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폭우·폭염·가뭄 등 재난상황에서 속초 시민들을 도와주는 재난안전지킴이가 있다. 11년째 속초시자율방재단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는 최상섭(60, 춘광건설 대표)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 단장은 재난안전관리 공로를 인정받아 방재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지난 6일 새벽에 내린 폭우 응급복구작업으로 동분서주 했던 그를 자율방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폭우 몰아 쳤던 8월 6·7일 일기
6일. 새벽 4시부터 속초지역을 1시간여 순찰했다. 시청 상황실에 들려 상황파악을 하던 중 장천이 범람해 제방도로가 위험한 것을 알게 되었다. 긴급하게 재난안전선을 설치한 것이 오전 6시였다. 이어서 목우재 방향으로 시찰을 하던 중 척산게집 위 도로가 유실 직전이어서 시청 건설과에 안전조치를 통보하였다. 설악동 현지 관찰 후 속초시자율방재단에 비상연락을 취한 것이 7시 52분이다. 이후 시청 상황실과 소통하며 50여명의 안전지킴이 인력배치 등 응급 재난관리에 들어갔다.
7일. 인제·정선·양구·화천·철원 등 강원도 지역 자율방재단이 속초시 방재단과 함께 응급복구에 나섰다. 철원 방재단은 새벽에 출발하여 8시 45분에 속초에 도착하였다. 정선 자율방재단에서는 포크레인 1대를 지원하여 물에 젖은 목재를 들어내기도 하였다. 지하 2층 찜질방의 물에 젖은 매트를 꺼내 올리는 작업도 했다. 매트 하나 무게가 30㎏에 이른다. 그 양이 무려 300여개나 됐다. 청호동에선 연탄난방 주택 7곳이 침수되었다. 가재도구와 물에 젖은 연탄 3천여장을 자루에 담아 꺼내는 작업을 했다. 장비가 들어갈 수 없는 설악동과 영랑동 주택들의 토사 및 가재도구들은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반출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거나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날만 속초 35명, 타시군 27명, 포크레인 1대가 동원되었다.
속초시자율방재단과 함께 한 11년
최상섭 단장은 속초시자율방재단 창립단원이다. 2008년 창설 때부터 4대째 단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강원도 자율방재단 연합회장을 3년째 맡고 있기도 하다.
자율방재단은 재난상황시 행정의 부족을 도와주는 민간단체로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법정단체이다. 속초는 10개 단체(전문건설협회, 한국산악회 설악구조대, 아마추어 무선통신 속초지부, 둥지봉사회, 속초시 안전봉사회, 속초모범운전자회, 속초 비전21, 지구촌 재난구조단, 안전모니터 봉사단, 포순이 봉사단)와 개인회원 등 총 16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간 2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지만 유류비와 구호물품구입, 장비구입 등의 비용으로 쓰기에도 빠듯하다. 각자 생업을 가진 단원들의 무보수 봉사와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다.
속초시 자율방재단은 오로지 속초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2017년에는 강원도 지역 18개 시·군 자율방재단 중 최우수 방재단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속초시 안전방재과와 융화가 잘 되고 있다. 속초시는 전국 최초로 재난안전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6~7월에는 계곡탈출 구조훈련을 한다. 행정기관과 함께 민간단체인 자율방재단도 구조의 한축을 담당한다. 계곡 등 야영객들이 고립될 경우 골든타임에 구조하기 위함이다. 심폐소생술 강사자격을 소지한 단원이 20명이다.
지난 봄 가뭄에는 1톤 트럭 10대가 하루 10회씩 100대의 물을 24일 동안 콘도에서 하도문 취수장으로 옮겼다.
올 여름 폭염에는 주요 거점 버스 정류장 2곳(서독약국 부근, 노학동주민센터 앞)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생수를 나눠줬다. 경로당 등에는 부채 3천개를 배포했다.
타지역 지원활동도 활발하다. 포항 지진해일 지원,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울산 치바태풍 지원 등 여러 가지 지원활동을 했다. 치바태풍 때는 일주일 동안 3회나 울산을 오가며 봉사했다.
4대가 함께 살아…가족이 든든한 후원자
최 단장은 지난 5월 25일 방재의 날에 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방재의 날은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자연재난이나 사회재난 등에 대비한 재해예찰활동, 복구활동, 안전홍보활동 등의 실적이 평가에 반영되었다.
팔순 어머니와 아내, 아들 내외, 손자·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교동(만천동)에서 태어나 군생활 7년 외에는 속초를 떠나본 적이 없다. 속초가 정말 좋다. 아내는 그의 직업이 회사가 아니라 방재단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아내도 방재단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아내가 이해해 주고 지원을 많이 해준다. 수해복구시 단원들이 입었던 조끼 50벌도 세탁해 주었다. 가족들이 든든한 후원자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살고 싶다. 두 아들을 보며 바르게 살려고 한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봉사에 희열을 느낀다. 재난 현장이더라도 일할 때는 신나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짜증내지 않고 즐겁게 일해야 사고도 안 나고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은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속초시자율방재단원들이 지난 6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주택의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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