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씨어터 남호섭 대표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남 대표는 아주 어릴 적부터 연극을 접했다. 여기에는 그의 어린 시절 환경이 영향을 끼쳤다. 예전에 그의 어머니는 속초문화원 1층에 있던 커피숍을 운영했다. 연극 공연이 있는 날에는 어머니의 가게가 분장실로 사용되기도 해서 많은 연극인들이 커피숍을 찾았다. 커피숍이 연극인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어서인지 그는 어릴 적에 많은 연극을 공짜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문화회관을 놀이터 삼아 놀며 무대가 설치되는 과정부터 볼 수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3년간 연극반 활동을 했다. 중학교에서는 연극동아리가 없었지만 학교 축제나 동영상 제작 시 연기를 했다. 중학교에서는 춤에 소질을 보여 댄스팀 활동을 했다. 고등학교에서는 연극동아리와 댄스팀을 병행했다. 그는 연극, 춤 등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그가 학창 시절에 투기 운동을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중학교 시절에는 레슬링으로 도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적이 있고 유도, 레슬링, 태권도, 검도를 배웠으며 합기도와 격투기는 각 3단을 땄다.
댄스와 운동은 자신의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격투기에서 내지르는 기합은 연극 발성의 밑바탕이 됐다. 춤을 배웠기에 연극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더 넓어졌다.
그는 고등학교 때 강원도청소년연극제에서 3년 내내 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이는 그가 열성적으로 연극반 활동을 했기에 가능했다. 당시 연극반 학생들은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점심시간이면 모여서 함께 발성훈련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연습에 들어가 자정까지 몰두한 날이 적지 않았고 주말까지 연습을 한 적도 있다.
고교 시절 한번은 공연을 앞두고 간이 안 좋아 치료를 받아야 할 때가 있었다. 의사는 자칫 죽을 수도 있다고 할 정도로 심각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당시 자신을 따르던 한 후배가 교통사고로 죽은 시점이어서 감정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는 같이 연극을 준비하던 후배를 위해서라도 무대에 서려고 했고 주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연을 했다. 10대의 예민한 감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 하지만 그가 10대에 연극을 대했던 자세를 살펴볼 수 있는 일화라 할 것이다. 10대라고 하면 풋내기일 거 같지만 연극을 대하는 그의 마음만큼은 너무도 뜨거웠다.
전국연극제서 역대 최연소 연기상 수상
대학 입학에서는 우여곡절이 좀 있었다. 입시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연기로 인정받고 있었기에 자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예술학도들이 말하듯 입시와 예술은 다른 것이다. 그는 입시 준비를 제대로 못했기에 재수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재수를 하며 굴렁쇠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했다. 어릴 적부터 믿고 따르던 굴렁쇠극단 김귀선 대표와 함께 공연 현장에서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나갔다. 재수에서도 역시 자신감이 넘쳤다. 전국연극제에 강원도 대표로 나간 바 있는 현역 연극배우이기에 당연히 연극학과로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쟁이 너무 심한 곳에 지원을 해서인지 재수도 낙방이었다.
이때 그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인생의 희망을 잃고 폐인처럼 망가졌다고 한다. 진로를 바꾸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굴렁쇠극단 김귀선 대표가 다시 한 번 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에 용기를 얻어 그는 굴렁쇠극단의 <날 보러 와요>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여전히 연극을 관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했기에 많이 의기소침한 상황이었다. 그는 <날 보러 와요>가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공연 준비 과정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됐다. 극에서 범죄 용의자로 분했는데 이 작품은 강원도에서 대상을 받고 대구에서 열린 2004년 전국연극제에 진출했다. 대구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날 보러 와요>는 금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스물한 살의 연극인 남호섭은 역대 최연소로 연기상을 받았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이라고 여겼던 작품이 반전의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고 그는 세 번째로 입시에 도전한다. 실기시험장에는 수려한 용모의 연예인 혹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는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방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원하는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이제 그의 인생에 달콤한 꿈들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대학 진학 후 학교 안팎서 활발하게 활동
대학 입학 전부터 그는 이미 연극인이었기에 대학에서는 동기, 그리고 선배들보다도 좀 더 앞서 있었다. 입학과 동시에 학과의 분위기를 휘어잡는 괴물 같은 존재였다.
그는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학 입학 첫해에 고교 은사와 함께 한국교사연극협회의 <허생전> 공연에 참여했다. 그 공연에는 배우 외에도 비보이들이 참여했는데 그는 공연 준비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질적인 양측이 슬기롭게 융합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대학 신입생 남호섭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일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신뢰했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이었다. 그의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푸르른 내일을 향해 가던 청년 앞에 거대한 벽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음에 계속>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남호섭
·설악고등학교 졸업
·단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중퇴
·제22회 전국연극제
<날 보러 와요> 연기상(2004)
·제27회 강원연극제 <선착장에서>
최우수연기상(2010)
·극단 ‘소울씨어터’ 창단(2011)
·소울연기아카데미 창설(2012)
·제1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
원 특별상’(연기부문) 수상(2013)
·제34회 강원연극제 <모두 잘 지냅
니다> 우수연기상(2017)
·제35회 강원연극제 <만주전선>
최우수연기상(2018)
소울씨어터 남호섭 대표.
그는 대학에 가기도 전에 이미 연극인이었다. 2003년 <택시 드리벌> 공연.
남호섭 대표에게 역대 최연소 연기상의 영예를 안겼던 2004년 <날 보러와요>.
한국교사연극협회 <허생전> 공연(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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