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조선소뮤지엄&살롱 대표 최윤성 씨는 산수를 못한다. 그가 산수를 못한 덕분에 청초호 곁에서 66년이란 세월을 지켜온 칠성조선소라는 오랜 장소가 고스란히 남겨졌다. 제주도에 이어 속초에도 개발이 시작되면서 땅값은 순식간에 요동을 치고, 3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와 건물들이 작은 도시에 들어서면서, 채 몇 년 되지 않아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 놓았다. 동해의 일출은 아파트로 막히고 어디서든 눈만 돌리면 바라다 보이던 설악산 대청봉과 울산바위는 이제 병풍처럼 들어선 고층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 칠성조선소는 뮤지엄과살롱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3대째 이어내려 온 칠성조선소
최윤성 씨는 3대째 칠성조선소를 이어오고 있다. 원산 출신의 할아버지 최칠봉 씨가 부산까지 피난 내려갔다가 북진하는 군인들을 따라 속초까지 왔지만 분단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이곳 청초호 옆에 정착을 한 것이 1952년이었다. 뻘밭으로 덮여있던 청초호 옆의 습지를 일일이 메워서 터전을 삶았다. 만주와 고향 원산에서 목선 만드는 목수일을 했던 것이 칠성조선소의 모태인 원산조선소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윤성 씨는 6살에 아버지를 따라 부천에서 속초로 내려왔다. 아버지 최승호 씨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칠성조선소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였다. 칠성조선소 안에 지어진 조그만 살림집에서 살면서 건조 중이던 배 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조선소 도꾸장을 놀이터인양 뛰어놀았다. 어린 시절을 보낸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이곳 조선소였다. 대학을 다니러 속초를 떠났던 윤성 씨에게 배를 만드는 일은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일인 양 내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조소를 전공했던 윤성 씨는 미국 메인주에 있는 더랜딩스쿨(The Landing School)에서 목선 공정, 수제 요트의 디자인과 제작을 공부하고 조선소로 돌아왔다. 작은 어선의 제작과 수리를 하던 칠성조선소는 속초가 작은 시골마을에서 어업을 기반으로 한 어촌마을로 바뀌어 가는 동안 한 때 십여 척이 한꺼번에 도꾸장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번성했지만, 땡볕에서 하는 힘든 노동에 대한 기피와 기업화되어 가는 어업으로 인해 소형선박을 건조하던 칠성조선소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역사 속 조선소를 함께 어울리는 놀이터로
윤성 씨가 속초로 돌아온 2013년은 칠성조선소가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때였다. Y크레프트보츠라는 회사를 만들어 카누, 카약, 요트와 같은 레저선박 제작에 뛰어들어 새로운 모색을 해보지만 레저용 선박에 대한 수요가 세월호사건과 메르스 전염으로 인해 도리어 움츠러들면서 이 시도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2017년 칠성조선소는 주문 받은 마지막 배를 내보내고, 일단은 문을 닫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윤성씨는 똑똑치 못한 산수 실력으로 고민을 시작한다.
땅을 팔고 조선소를 없애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정답의 뒤에는 꽤 괜찮은 경제적 이익이 따라올 참이었다. 하지만 속초 역사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조선소이고, 무엇보다 어릴 적 놀이터인양 뛰어놀았던 공간을 그대로 소멸시키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카페를 만드는 일은 좋아하고 좋아했던 공간을 잘 지켜내고 싶다는 생각 끝에 다다른 결정이었고 유일한 대안이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소는 그 모습 그대로를 담아 뮤지엄으로 남겼다. 모두가 오답이라고 얘기한 것을 선택한 것이다. 머리보다는 마음을 앞세웠다.
“여기 이곳 바다와 함께한 예순여섯해/ 칠성조선소의 오래된 생각/ 그리고 다시 쓰는 새로운 이야기/ 바다의 마음 마음의 바다“
이곳에서 포토로그 전시회를 열었던 이경모 사진작가의 사진 속 문장 그대로 칠성조선소는 뮤지엄&살롱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남았다. 어린 시절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머리가 이끄는 곳이 아닌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역사 속의 조선소를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 최윤성 대표의 생각이다. 마치 숙제를 받은 것처럼 무거운 마음을 던져주는 박물관 같은 곳이 아니라 조선소라는 일터와 놀이터의 느낌을 그대로 담고자 한다.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을 담아낸 카페
살롱은 조선소 옆에 있던 작은 살림집을 직접 수리해서 열었다.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들을 소중히 여겨서 낡고 작은 집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자리도 몇 개 되지 않는 곳이지만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청초호에 저녁노을이 반사되는 모습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담긴다. 집 앞의 소나무와 감나무도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오래된 감나무의 제법 깊은 그늘을 따라 요리조리 의자를 옮겨가며 앉아 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고 한 블로거는 적고 있다. 빛바랜 간판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넓은 도꾸장을 걸으며 녹슨 철길과 목침을 만져보기도 하고, 호수까지 걸어나가 물빛을 마음에 담기도 한다. 윤성 씨가 꿈꾸는 대로 이곳은 마음을 이끄는 독특한 장소로 여행객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조선소 카페라는 이색적인 매력은 여행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던져주고 있어 속초 여행에서 이제는 빠지지 않는 목적지의 하나가 되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옛 조선소의 모습을 자신을 있게 한 고마운 마음으로 간직한 카페, 윤성 씨가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이다.
장혜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3대를 이어가는 최윤성 대표와 부인 백은정 씨.
칠성조선소 살롱이 들어선 작은 집과 그 앞의 감나무와 소나무.
칠성조선소의 넓은 도꾸장
살롱의 내부 모습, 창너머로 청초호가 보인다.
칠성조선서 뮤지엄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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