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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업실<9> – 서양화가 이동수 작가(상)
거대한 그릇을 마주하다
등록날짜 [ 2018년09월17일 13시42분 ]

양양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을 왼쪽에 두고 차를 몬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는데 이동수 화백의 작업실이 나왔다. 차에서 내리자 개 두 마리가 달려와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었다. 낯선 이에게도 사납게 짖지 않고 친근하게 구는 모습을 보면서 개들이 주인에게서 사랑을 아주 많이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업실 마당에 서니 작업실 길 건너 우거진 갈대숲이 눈에 들어왔다. 갈대숲 사이에 나무다리로 만든 산책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어 풍경에 운치를 더했다.
작가의 작업공간은 두 개의 건물로 돼 있다. 마당에 서서 바라보면 두 건물은 ‘ㄱ’자를 세로축으로 180도 돌린 형태이다. 좌측에 세로로 길게 미술 작업을 하는 공간이 있고 정면에는 2층으로 된 건물이 있다. 그 중 1층은 조그만 전시실이다.
그 공간에 들어서자 벽면에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그 공간의 가운데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차를 마시면서 그림을 감상하며 손님도 맞이할 수 있는 구조였다. 작가는 그 공간을 ‘숙성실’이라고 했다. 작가는 그림을 완성하면 그곳으로 옮겨 반 년 동안 걸어둔다고 한다. 작가는 그곳에서 6개월 정도 그림들을 보면서 수정하기도 하며 때로는 전면적으로 개작을 한다. 따라서 이 공간은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공간이며 그렇기에 전시실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작업실이라고 할 수 있다.

차 마시다 그릇의 조형미 눈에 들어와
이동수 화백은 그릇과 펼쳐진 책을 많이 그린다. 이 작품들을 사진으로 먼저 대하면 작은 그림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작가의 그림은 생각보다 크다. 성인남자가 양팔을 편 길이보다 가로의 너비가 더 긴 그림들이 적지 않다. 커다란 그림들은 지면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우선 큰 그릇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고 그림의 질감들을 잘 느낄 수 있다. 작은 사진으로 보면 그림 속 어두운 배경이 그릇 뒤에 있는 별 의미 없는 네거티브 영역으로 여겨질 뿐이다. 하지만 실제 그림을 보면 배경이 묘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아득하고 무언가 빨아들이는 듯하다. 그림의 배경은 사람이 캔버스에 그린 유화인데도 마치 특수 장비로 작업한 듯 질감이 아주 곱다. 이 부드러운 느낌은 그릇을 그린 부분의 거친 질감과 대비를 이룬다. 이 대비는 그릇을 더욱 입체적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이동수 화백은 하나의 그림에서 색감과 질감이 뚜렷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떤 사람은 제 그림을 보고 우주 위에 행성이 떠 있는 것 같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깊은 바다 속에 그릇이 잠겨 있는 것 같다고도 하지요.”
그릇과 배경. 이동수 화백의 그림은 선명하고 깔끔하다. 화면 구성이 단순해보이지만 묵직한 톤으로 격조 높은 감각을 드러낸다. 그래서 뒤돌아서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요즘처럼 사진과 컴퓨터 그래픽이 넘쳐나는 시대에 평범한 사람들이 웬만한 그림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기는 어렵다. 풍경화는 작가가 수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해도 문외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별화된 특징이 없다면 관객에게는 그저 흔한 풍경화로 남을 뿐이다. 추상화는 대중의 상식과 접점을 이루기 어려운 기호가 가득하면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내기 쉽지 않다. 반면 이동수 화백의 그림은 무엇을 그렸는지 명확하다. 그런데 소재와 표현 방식이 특이해서인지 한 번만 봐도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이동수 화백이 도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의 일이다. 그림을 배우러 온 스님에게서 다도를 배운 것이 계기를 만들었다. 어느 날 새벽에 차를 마시고 빈 찻잔을 바라보는데 그릇의 조형미가 눈에 들어왔고 이후 그는 그릇을 그림의 소재로 활용했다.
그런데, 작가는 단순히 그릇의 아름다움만을 드러내기 위해 그릇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소재로서 그릇을 선택한 것이지 그릇 자체에 큰 의미를 담으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의외의 대답이다. 작가는 관객들이 그림에 친근하게 다가오게 하기 위한 매개로 그릇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림이 시각적으로 난해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반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라면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누그러트릴 수 있다. 작가에게 그릇은 사람들에게 미술의 세계를 보여주는 창문과도 같은 장치이다.

“관객의 자발성 이끌어내는 게 목적”
많은 이들이 작품이 지닌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수 화백은 의도적으로 구체적인 의미를 담지 않으려고 한다. 작가는 ‘모호성’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혹자는 이를 막연한 신비주의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스스로 의도한 모호성’이라고 했다. 이동수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그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새로운 생각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만이 진리라고 강요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사상적으로 다분히 ‘탈근대’적이다.
“저는 제 그림의 의미를 특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관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길 원합니다. 관객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지요. 화가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철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예술에 대한 관점을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상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어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그림을 경계한다. 작가는 깊이 있는 생각을 담더라도 어렵거나 자극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길을 추구한다. 관객과 소통을 추구하는 미술, 대중성을 확보하면서도 관객 각자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그림, 그리고 그 시간을 품위 있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 이것이 이동수 화백이 지향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계속>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동수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강원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 재학
·Metaphor of things(인사아트센터) 등 개인전 10회
·한불수교 130년 기념전 (2016. 낭시, 프랑스)
·뉴페이스 페인팅전(2007. 세종문화회관)
·미술대제전 – 동경전(2003. 동경도미술관, 일본)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1997, 1999)
·MBC미술대전 특선(1999)
·아트 페어 – 아트 마이애미(2017), 아트 파리(2017, 2015, 2013), 아트 뉴욕(2016) 등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부경약품, Kwai Fung Hin 갤러리(홍콩) 등 작품 소장 중
서양화가 이동수 작가(양양 작업실에서).
작가의 개인 전시실 겸 ‘숙성실’. 작가는 그림을 완성하면 이곳으로 옮겨 6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그 기간에 작품을 수정하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은 생각보다 크다.
작가의 <Flow – Bowl> 시리즈 중 한 작품. 작가의 유화 작품 중에는 그릇을 그린 그림이 많다.
<Flow – Book> 162.2cm × 112.1cm(2016) oil on canvas.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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