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교동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을 예쁘게 꾸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미현 회장을 만나러 학교로 갔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1학년 교실 뒤편 후미진 곳에서 회장을 비롯한 세 명의 학부모들이 보였다. 아직 방학 중이라 데리고 온 아이들과 함께 놀잇길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원래 병설 유치원 놀이터였는데 안전 진단에서 철거명령이 떨어져 텅빈 공터가 된 자투리 공간이다.
정 회장은 교동초 한마음축제 때 학부모 놀이지원단 교육을 받고 놀이선생님으로 봉사를 하면서 이곳의 공간 활용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얘들아 놀자’라는 취지의 놀잇길을 기획하였다.
먼저 학교의 양해를 구하고 놀이선생님과 상의하여 놀잇길 바닥에 그릴 그림도 선택하고,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 친환경 유성 페인트와 필요한 도구를 구입하였다. 열 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이틀간 작업을 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날 차양막을 설치하였다. 다음날 놀잇길 밑그림을 그렸고, 테이프를 붙여 예행연습을 했다. 페인트 믹스는 휴일을 이용해 방국화 부회장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일하다 보니 글씨와 그림을 잘 그리는 학부모들이 있어 놀잇길 완성도를 높였다 .
드디어 정말 전문가들이 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멋지고 예쁜 놀잇길이 만들어졌다.
방학 중에 완성해서 개학 후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는 정 회장은 “더위도 힘들었지만 밑작업 그리는 것이 더 힘들었다. 특히 시멘트 바닥이 아니고 우레탄폼 블럭이라 페인트 칠을 할 때 힘을 세게 주고 붓칠을 해야 했다. 몇 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칠하다 보면 온 몸에 알이 배기고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힘을 주고 붓을 잡다 보니 손에는 물집이 잡히고, 옷에 페인트가 묻을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 딱 한가지만 생각했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누가 시켜서 했으면 절대 못했을 거라며 아이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함께 고생한 학부모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었다는 놀잇길은 계단과 이어지는 꼬부랑길과 망차기, 사방치기, 쌍달팽이, 안경놀이, 우물고누 등 전통놀이가 있다.
앞으로는 거의 교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저학년 놀이 수업을 이곳 놀잇길에서 진행할 수 있고, 누구나 편하게 사용하며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 날 것이다 .
오롯이 학부모들이 기획해서 이루어낸 힘든 과정과 수고로움이 개학 후 이곳에서 뛰어 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행복으로 보상받는, 웃음 가득한 놀이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혜성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폭염 속에 교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놀잇길 작업을 하고 있다.
교동초 자투리공간에 꼬부랑길, 망차기, 사방치기 등 놀잇길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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