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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 아바이 김상호 옹의 살아온 이야기<5> 청호동에 집을 짓다
미군 ‘에르시티’에서 나온 나무 박스로 지어
등록날짜 [ 2018년10월08일 13시56분 ]
김 옹은 강릉에서 속초로 올라 온 후 청호동에서 부친과 함께 직접 집을 지었다. 김 옹은 미군 ‘에르시티’에서 나온 나무 박스로 집을 지었다고 했다. 아마도 ‘에르시티’는 ‘LCT(Landing Craft Tank)’ 곧 ‘상륙함’을 뜻하는 말로 보인다. 또는 LCT처럼 인공적인 부두시설 없이 백사장에 바로 상륙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배들을 지칭하는 것으로도 추정된다. 당시 속초 바닷가 앞에는 ‘에르시티’에서 버린 나무 박스의 잔해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김 옹은 그 박스들이 미군의 총탄 박스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피난민들이 지은 집은 ‘하코방’이라 불렸다. 하코(はこ)는 상자, 궤짝 등을 뜻하는 일본어로 하코방은 ‘상자 같은 방, 궤짝 같은 방’이란 의미이다.
 그런데 이후에는 집을 지을 때 좀 더 좋은 재료를 활용하기도 했다. 지금의 청호초등학교 남쪽 해송 숲 곳곳에 일제강점기에 정어리기름을 짜던, 쇠로 만든 통들이 방치돼 있었는데 그 크기가 작은 방만 했다. 청호동 피난민들은 망치로 이를 두드려 펴서 바닥에 까는 용도로 이용했다.
 피난민들의 집들은 너무 작은데다가 절반은 땅속에 들어가 있어서 집 안에서 밖으로 손을 내밀면 처마에 닿는 지경이었고 밖에 나가서 지붕에 손을 뻗으면 용마름이 잡힐 정도였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자식이 태어나면 판자를 붙여서 공간을 하나 더 만들어 집 크기를 늘렸다. 김 옹의 가족은 김 옹이 1962년 군에 입대하기 전에 집을 새로 짓기까지 10년 넘게 이런 집에서 살았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옆집에서 기침을 하면 다 들렸다. 너무 가까운 데서 붙어 살다보니 골목길도 좁아 덩치가 큰 사람은 통행이 불편했다. 현재 속초시립박물관에는 청호동 피난민들의 집들이 재현돼 있는데 김 옹은 이 집들이 당시의 집에 비해 너무 크고 좋아서 사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물관의 집들이 실제로 있던 집들을 재현한 것을 고려하면 피난 직후에는 박물관에 재현된 집들보다 더 조악한 구조의 집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깝게 붙어살아서 좋은 점도 있었다. 김 옹은 어린 시절 부친의 술심부름을 많이 다녔다. 예전에는 술을 병으로 팔지 않고 야전용 군인 밥통 같은 데에다가 국자로 떠서 줬다. 이렇게 김 옹이 술을 가지고 오면 부친은 A4 용지 두 개만한 크기의 쪽문을 열고 옆집 사는 이들을 불러 술 한 잔씩 나누었다. 작은 집들이 붙어있어 이웃 간 정을 나누기 쉬웠던 것이다.
 김 옹에 따르면 당시 속초 교동에는 버려진 땅들이 많았다. 김 옹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피난민들이 교동에 집을 짓지 않고 청호동 모래밭에 집을 지은 것이 참으로 짧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결국 고향에는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빨리 인지하고 더 좋은 부지를 찾았어야 했다면서 아쉬운 듯 과거를 회상했다.
 당시 피난민들 대부분은 막연하게 곧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좋은 땅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고향에 돌아간다면 어차피 다 버리고 가는 것이니, 좋은 집도 필요 없고 좋은 살림 도구도 필요가 없이 청호동에서는 그냥 대충 살다가 떠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청호동에 잠시 있겠다던 상당수의 실향민 1세대들이 고향에 영영 돌아가지 못하고 청호동에서 삶을 마감했다.
 <다음에 계속>
구술 김상호.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지난 호 기사 중 ‘북청군 속후면 신창2리’를 ‘북청군 속후면 창성2리’로 바로잡습니다.
속초시립박물관에 재현돼 있는 피난민들의 집. 김 옹의 구술에 따르면 피난 직후에는 이보다 훨씬 열악한 상태의 집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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