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양양 출신 고 김경화 지사가 대통령표창을 받고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1920년 배화여학교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98년 만에 이뤄진 포상이다.
이번 포상은 1920년 배화여학교 만세운동을 벌인 여학생 중 김경화, 박양순, 성혜자, 소은명, 안옥자, 안희경 등 행적과 옥고가 확인된 6명에게 수여되었다. 이들은 10대 후반의 여학생들로 만세운동 당시 최연소자는 16세였으며, 운동을 주도한 김경화 지사는 19세였다.
3.1 만세운동이 있은 지 1년이 지난 1920년 3월 1일, 서울 한복판인 종로에 있는 배화여학교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태극기를 걸고 함께 3.1 독립만세운동 1주년 기념식을 가진 뒤 학교 교정과 기숙사 뒤편 언덕에서 “조선독립만세”를 외쳤다. 양양군 사현면(지금의 강현면) 광석리 83이 집인 김경화(金敬和, 1901년생) 지사는 배화여학교 고등부 학생으로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다. 김 지사는 기숙사 사감 차미리사 조카인 이수희와 함께 주도적으로 독립만세운동을 계획하고 준비했다.
당시는 3.1 만세운동 1주년을 맞아 일본 경찰이 만세시위가 다시 벌어질까봐 서울시내 곳곳에서 철통같은 경계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배화여학교 어린 여학생들은 이러한 탄압과 감시에도 아랑곳 않고 과감하게 만세시위를 벌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만세운동을 벌인 24명의 여학생은 시위 당일 종로경찰서에 끌려가 1개월 간 옥고를 치르며 취조를 당하고 보안법 위반죄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사건 1개월만인 1920년 4월 5일 경성지방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나서야 풀려났다. 운동을 주동한 김경화와 이수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다른 여학생 22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기독교 사립학교인 배재고보와 배재학당, 배화여학교 등에서 학생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당황한 조선총독부는 사건 발생 20일 만에 해당 학교의 외국인 교장을 만세사건의 책임을 물어 강제로 사퇴시켰다.
당시 배화여학교 만세운동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와 교장 강제사퇴, 공판 소식이 매일신보에 3차례나 보도되었고, 미국내 한인단체가 발행하는 한글신문인 ‘신한민보’에도 공판 소식이 보도되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 4월 독립운동으로 3개월 이상의 수형자만을 포상하는 심사기준이 완화되었으며, 그동안 관심을 쏟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 조사 검증 작업을 통해 대상이 선정됨에 따라 이번에 6명의 배화여학교 여학생 독립유공 포상이 이뤄졌다.
1919년 전국에서 세 번째로 격렬하게 만세운동을 벌인 양양지역 출신의 여학생이 1년 만에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여학교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것은 큰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일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타베이스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에 나오는 김경화 지사의 모습.
매일신보 1920년 4월 6일자로 나온 김경화 지사 판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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