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필 회장(사진 왼쪽)과 이섭 총무.
2015년 청양의 마지막날인 지난 12월 31일 오전 6시 20분 설악고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대낮같이 환한 조명 아래서 배드민턴 동호인들의 운동하는 모습이 한 눈에 쏟아지듯 들어왔다. 아직 밖은 어둠이 짙고 고요한 이른 시간인데, 체육관 안은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시끌벅적했다. 여기저기서 기합소리와 탄성, 경쾌한 셔틀콕소리, 운동화와 코트의 마찰음이 어우러져 체육관은 열기로 가득 찼다.
속초배드민턴클럽(회장 신선필) 회원들의 2015년 마지막 아침운동 현장을 찾았다. 20여명이 회원들이 4개 코트에서 복식경기를 하거나 난타(두 사람이 주고받는 것)를 하며 신나게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었다. 기합소리와 함께 스매싱을 하고 미처 받지 못해 셔틀콕이 바닥에 떨어지면 아쉬운 탄성을 터뜨렸다. 한 겨울이지만, 게임을 마친 회원들의 얼굴엔 땀이 맺혔다.
2015년 마지막날인 지난 12월 31일 오전 6시30분께 속초배드민턴클럽 회원들이 아침운동 도중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생활체육 배드민턴은 복식경기만 있다. 단 세트 31점으로 승부를 가린다. 16점에 코트를 바꾼다. 회원들도 거기에 마쳐 교대로 연습경기를 펼쳤다.
“매일 오전 5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운동을 해요. 보통 30~40명이 아침운동을 나오는데, 아무래도 겨울에는 적고, 날이 풀리면 많이 나오죠.”
막 경기를 마친 신선필(47) 회장이 라켓을 든 채 말을 이었다. “우리 클럽의 슬로건이 존중, 배려, 화합, 사랑이에요. 올 한해도 회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운동을 즐겼으면 합니다.”
속초클럽은 속초지역 21개 배드민턴클럽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다. 지난 1992년 10월 27일 창립됐으니, 올해로 24주년이 된다. 그동안 속초시생활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지붕보수공사로 인해 11월부터 설악고체육관으로 옮겼다. 공사가 끝나면 3월말~4월초에 다시 생활체육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광봉(56) 감사는 “새해는 신입회원들이 많이 들어와 클럽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속초클럽의 회원은 60여명이다. 연령층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서울에서 10년, 속초클럽에서 10년, 20년째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는 홍정애(69)씨는 고희를 앞두고 있지만,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배드민턴 치는 것도 재밌지만, 웃을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배드민턴을 하다보면 엄청 웃어요. 잘해서 웃고, 못해서 웃고. 아침에 웃으면 하루 종일 즐겁다니까요. 새해에도 건강하게 웃고 뛰는 게 소원이에요.”
속초클럽에 가입한지 7년 됐고, 일주일에 6일은 아침운동에 나온다는 최은정(41)씨도 “이른 아침에 어디 가서 이렇게 웃고 즐길 수 있겠어요. 아침운동을 하면 하루가 무척 길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속초배드민턴클럽 회원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오전 7시가 넘어가면서 회원들이 하나 둘 체육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신 회장이 배드민턴의 찬사를 쏟아 놓았다.
“배드민턴은 실내에서 하기 때문에 사시사철 언제나 즐길 수 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고요. 수준에 맞는 사람들끼리 즐기면 승부욕도 생기고 스릴도 있어 게임이 재밌습니다. 물론 전신운동에 스피드와 순발력이 요구되고, 작전도 필요하죠.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면 동호인 입장에서 속초에도 전용배드민턴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옆에 있던 이섭(40) 총무가 “동호인들이 체육관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시에서 지금도 지원을 많이 해주지만, 앞으로 더욱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오전 7시10분께 체육관을 나오니 엷게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