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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음식생활사<20>
음식으로 남은 속초 명태의 추억 2
등록날짜 [ 2018년09월17일 14시12분 ]

명태는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바다에서 잡아온 명태는 생태로 국거리로 먹기도 하지만, 보통 할복을 통해 내장과 부산물을 빼내고 건조작업을 했다. 명태 할복을 ‘명태를 떼긴다’고 했다. 보통 명태 할복과 건조 과정에서 나오는 명란은 명태 주인이, 창난과 곤지는 할복하는 사람이, 간(애)는 덕장 땅 주인이 갖는다. 명태 아가미(서거리)가 없으면 마른 명태가 볼품이 없기 때문에 따로 떼어내지 않는다. 밤늦게까지 명태할복을 마치고 곤지와 창난을 집에 가져와서는 창난은 일일이 내장 속을 다 훑어내고 손질해서 물에 담갔다가 장사꾼에게 넘겨 팔아 할복비를 충당했다.
보통 명태를 할복해 나오는 부산물 중 명란과 창난은 젓갈의 재료로 젓갈공장으로 가고, 애는 간유공장으로 갔다. 명란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최고급 식품으로 내수만이 아니라 일본에도 다량 수출되었다. 해방 후 1959년부터 명란젓이 일본으로 수출되어 외화벌이에 큰 효자 역할을 했다. 속초에는 이쁜이식품을 비롯해 다수의 명란 가공공장이 있었다. 명태가 연안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수입 명란으로 젓갈 생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등잔불도 밝히고 비타민도 추출한 명태애
명태 눈알을 먹으면 눈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명태에는 시력을 좋게 하는 비타민A와 E가 풍부하다. 보통 바닷가에서는 명태의 간(肝)을 애라고 부른다. 명태애는 기름이 풍부해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명태 애기름으로 등잔불도 붙였다. 그을음이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양제인 ‘간유구’는 이 명태애기름으로 만들었다. 명태애에는 대구보다 비타민A가 3배 이상 많다. 예로부터 야맹증이라든지 눈이 침침할 때는 명태애를 먹었다. 1962년 통계자료를 보면 당시 속초 청호동 일대에 간유공장(애공장)이 몇 곳 있어, 연간 명태간유 1,275드럼, 오징어간유 374드럼을 생산했다.
명태 간유가공을 하는 공장 중에는 유한수산공장이 규모가 제일 컸다.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가 한국전쟁 중에 간유에서 비타민을 추출해 정제하는데 성공하여, 1960년 속초에 어간유제유소를 세웠다. 이 공장은 1962년에는 유한수산공장으로 이름을 바꾸어 간유 가공만이 아니라 가공수산물 수출에도 한 역할을 했다. 1966년 통계를 보여주는 제5회 속초시통계연보 지역내 사업체에는 조양동의 유한수산속초공장(대표 유일한)은 종업원 132명, 청호동 동창실업은 종업원 95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명태애는 기름이 많아 프라이팬에 올려 볶으면 기름이 빠진다. 기름이 빠진 애는 건져서 반찬을 해 먹고, 남은 기름에 건빵을 넣고 튀겨 애건빵을 만들어 먹었다. 과자 한봉지 사기도 어려운 시절, 명태 애기름에 튀긴 애건빵은 바닷가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거리였다.
 
꾸덕꾸덕 적당히 마른 명태 ‘코다리’
속초에 명태가 많이 잡히는 시절에는 교동 신라예식장 근처나 쌍천 하구 등에 명태할복장이 있었다. 명태를 할복해 명란과 창난, 아가미(서거리), 곤지(정소), 애(간)를 떼어내고, 물에 씻어 명태를 통나무로 엮은 덕장에 걸었다. 명태를 걸어 말리는 덕장은 당시 속초에서는 어느 동네에서도 구경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빈 공터만 있으면 고랑대를 박아 명태덕장을 만들어 명태를 걸었다. 명태덕장에서 말린 마른 명태는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속초중앙시장에도 마른 명태가 거래되는 큰 시장이 형성되었다.
보통 북어라고 부르는 형태로 말리는 명태건조는 영하 5도 정도에서 말린다. 이와는 달리 영하 10도 정도의 고산지대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해서 만들어지는 게 황태이다. 황태덕장은 월남한 함경도 사람들이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하는데, 대관령 횡계에서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초에서도 횡계까지 황태를 싸리가지에 꿰는 관태작업을 위해 몇 달씩 갔다 오곤 했다. 인제 용대리는 지금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황태를 생산하는 곳이다. 예전에는 속초의 화주들이 의뢰해서 황태덕장을 걸었는데, 점차 주민들이 직접 황태덕장을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는 국내 제1의 황태마을이 되었다.
속초에서 성행한 명태 건조업은 코다리 명태공장으로 발전했다. 예전같이 노지에 덕을 걸어 명태를 말리지 않고, 공장안에 시설을 해놓고 명태를 할복하고 온풍기 등이 갖춰진 공장 안에서 명태를 건조한다. 이렇게 꾸덕꾸덕 적당히 잘 마른 명태를 ‘코다리’라고 한다. 속초 대포농공단지에 코다리 공장이 들어서 있으며, 예전 청학동 노가리촌에도 아직 노가리와 명태건조공장이 몇 곳 있다. 지금도 코다리라면 속초코다리를 알아준다.
이 코다리는 또 다른 음식이름으로 유명하다. 속초의 함흥냉면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퍼져 나가면서 ‘속초코다리냉면’이라는 이름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유명 식품회사에서 ‘속초코다리냉면’을 출시해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냉면 고명으로 얹는 ‘명태초무침(명태회라고도 함)’ 때문에 코다리냉면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동해안에서 그 흔했던 명태는 사라졌지만, 음식문화로는 여전히 ‘속초명태’가 살아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60년대 초 명태를 말려 손질하는 모습. 당시에는 속초 어느 곳에서라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고 이기섭박사 소장 사진.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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