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레스토랑 ‘완앤송’은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그리 친절한 곳은 아니다. 우선은 식당이 자리 잡을 것 같지 않은 오래된 주택가 뒷골목에 있어서 그렇고, 대문에 새겨진 가게 이름 외에는 따로 간판을 내걸지 않아 더더욱 그렇다. 가게를 코앞에 두고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한 번 다녀간 사람들에게서 나기 시작한 입소문으로 이제는 예약 없이 가기 힘든 맛집이 되었다. ’안 가본 사람은 많아도 단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그런 소문난 핫플레이스에 완앤송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손수 꾸민 영랑호 보이는 하우스 레스토랑
완앤송은 영랑호가 굽어보이는 나즈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마당 넓은 낡은 주택에 1층은 가족이 지내는 살림집으로, 2층은 새로 지어 올려 식당을 열었다. 레스토랑 식탁에 앉으면 자그마한 창문 너머로 마당에 있는 오래된 감나무가, 그리고 그 너머로 영랑호가 보인다. 레스토랑의 주인인 젊은 부부 박재완 씨와 송지은 씨의 아이디어이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직접 설계를 하고 목공을 배우고 용접을 배워 계단을 만들고 주방을 만들고 테이블도 만들었다. 레스토랑을 손수 꾸미고 그곳에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내놓는 따뜻한 음식을 만드는 것, 이것이 젊은 부부가 꿈꾸는 하우스 레스토랑의 모습이다.
여행 다니며 직접 먹어보고 배운 음식들
‘완앤송’은 지금은 쌀국수집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브런치 메뉴가 중심이었으나, 조금씩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서 쌀국수와 커리, 그리고 분보싸오라는 누들샐러드 이렇게 단 세 가지 메뉴만을 점심에 내놓는다. 이들 부부가 직접 요리하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딱 감당할 수 있는 메뉴라고 한다. 다양한 음식을 내놓지 못하는 대신 끊임없이 메뉴를 바꿔가며 단골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할 생각이라고 한다. 베트남식 쌀국수, 멕시칸식의 디너세트, 그리고 이탈리아식 스파게티까지 이들이 내놓은 음식은 이들이 다녀온 여행지만큼이나 국적이 다양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직접 먹어보고 배워온 음식이라는 것도 이 레스토랑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경험을 손님들과 나눈다.
네팔 여행 중 만나…속초 여행 왔다 정착
여행을 좋아하는 재완 씨와 지은 씨는 네팔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하고 있던 사업을 접고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재완씨는 중국에서 티벳으로, 그리고 네팔로 넘어갔고 학생이던 지은씨는 태국 여행을 마치고 네팔을 여행 중이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리고 속초를 여행하다 우연히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급매로 나온 이 집을 발견하고 이제는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항상 마음 설레게 하던 꿈의 여행지에서 살아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속초에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이 일상으로 바뀌는 결정이었다.
속초는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는 여행지였다. 영랑동 포장마차를 좋아하고 이곳에서 먹었던 도치 알탕에 반하고 세코시도 생선구이도 항상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번잡하지 않고 ’삶의 템포가 느린 곳‘이라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고 한다. 레스토랑의 넓은 마당이 아이의 놀이터가 되고,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를 언제든 마중할 수 있고, 쉬는 날이면 언제든 장사동 해변에 나가 아이와 물놀이하고 오징어를 손으로 잡고, 영랑호로 산책을 나가고 자전거를 타고…….
영랑호 물빛 담은 수제 맥주 ‘영랑바이젠’
재완 씨와 지은 씨는 새로운 도전이 즐겁다. 매일매일 쪽창 너머로 보이는 영랑호의 물빛을 담은 수제 맥주 ’영랑바이젠‘을 직접 만든 것도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이들의 마음이다. 노트 속에는 속초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여러 수제 맥주의 레시피가 가득 하지만 아쉽게도 강릉의 양조장이 문을 닫으면서 그 꿈은 잠시 미뤄지고 있다. 속초에도 최근 몽트비어라는 수제양조장이 생기면서 새로운 도전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완앤송’이 만들고 있는 여행의 설렘을 담은 음식과 수제맥주는 젊은 부부가 만든 브랜드이며, 이 고유하고 독특한 브랜드는 속초 여행을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여행아이템이 되고 있다.
장혜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주인인 박재완 씨와 송지은 씨, 완앤송은 이들 부부의 이름이다.
간판 대신 대문에 새겨진 부부의 이름이 이곳의 상호이다.
점심메뉴 쌀국수, 손님을 위한 정성이 보인다.
마당에는 아이가 뛰어놀고, 2층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을 받고……. 하우스레스토랑의 모습이다.
자리에 앉으면 나즈막한 창문 너머로 영랑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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