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된 동네 이야기를 발굴하고 관광을 통한 지역력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주도적으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관광사업을 추진하는 지역관광마케팅(DMO; 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8월 28일부터 29일까지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강원권역 관광포럼’(이하 관광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강원관광을 위해 새로운 관광주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광의 트렌드가 변화되고 문화도시와 도시재생 등 지역의 문화적 환경이 관광의 경쟁력을 가져오는 만큼 관광트렌드에 맞는 관광 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강원권역(속초, 강릉, 평창, 정선)에서 진행한 지역관광아카데미 참석자와 지자체 담당자 70여명이 참가하여 강원도형 DMO구축을 위한 사례 및 의제공유, 강원도 관광 현황 및 관광트렌드에 맞춘 관광 방향성을 모색했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사업은 전국의 10개 권역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국내여행 활성화 사업이다.
세션 1 한국형 지역관광마케팅 모색
관광포럼 세션 1은 한국형 DMO의 모색과 일본의 사례, 강원관광의 도전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관광의 지역주체 형성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발표한 전영철 상지영서대 교수는 “기존의 유명관광지 단체관광에서 다양한 정보경험을 통한 새로운 욕구가 지역여행의 트렌드가 되는 만큼 지역관광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로써 한국형 DMO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한국형 DMO 구축을 위해 1단계로 지속적으로 지역의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주체 형성, 2단계로 지역 독자적인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체제 프로그램 제공, 3단계로는 관광업뿐만 아니라 농림어업, 소매업 등의 업종단체와 개인이 행정과 연대하여 자치단체를 초월하여 활동하는 DMO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형 DMO의 모델로는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시 DMO ‘바다의 교토’ 사례가 발표되었다. 다카하시 미카(Kguide Travel Japan) 대표는 ‘일본 지역주도형 관광시대의 지역관광주체의 기능과 역할’ 발제에서 일본 DMO의 시작 배경을 버블경제 붕괴 이후 국내 여행자수가 감소되고 유명 관광지로만 관광객이 쏠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밝혔다. 일본 사례 중 인상깊은 점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7개 지자체가 연합하여 공동의 브랜드 ‘바다의 교토’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수상가옥과 아카렌카(붉은 벽돌 창고) 등 고유의 볼거리가 많았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브랜드화가 미약한 점을 타개하기 위해 7개 기초자치단체와 교토부(광역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바다를 키워드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바다의 교토’는 다양한 관계자들의 합의 형성구조, 정보공유와 검토체계를 구축하고 여행자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으로 관광활성화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아직 공공의 역할이 크지만 관광 빅데이터 분석 등 민관의 부족한 점을 해결할 수 있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다카하시 미카 대표는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농가민박’, ‘어촌체험’, ‘소금만들기’ 등 지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착지형 상품의 개발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착지형 관광상품은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의 매력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자발적인 협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션 1 마지막 발제는 행사를 기획한 테마여행 10선 강원권역 총괄 PM인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가 맡았다. 권 대표는 새로운 강원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인문적, 문화적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문화접촉을 통한 문화행동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광주의 대인시장사업에서 시장상인 고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강릉의 파랑달협동조합이 명주동의 가치를 발굴하는 사례를 통해 “개인화된 지역의 이야기를 고유의 문화체험으로 만드는 도시편집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 강원도 테마여행 10선 사업은 행정단위를 넘어선 협업모델을 발굴하고 장소기반형(속초 상도문 여행테마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기반형(강릉 명주동 미디어트래킹), 지자체 연계형(평창, 정선 관광택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션 2 지역관광 개발 사례 공유
세션 2는 지역관광 개발을 위한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여행트렌드와 니즈에 기반한 여행상품과 지역관광개발 사례’를 발표한 정란수 대안관광컨설팅 수 대표(한양대 겸임교수) 는 지역관광의 발전을 위한 7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공공시설의 활용을 극대화하여 관광지로 성공한 일본 요코하마 여객터미널, 기린과 애견이라는 기존 자원의 활용만으로 충분한 관광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케냐 나이로비의 지라페센터와 양양의 애견비치 사례, 남해에서 준비하는 국립관광도로, 색깔 마케팅으로 차별화시키는 모로코와 스페인 산토리니, 문화재야행처럼 콘텐츠의 집중을 위한 야간관광 등을 제시했다.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라오스 루앙프라방 도서관이다. 트립어드바이즈에서 유명한 이 도서관은 자체 볼거리는 없지만 관광객의 책 기부와 기부현장을 보여주는 이메일을 통해 콘텐츠의 이야기를 관광 후까지 이어가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관광객의 1회성 방문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승훈 플랜비 대표가 ‘해양 자원을 활용한 주민주도 관광사업 사례’로 발표한 ‘부산 깡깡이 마을’ 사례도 속초에서 눈여겨 볼 사례였다. 근대산업유산과 마을주민의 이야기를 예술로 표현한 결과 새로운 관광자원이 된 사례는 구 속초수협과 아바이마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어 ‘강릉 명주동 활동 사례’(파랑달 협동조합)는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명주동의 자원을 발굴하여 다양한 관광상품으로 만든 사례를 발표했고, ‘속초인문투어 운영 사례’(속초문화원)는 향토사연구소 회원과 일반 시민이 지역의 자원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매력적인 장소마케팅을 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관광포럼 2일차는 테마여행 10선 사업의 사례로 근대산업유산에서 가장 뜨거운 관광자원으로 바뀐 ‘칠성조선소’와 올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상도문 마을’ 투어를 했다.
이번 포럼은 속초 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 현재의 고민과 미래의 해결방안이 희미하나마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속초는 지난 몇년간 설악관광협의회 등 민간 주도의 관광주체 생성을 시도하였지만 행정과의 유기적 결합이 되지 않으면서 흐지부지했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이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관광자원으로 만든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먹거리의 매력만 앞세워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은 명확하지 않다. 이날 포럼에 끝까지 참여한 속초시 정순희 과장은 “새로운 관광주체의 형성, 지역 고유의 이야기가 담긴 체류형 관광자원의 개발, 빅데이터를 비롯한 과학적 방법의 투자 등 이번 포럼의 사례는 앞으로 지역관광 발전을 위해 준비할 것이 많음을 보여주었다. 자연관광뿐만 아니라 문화관광을 위한 휴먼웨어, 소프트웨어에 보다 많은 투자와 집중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속초시의 관광10선 사업은 올해 상도문 여행테마마을을 할 예정이다. 주민과 전문단체와의 결합, 지역 고유의 이야기가 설악산 관광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줄지 기대된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대한민국 관광 10선 강원권역 관광포럼>은 한국형 DMO 설립과 새로운 관광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본 마이즈루의 아카렌카 파크.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시 DMO ‘바다의 교토’ 사례는 속초의 구속초수협을 비롯한 근대산업유산이 어떻게 관광자원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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