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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이옥남 할머니 30년 일기책 펴내
‘아흔 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 1987년부터 쓴 일기 중 151편 묶어
등록날짜 [ 2018년08월13일 16시24분 ]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양양의 한 할머니가 30년 남짓 써온 일기를 책으로 펴내 화제다. 주인공은 양양 서면 송천리에 살고 있는 아흔 일곱의 이옥남 할머니.
이 할머니는 지난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자신의 일기 중에서 151편을 추려 ‘아흔 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할머니는 봄이 되면 투둑새 소리에 마음이 설레고, 여름이면 풀이 멍석 떼처럼 일어나 김매야 하고, 가을엔 나뭇잎과 같이 풍요롭고, 겨울엔 뭘 먹고 나는 지 걱정스럽다며 사계절을 테마로 소소한 삶의 희로애락을 전하고 있다.
특히, 할머니가 그동안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한 것들을 특유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섞어 향토색을 더했고, ‘들여다볼수록 신기하게만’을 ‘디다볼수록 신기하게만’으로 표현하는 등 구수한 양양사투리까지 가미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1922년 양양 서면 갈천리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어릴 적에 글을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돼서다. 열일곱에 지금 살고 있는 송천리 떡마을로 시집온 후 할머니는 아궁이 재를 긁어모아 ‘가 나 다…’를 쓰며 글을 깨우쳤다고 한다. 시집살이에 글쓰기가 힘들었던 할머니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나서, 도라지와 더덕 등 산나물을 장에 내대 팔아 번 돈으로 공책을 사 글자 연습을 했고, 지난 1987년부터 삶의 애환이 서려 있는 자신만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일기가 벌써 30년이라는 한 세대에 이르면서, 자식들은 물론 주변에서 진솔하고 생생한 일생을 기록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아 손자인 탁동철 교사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 책으로 펴내게 됐다.
할머니가 자신의 일기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일상에서 늘 자연과 사람을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는 한결같은 사랑이다. 그리고 정과 세월에 사무친 그리움을 붙잡기 위해 글로 남기는 순수함이 소박하지만 각박한 현 세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치유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이옥남 할머니의 책이 발간되자, 송천리 주민들은 지난달 21일 마을회관에서 작은 출판기념회를 열어 축하했다.
이옥남 할머니는 “그냥 제가 살아온 평범한 이야기를 쓴 일기가 책으로 나오게 돼 정말 기쁘고 감사할 뿐”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손자 탁동철 교사는 “늘 긍정적이시며 사람과 자연을 배려하시는 마음으로 사시는 할머니의 마음이 좋은 글로 표현된 것 같아 항상 곁에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김주현 (joo69523@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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