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멧돼지에 의한 농가 피해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지는 등 전국의 농가가 야생동물 피해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속초지역에서도 올해 야생동물 피해 신고건수가 크게 증가해 수확기를 맞은 농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시는 야간에 활동하는 멧돼지의 습성을 고려해 야간에도 포획할 수 있도록 열화상감지카메라를 구입해 포획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속초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초순까지 멧돼지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건수가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60여건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신고건수 46건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지금이 벼와 콩 같은 농작물이 본격적으로 무루 익을 시기여서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랑동 장천마을에서는 벼가 익어가면서 멧돼지가 출몰해 농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한 농민은 “지난 23일 논에 나가 보니 멧돼지가 논을 휘젓고 다닌 흔적이 있었다”며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논두렁 일부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 농민은 “아마도 벼가 익을 시기다 보니 멧돼지가 논에 내려온 것 같다”며 “멧돼지 때문에 1년 농사를 망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도 설친다”고 했다.
또 다른 농민은 “재작년에 엽사들이 멧돼지와 고라니를 집중적으로 포획해 지난해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는데, 올해는 벼 수확철을 앞두고 멧돼지가 나타나 마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며 “즉시 엽사를 투입해 멧돼지와 고라니를 포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업기술센터는 장천마을과 대포동 상도문1리마을에 집중되던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최근에는 조양동지역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라며, 특히 벼와 콩 등의 농작물이 무루 익는 이때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조속히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전기울타리와 그물망 등의 방지시설을 설치했지만, 점점 학습화 되는 멧돼지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어 엽사들을 조기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엽사들은 1마리당 멧돼지 5만원, 고라니 4만원의 포획수당을 받고 있다. 이를 10만원으로 올려서라도 엽사를 조기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는 또 야간에 주로 활동하는 멧돼지의 습성을 고려해 올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해 열화상감지카메라 4대를 포획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위생과는 “지난 2016년 6월 ‘속초시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보상에 관한 조례’가 개정돼 기존 10만원 이상이던 피해신고액이 금액 제한 없이 완화되면서 신고건수가 늘어난 것 같다”며 “여름철에는 수풀이 우거져 야생동물을 찾는데 한계가 있어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포획할 방침”이라고 했다.
속초시는 지난해 겨울 멧돼지와 고라니 등 60여마리의 야생동물을 포획했다.
한편,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한 다른 지역의 한 농민은 “지난달부터 멧돼지들이 옥수수, 땅콩, 고구마 등을 초토화시키고 있어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며 “농촌살리기, 농촌유통구조 개선 등의 구호는 거창하지만, 멧돼지 하나 잡지 못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