를 콘도 회원이나 투숙자에게만 개방하고 속초시민에게는 하루에 1만5천원을 받고 입장시켰다. 모두가 공유해야할 영랑호를 특정기업이 임대해 장삿속만 챙기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문제는 1994년 재임대를 앞두고 영랑호 관리권을 속초시가 다시 환수할지 여부였다. 당시 속초시는 “영랑호는 정화시설뿐만 아니라 관리상 어려움으로 시가 관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으므로 기업에 임대해 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 5듭급 수질에 기형 물고기 잡혀

1992년 9월 28일자 <속초신문> 75호에는 “영랑호 수질정화 시급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신라시대 화랑 영랑이 호수에 와서 풍류를 즐겨 사람들이 영랑호라고 부르게 된 호수가 이제는 고기조차 살 수 없는 5등급 호수로 판정받았다. 영랑호의 주 오염원으로 주변 생활하수와 콘도 오수, 골프장의 농약이 손꼽혔다. 하지만 한일레저와 속초시는 서로 책임을 회피해 오염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93년 한일레저는 이렇듯 심각한 상태에서도 영랑호 주변 골프장을 더욱 확장해 9홀의 대중골프장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1993년 영랑호 관리권 환수에 대한 첫 희소식이 전해졌다. 1993년 8월 9일자 <설악신문> 117호에는 “영랑호를 주민 품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서는 떠난 지 20년 만에 영랑호가 주민 품으로 돌아올 전망이라고 했다. 그동안 영랑호 관리권 환수에 부정적이었던 속초시가 1993년 7월 26일 속초시의회 시정답변에서 “양식업 허가권자가 도지사이므로 시에서 결정할 사항은 아니나 연장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어업권자와 강원도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당시 속초시는 이미 영랑호 오염방지사업 기본용역을 발주한 상태였다.

하지만 영랑호의 오염은 경악의 수준에 이르렀다. 1993년 9월 20일자 <설악신문>에는 한 낚시꾼이 영랑호에서 잡아 올렸다는 ‘등이 굽은 붕어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 무렵 속초시민들은 바람 부는 날이면 아예 영랑호에 나가기를 꺼렸다. 물이 뒤집힐 때마다 악취가 심하게 풍겼기 때문이다. 1994년 4월에는 영랑호에 인접한 영랑초교에서 청소용으로 쓰는 지하수의 수질 검사가 발표되어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염된 물에서 검출되는 암모니아성 질소 농도가 측정기기 최대눈금을 넘겼고 일반세균도 6,7백군으로 나왔다.


- 1994년 5월 영랑호 관리권 속초시 환수

1994년 5월 23일 20년 만에 드디어 영랑호가 속초 시민의 품에 돌아왔다. 영랑호는 극도의 수질오염으로 사망선고를 받아 처참한 몰골로 속초시민의 품에 안겼다. 이제부터는 속초시가 영랑호의 수질 개선과 시민 공원 조성의 숙제를 떠맡아야 했다. 속초시는 영랑교에서 한일레저 진입로까지 시유지에 설치된 철책을 모두 제거하고 범바위 뒤쪽에 무료낚시터를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영랑호로 유입되는 오염원인 생활하수는 하수종말처리장 건립을 통해 모아서 배출할 예정이었다. 급한 대로 바닷물이 영랑호로 들어오도록 영랑호 하류에 설치된 수문을 철거하고 모래를 제거했다.

영랑호 하구 수문을 철거해 바다와 물길이 트이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1994년 10월 12일 태풍 영향으로 폭우가 내려 영랑호의 수위가 높아져 바다와 물길이 닿자, 산란기를 맞은 영랑호의 장어떼가 바다로 나가려고 하구로 몰려들었다. 주민 20여명이 투망을 가지고 7,80cm 되는 장어를 잡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계속>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93년 9월 20일자 속초신문에 실린 영랑호 등 굽은 붕어 사진.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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