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아이가 12년을 노력한 결과를 평가받기 위해 서류를 접수하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골치를 썩기 마련이다. 모두 다 그런가 싶어 옆집 철수 엄마랑 얘기해 보니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철수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기도 해서 어찌나 부럽던지…….
입시를 치르다 보면 누구나 겪는 흔한 상황입니다. 옆 집 철수처럼 모든 것이 완벽한 아이라면 별 걱정이 없겠지만, 세상일 중에 제일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이 아니던가요. 아이가 방탕하기라도 하면 매질이라도 할 의향이겠으나, 요즘 세상에 그런 부모도 드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는 자기 나름의 노력을 한 결과이니 받아들일 밖에요.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부모님들, 특히 첫 아이의 대학 입시를 경험하시는 초보 고3부모님들을 위한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첫 째는 마음가짐에 관한 것입니다. 원서는 접수 전 만큼이나 접수 후에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접수 전에는 ‘이런 대학에 보내려고 공부시켰나’하는 이유로, 접수 후에는 ‘이 대학이라도 합격해야 할 텐데’하는 이유로 근심이 가득해 집니다. 그래서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잊으세요. 두 가지를 잊으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원서 접수 전과 후에 따라 다릅니다. 원서를 접수하기 전에는 그간 아이에게 들인 공을 잊으셔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아이들보다 우리 부모들이 더 잘 압니다. 우리가 응원해야 할 것은 과정에 충실한 자세이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원서 접수 후에는 접수한 사실을 잊고 지내셔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 정시까지 가지 않고 수시에 마무리 짓는 전략으로 대학을 선정합니다.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몸이 달아 열심히 찾았을 겁니다. 그리고 백중 아흔 아홉은 그렇게 대학에 합격합니다. 마음 졸이지 마시고 그간 고생한 아이들에게 휴식 시간을 주세요. 단, 기간을 정한 후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시켜주시길. 이 기간에 갖게 된 나태한 습관은 대학교 1학년으로 이어져 자칫 등록금이 아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원서 접수 당일에 벌어질 상황에 관한 것입니다.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주기 위해 수시 원서는 기본적으로 6장을 접수할 수 있고 거의 모든 경우 6장의 원서를 접수합니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부터 하위권 학생까지 이 6장에 충분한 기회라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원하는 모든 대학 모집단위에 서류를 등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흔하디흔한 스마트폰을 비롯해 인터넷으로 UWAY중앙교육이나 진학사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든 기기를 동원해 펼쳐두고 경쟁률을 확인하다가 원서 마감 30분 전에 가장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에 ‘결제’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됩니다. 서류를 등록해 두었다고 해도 ‘결제’하지 않으면 원서는 접수되지 않으니까요.
세 번째는 플러스알파의 기회에 관한 것입니다. 4년제 대학과 별개로 전문대학 원서 접수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님은 흔치 않을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속초에서 청운대학교와 호원대학교의 존재를 아시는 부모님 역시 흔치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주 예전엔 ‘산업대학교’라는 이름을 가진 전문대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산업화 바람을 타고 산업기술을 널리 보급하고자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대학들입니다. 4년제 대학 수요가 늘며 기존 대학에 흡수되거나 아예 4년제로 변경하며 대다수는 산업대학으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렸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가 예전 삼척대학교였다는 기억을 떠올리시면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그런데, 눈치 채셨겠지만 ‘청운대학교’와 ‘호원대학교’는 4년제로 전환하였으나 산업대학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두 대학은 수시 모집 6회 제한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즉, 6장의 원서에 2장을 더해 총 8장의 원서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산업대학’이기 때문이에요. 두 대학 모두 취업률이 높은 인기학과가 많으며 중위권의 성적이면 합격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사립대학교임에도 1년 등록금이 평균 720만 원 정도로 높지 않은 편입니다. 혹시라도 한국산업기술대학교와 같은 유사 이름과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자칫 모든 합격이 취소되는 수가 있거든요. 기억하세요. ‘청운대학교’와 ‘호원대학교’는 6회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산업대학교라는 사실을요.
부모님들께서 놓치기 쉬운, 혹은 가장 곤란해 하실만한 조언을 드리려 했는데 도움이 되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부디 합격의 기쁨이 댁내에 가득해서 12월 14일에 울산바위가 무너질 듯한 함성이 속초에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김세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속초진로교육연구회가 지난 8월초 속초시립도서관에서 고교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대입 관련 특강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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