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동 아바이 김상호 옹의 살아온 이야기<1> 연재를 시작하며

뉴스홈 > 인물

고향 떠나 온 고달픈 행적, 삶 휘감아

등록날짜 [ 2018년09월03일 11시51분 ]

속초 청호동에 거주하는 일흔 여덟의 김상호(사진) 옹. 그는 실향민 2세로 함경남도 북청군 출신이다. 한국전쟁 때 월남한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청호동을 지키고 있다. 그는 속초의 이방인이었지만 이제는 속초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청호동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수십 년간 어부였기에 속초의 어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속초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기에 속초가 변해온 과정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얘기해 줄 수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여러 아픔을 몸에 지닌 사람이다. 실향민이기에 고향을 떠나 온 고달픈 행적이 그의 삶을 휘감고 있다. 그는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배움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는 그의 삶을 옥죄는 올가미였다. 또한 그는 일찍 아내를 잃었다. 그리고 그는 교통사고로 인해 심각하지는 않지만 몸이 좀 불편하다.
그는 재혼을 하지 않고 홀로 노부모를 모시며 자식 셋을 길러냈다. 집안의 맏이로서 노부모를 임종까지 잘 모셨고 효자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대화 도중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그의 자식 셋은 모두 대학 교육을 받았으며 지금은 공무원 등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인정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괴로웠던 지난날을 이야기하다가도 자식들이 받아온 한쪽 벽면의 표창장들을 보며 이내 다시 웃음을 보였다.
그는 약간의 신체장애에도 불구하고 그 연령대에서 누구보다도 더 건강하다. 여든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청호동 갯배 통행료 수금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기억력도 좋아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그의 삶속에는 대한민국의 역사, 속초의 과거가 잘 담겨 있다. 따라서 그가 겪어온 삶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드러낼 수 있다. 그러한 까닭에 이 글은 그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 사회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중점을 둔다. 과거 세대를 감상적으로 미화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장을 마련할 것이다. 앞으로 이 연재가 우리의 지나온 삶과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작은 계기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