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들어 도선이 운행하던 속초항은 근대적인 어항으로 새롭게 개발되었다. 1932년 11월 6일 기공식을 갖고 착수한 속초항 수축공사는 5년 동안의 공사를 거쳐 1937년 3월 30일자로 준공을 마쳤다. 아울러 2차 속초항 수축공사가 진행되어 1940년대에 이르러 지금의 구수로와 속초항이 완성되었다. 속초항이 당시 강원도 최고의 신흥산업이었던 수산업 전진기지로 개발된 것이다. 속초항이 개발된 이후에도 속초도선은 계속 운행되었다. 오히려 청초호 수로에 쌓인 모래를 퍼내는 공사를 통해, 원활한 도선 운행에 필요한 수심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무렵 매일신보에는 속초도선과 관련해 두건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일제강점기 속초도선 운행을 확인해주는 신문기사는 1930년 처음 속초도선의 존재를 보도한 부산일보 기사와 함께 모두 3건이다.
牛車, 牛와 함께 /渡船에 쓰러져
측량대원, 차부(車夫)중상
[襄陽] 양양군 도천면 속초도선장(束草渡船場)에서는 2월 25일 우차와 행객을 만재하고 도선 중 횡단 중의 발동선(發動船)과 충돌되는 바람에 그 도선에 탄 행객 중 본부 내무국하천측량대 양양남대천측량 출장원 1명이 함께 탔던 소(牛)와 같이 쓰러져 본부 출장원은 흉부(胸部)에 중상을 당하고 우차부는 다리에 부상을 입어 부상자는 즉시 청도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라는 바 생명에는 하등 상관이 없으리라 한다.
<1937년 3월 3일자 매일신보 2면 6단>
청초호도선 입찰
[襄陽] 양양군 속초면에서는 2등도로를 연결하는 청초호도선 입찰을 지난 1월 25일 오전 12시 동면(同面) 사무주임 입회하에 입찰을 하였는데 입찰자 25명 중 최고 6백6십7원11전으로 동면 노리(蘆里) 김홍기(金鴻起)씨로 낙찰되었다. 기왕에 도선료(渡船料)만 하여도 면(面)수입이 1천8백여원에 달하여 노던 것이 기차(汽車) 개통 후로 통행인이 희소(稀少)하여 이와 같이 3분의 2 이상이 감액(減額)되어 면(面)수입에 다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한다.
<1939년 2월 7일 매일신보 3면 6단>
신문기사를 보면 갯배는 당시 ‘속초도선’ 또는 ‘청초호도선’으로 불렸다. 1930년 부산일보신문에도 ‘청초호도선’으로 기록되어 있다. 도선에는 우마차와 사람을 함께 태우고 운행했다. 도천면(속초면)에서는 해마다 입찰을 통해 도선 운영자를 선정했다. 1937년 12월 동해북부선이 개통되어 속초면에 속초역과 대포역이 들어서면서 도선 운행객이 1/3로 대폭 줄어들었다. 속초역과 도선장까지는 직선거리 7백여m 거리에 불과했다. 1937년 신문에는 도천면, 1939년 신문에는 속초면이 나온다. 1937년 7월 1일자 대포리에서 속초리로 면사무소를 옮기면서 이름도 도천면에서 속초면으로 바뀌었다.
도선 수요가 많을 때 도천면에서는 입찰을 통해 1년에 1천8백여원의 수입을 확보했다. 이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다른 자료와 비교해 볼 수 있다. 1926년 양양군 도천면에서 발간한 ‘면세일반’에는 도천면의 1925년 1년 세입 총액이 5,164원이라고 나온다. 12년 이상의 차이가 있지만, 1938년경 도선비 수입 1,800여원은 도천면 전체 세입의 1/3 수준에 이르는 금액이다. 1936년 10월 3일에 작성된 양양군 양양면의 국고보조요청서류를 보면 양양군의 중심면인 양양면의 세입 총액은 1만1,089원이다. 도천면의 도선비 수입은 양양면 1년 세입총액의 16%에 달한다. 속초도선에서 걷어드리는 도선료가 양양군 도천면의 큰 수입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말기와 해방 후 인공 시절에도 갯배가 운행되었다. 이는 지역 원로들의 구술로도 확인되고 있다. 2012년 속초 부월리 출신인 최창영 전 속초시의원은 다음과 같이 구술하였다.
“내가 6,7살 때 기억이 나는데 당시 버스가 다녔는데, 흰 버스예요. 나무를 때고 돌리는 버스였지요. 그 버스가 지금의 7번 국도로 다니지 않고 청호동으로 해서 갯배를 타고 청초호를 건너서 시내로 갔어요. 해방 바로 전 일입니다.
나룻배(갯배)가 지금보다 컸어요. 당시 갯배는 사람들이 타고 다녔지만, 사람만이 아니라 버스까지도 실었어요. 그때 갯배 구간이 50~70m 밖에 안 되었어요. (생략) 당시 철도는 완전히 개통되어 있었어요. 동명동에 아버지가 일을 하고 있어서 제가 갯배로 건너갔던 기억이 나요. 갯배는 일정 말기에 버스까지 실을 정도로 활성화된 운송수단이었지요. (생략) 갯배 크기가 그 버스 하나에 옆에 사람들이 같이 탈 정도였습니다.”
<2012년 2월 27일자 설악신문(제1045호), 구술정리 엄경선>
1940년대 초에 구수로와 구수협 어판장, 청호호 북쪽 호안의 모래톱에 항만을 조성해 매립하는 제2차 속초항 수축공사가 끝났다. 당시 속초도선 갯배의 위치는 어디였을까? 1939년에 작성된 ‘속초항 수축공사 국고보조신청서’에 나오는 공사계획도면과 지금의 지도를 비교해 보았다. 도선장의 위치는 두 지도가 거의 일치한다. 그 후 구수로는 준설과 매립, 교량 개설 등으로 모습이 조금 달라지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1939년 도면에는 지금의 7번국도 시내노선과 갯배 사잇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해방 후 인공 시절에도 도선은 계속 운행되었으며, 한국전쟁 중에도 운행되어 피난길에 이용하기도 했다. 2016년 작고한 노광복 전 속초문화원장은 1911년 속초시박물관이 발간한 ‘1950년대 속초리 속으로’ 사진집 마지막에 갯배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갯배에 대한 기억은 1948년이 처음이다. 어머니를 따라 밧독재를 넘어 외옹치(대포)를 다녀오곤 했다. 그 당시는 인민공화국 치하였고, (중략) 또한 이 길은 일제 당시부터 국도로 사용한 길이라고 하며, 6.25와 1.4후퇴 때에도 우마차와 차량을 운반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후 속초도선 갯배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2등도로가 지나가지만 주민이 거의 살지 않았던 모래톱 청호동 아바이마을. 그곳에 월남 피난민들이 들어와 자리잡고 살기 시작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37년 3월 3일자 매일신보 2면 6단에 실린 도선 사고 소식.
왼편 지도는 1939년 작성한 ‘속초항수축공사 국고보조신청서’에 포함한 속초항 2차 수축계획 도면의 일부. 쉬운 식별을 위해 수로 안에 있던 모래톱 표시는 삭제. 오른편 지도는 네이버 지도 캡처화면.
1939년 2월 7일 매일신보 3면 6단에 실린 도선 입찰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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