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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통신 / 이옥남 할머니의 30년 일기책 선물
“어르신들 글 깨우쳐 자녀들 가슴에 오래오래 남으시길”
등록날짜 [ 2018년09월10일 11시36분 ]
나는 속초종합복지관(관장 성연) 청어람 교실에서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왔다. 처음에는 ㄱ, ㄴ에서 시작하여 가, 나, 다, 라를 익혀 왔고 공책에 연필을 꼭꼭 눌러 자신의 이름을 처음 써본 어르신도 있었다. 그중에는 더듬거리면서 받침이 없는 글자를 읽을 줄 아는 분도 계셨다.
그 세월이 벌써 아홉 해가 되었고 한 두 분은 저 세상으로 떠나셨고 몸이 불편해서 공부를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도 공부를 해서 중등학교 검정고시에 전국 최고령 86세로 합격하신 분 등 올해까지 10여명이 검정고시 합격증을 받아들고 좋아하셨다.
이제 제법 책도 잘 읽고 받아쓰기도 잘해서 어르신들에게 편지도 쓰고 일기도 적어 보도록 지도해 주고 있던 차에 <설악신문>에서 이옥남 할머니의 30년 일기가 책으로 엮어졌다는 기사를 읽고 눈이 번쩍 띄었다.
편집국장을 통해 연락이 닿은 속초양양교육지원청 김동수 양양교육지원센터장께서 흔쾌히 이 책 15권을 구해서 희사해 주셨다.
몇 년 전 김동수 센터장님이 속초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실 때 우리 어르신 학생들이 학생들과 함께 통합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주셨고 학교생활을 안내해 주셨는데 또 이렇게 큰마음을 베풀어 주시니 감사한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다.
양양교육센터에서 권영호 속초양양교육장님이 직접 전해 주신 책을 받아들고 무척 무거웠지만 힘든 줄도 모르고 야호! 하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고 고맙고 신이 났다.
이옥남 할머니는 양양 갈천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 때 송천마을로 시집을 왔고 한글은 어깨너머로 익혔지만 남편과 시어머니가 무서워 글을 아는 체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모두 다 돌아가신 후에 도라지 판 돈으로 공책과 연필을 사서 글씨를 써보았고 글자를 좀 더 예쁘게 써보기 위해 적어온 글이 30년 일기장이 되어 <아흔 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책으로 태어났다.
물론 - 내가 찾고 싶고 우리 아이들한테 찾아 주고 싶은 삶 - 이라고 적어주신 할머니의 손자 탁동철 선생님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나 또한 우리 반 어르신 학생들에게 오늘 하루 자신이 살면서 보고 느낀 감정을 글자로 옮겨 보면 그것이 바로 글이 되고 일기가 된다고 말해 왔다. 쌀을 가지고 밥도 만들고 떡도 해먹듯이 한자 한자 읽고 쓰면서 익힌 글자도 써 먹을 줄 알아야 글도 되고 편지도 되고 일기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 모두가 떠나가 버린 후에 우리들의 자녀들이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낙서처럼 써내려간 글이라도 읽어 나가다보면 ‘아! 우리 엄마가 이렇게 살다 가셨구나!’ 자녀들 가슴이 뭉클해질 거고 눈시울이 적셔지고 기억 속에 오래오래 엄마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귀한 책을 받아든 학생들과 함께 큰 소리로 160쪽의 자식이라는 일기를 읽었다. 무관심한 자식들에 서운한 엄마의 마음이 우리 학생들의 가슴에 공감대를 이룬 듯 교실 안이 숙연해졌다.
그동안 학생들이 쓴 편지도 모아두었고 틈틈이 적은 일기장도 있다. 이번 여름 방학 숙제로 일기를 써보도록 하였더니 몇 사람이 일기장을 가져왔다. 이것저것 모아서 내 나름대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문득 오래전에 읽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글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내 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에게 기쁨과 평화와 자비를 베풀어 주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소중한 일은 내가 가르치고 있는 어르신 학생들이 글을 깨우치고 익혀서 자녀들의 가슴에 오래오래 살아남게 해드리는 일일 것 같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날 까지.     이미자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옥남 할머니의 일기책을 속초종합복지관 청어람 교실 어르신들에게 나눠줬다.
권영호 교육장님이 이옥남 할머니의 일기책을 전해줬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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