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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음식생활사<22> 속초의 음식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오징어순대1
실향민들이 함경도 순대문화 접목시켜 만든 음식
등록날짜 [ 2018년10월08일 14시33분 ]

속초의 음식문화는 동해안 대표 어항으로 풍부한 해산물, 남한에서 실향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월남 실향민의 음식문화, 대표적인 국민관광지로서의 발달한 관광음식문화,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이 세 가지 음식문화를 모두 갖춘 음식이 바로 오징어순대이다. 속초의 오징어순대는 속초의 음식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향토음식이다.
속초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속초시를 상징하는 캐릭터 ‘해오미’는 오징어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만들었다. 1990년대 전후로 명태는 동해안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오징어는 속초의 대표 특산물로 손꼽힌다.

함경도 향토음식으로 손꼽기엔 무리
오징어순대는 함경도 음식일까, 아니면 강원도 음식일까? 관련 자료를 둘러보면 둘 다 혼재되어 있다. 함경도와 강원도의 음식문화가 혼합된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오징어순대라고 할 수 있다. 
함경도 향토음식을 거론하는 기록과 문헌에는 오징어순대가 빠져있다. 1978년 문공부가 전문가들을 통해 지역별 무형문화재 등록 후보 음식을 선정했을 때도 오징어순대는 함경도가 아닌 강원도의 향토음식으로 소개되었다. 2016년 한식진흥원에서 발간한 <그리움의 맛-북한전통음식>에도 함경도 향토음식에 명태순대는 들어가 있지만 오징어순대는 빠져있다.
오징어순대를 함경도 향토음식으로 소개한 경우도 있다. 1978년 10월 8백여명의 할머니들이 옛 솜씨를 되살려 향토음식을 선보인 ‘덕명의숙 향토음식 발표회’에서 오징어순대를 함경도 향토음식으로 선보였다.
속초의 실향민 음식에는 오징어순대를 빼놓을 수 없다. 속초문화원에서 2013년 발간한 <속초의 문화 상징 50選>에서는 오징어순대는 아바이순대와 함께 “함경도 지방의 고유음식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속초에 정착한 실향민들에 의해 속초의 대표 향토음식으로 거듭난 실향민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함경도 해안지방에서는 돼지 내장이 귀했기 때문에 겨울에는 명태순대를 만들어 먹었고, 여름에는 구하기 쉬운 오징어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1978년 10월 속초실향민 음식문화에 대한 조사에서 실향민 출신 김호응 전 속초문화원 사무국장은 “속초의 어부들이 흉년이 들어 산나물을 캐어 막장과 산채를 비벼서 오징어 뱃속에 넣어 먹은 게 오징어순대의 시초인데 발전해서 관광지 상품이 되었다”고 했다. 생선만 먹어서는 요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오징어 속을 채워서 먹었다는 것이다.
속초 오징어순대로 유명한 진양횟집 고 이경해 할머니는 2007년 1월 27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오징어순대는 이제 별미가 됐지만 사실 배고픈 음식이야. 오징어 잡으러나간 어부들이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아 오징어에 부식을 넣어 먹으면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다”라고 말했다. 고 이경해 할머니는 “설 무렵이면 실향민들은 오징어순대 말고 명태 순대를 많이 했지만, 명태순대는 기후가 달라서 그런지 제맛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경해 할머니는 함남 북청군 신포 출신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징어순대를 함경도 향토음식으로 손꼽기에는 무리가 있다. 함경도에서 명태는 많이 나도 오징어는 그리 많이 나지 않았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오징어는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많은 나는 걸로 나온다. 구한말에는 울릉도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혔다. 1913년 강원도 양양군 연안에서 낚시로 오징어를 잡았다는 신문기사가 나온다.
일제강점기 때 신문 기사에는 오적어(烏賊魚)와 오징어라는 이름이 함께 나온다. 1925년 10월 17일 매일신보에는 함경북도 연해에 오징어가 많이 나서 북해도를 능가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1932년 9월 10일 동아일보에 함북 경성 어대진에 근래에 드물게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는 기사가 있다. 하지만 함경도 일대에서 오징어를 어획했다는 기사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일제강점기 때도 울릉도는 오징어의 주산지였다. 한국전쟁 후 속초를 비롯한 동해안 일대는 오징어가 넘쳐났고 1950년대 말에는 동남아에 수출해 일본오징어와 경쟁을 하면서 당시 외화벌이 효자 노릇을 했다. 속초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오징어는 명태와 함께 속초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이었다. 오징어가 온 국민의 인기 음식이 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오징어순대는 함경도 지방에서 많이 해 먹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속초의 실향민들이 아바이순대와 명태순대 등 함경도 순대문화를 접목시켜 만들어낸 음식으로 판단된다. 외래 전파 음식인 순대가 명태순대를 거쳐 오징어순대로 변신한 건 지역특성에 따라 창조적으로 거듭난 한반도 고유 음식문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속초관광음식 제1호라 할 수 있어
오징어순대는 속초를 대표하는 관광음식 제1호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전국의 맛집 메카로 부상한 속초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넘치지만, 1970년대 이후 설악산이 국민관광지로 자리잡았을 때 속초의 대표 먹거리는 따로 없었다. 대포항이나 속초항에서 몇몇 횟집이 관광객을 맞을 정도였고, 설악산에서 파는 도토리묵이나 머루주, 함흥냉면 정도가 지역 향토음식으로 팔리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 후반 들어 속초항 주변으로 속초의 별미인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파는 식당이 하나 둘 생겨났다.
 오징어를 순대로 만들어 먹는다고? 순대라면 당연히 돼지 내장에 선지와 찹쌀을 넣어 만들어 먹는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오징어순대는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음식이었다. 사람들의 입맛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각종 언론에서도 속초의 오징어순대를 주목했다.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설악산 관광을 마친 관광객들이 속초부둣가를 찾아와서는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파는 집이 어디냐고 묻곤 했다. 당시 오징어순대는 속초에서만 제대로 맛 볼 수 있었던 향토음식이었다. 그래서 오징어순대를 속초관광음식 제1호라고 할 수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오징어순대는 속초의 대표 향토음식으로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속초의 대표 향토음식 오징어순대.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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