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둘러싼 자연 환경은 오래도록 예술의 모티브나 소재가 돼왔다. 인간의 손길로는 만들어내기 힘든 아름다움과 패턴, 규칙은 인간의 감각을 압도하여 감수성을 자극하고 이는 예술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지곤 한다.
우리 지역의 설악산도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설악산을 소재로 한 문학과 미술은 예로부터 적지 않았다. 오늘의 주인공 임흥빈 작가는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담는 사진가이다.
임흥빈 작가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애초에는 사진이란 매체에 대한 호기심보다 설악산에 대한 애정이 더 컸던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가 마흔을 넘겼을 때에 설악산의 진면목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그에게 설악산은 그저 가까이 존재하는 지역의 명산일 뿐이었다.
임 작가가 2015년에 출간한 사진집 <설악 : 언제나 그대 품속을 그리며>에는 그가 설악산에서 느꼈던 경이로운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산을 다니면서 초록빛 물감이 번지기 시작하고 향기로움 물씬 풍기는 따스한 봄날 마른 땅에서 새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푸는 것이다.”
일상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들이 그에겐 특별하게 다가왔고 그런 남다른 느낌이 그를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었다.
설악산 알리기 위해 사진 선택
임흥빈 작가는 40년째 속초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00년대 초에 시청 산악회 활동을 시작하며 매주 설악산을 올랐다. 그렇게 자주 가게 되니 설악산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멀리서 바라보던 산과 직접 힘들게 걸으며 느끼는 산은 천지차이였다. 산속에서 바라본 설악산은 계절마다 그 모습을 달리했고 각 시기별로 특징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설악산을 세계의 이름 있는 산에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오히려 그 산들보다 더 멋진 산이란 생각에 이러한 설악산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지금까지 살면서 백두산,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 소백산 같은 우리의 명산뿐 아니라 일본 히다산맥, 중국 황산, 우링산맥,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같은 아시아의 산들, 그리고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에 있는 유럽의 산들도 다녀온 바 있다. 그런데 그가 가본 많은 산들 중에서도 그는 설악산이 단연코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은 주관의 영역이기에 이 말은 지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담긴 말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폭넓은 견문들 속에 내린 결론이라 왠지 믿어버리고 싶은 말이기는 하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설악산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한 수단을 고민하다 사진을 선택하게 된다. 작가가 산악회 활동을 시작한 지 2년 정도가 지난 뒤였다. 중년의 나이에 그는 새로운 취미를 자신의 삶에 더했다. 그러나 이 취미는 얼마 안 가 취미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필름 카메라로 시작했다. 요즘이야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 화질이 많이 개선돼 일부러 필름 카메라를 찾는 경우가 잘 없지만, 그가 사진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까지도 사진을 하는 사람들 중에 필름 카메라를 선호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마미야 645’를 구입해 사진관을 하는 친구에게서 기본적인 사진 지식을 배웠고 독학으로 하나씩 깨쳐 나갔다. 그의 새로운 공부는 진도가 빨랐고 이내 ‘청출어람’이 됐다.
그런데 필름으로 사진 찍는 일은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기에 자신이 사진을 제대로 찍고 있는 건지 알지 못한 채로 하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필름을 카메라에 제대로 감지 못해 실컷 찍고도 한 장도 건지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5년 정도 필름 카메라로 계속 작업을 했고 2009년에야 비로소 디지털로 옮겨가게 됐다.
‘제16회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
본격적으로 설악산 사진을 찍은 지 몇 해 되지 않았을 때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산악사진을 잘 찍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들 같으면 아직도 초보자 소리를 들을 때쯤 그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2009년 1월에는 한국산악사진가협회에 가입해서 산악 사진가들과 교류하며 전문작가로서의 입지도 구축해나갔다. 공모전 참여도 활발히 해서 ‘산사진공모전’ 등에서 수상경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의 공모전 참가는 요즘도 계속 되고 있다. 작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최한 ‘제16회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에서 ‘공룡능선 노을빛’이란 작품이 대상작으로 선정돼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우리 지역의 여러 관공서에서 볼 수 있다. 속초시의회, 속초해양경찰서,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속초경찰서 등에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속초시립도서관 3층 복도에는 그의 사진 작품 여러 장이 상시적으로 전시돼 있어 그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품었던 그의 바람대로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뜻한 바를 이뤄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임흥빈>
·속초 출생
·속초고등학교 졸업
·경동대 행정학과 졸업(사회복지사)
·속초시 공무원(1979~현재) - 기획감사실장 등 역임
·한국산악사진가협회 감사, 전 이사
·국립공원사진공모전 우수상(2013), 입선(2014), 대상(2017)
·공무원미술대전(20회, 21회, 24회) 입선 등
·한국산악사진가협회 정기전
·국립산악박물관 개인전 <설악 언제나 그대 품속을 그리며>(2015)
·작품 소장처 – 속초시의회,
속초경찰서, 속초시립도서관 등
<다음에 계속>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산악사진가 임흥빈 작가.
2017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최 '제16회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 대상작 ‘공룡능선 노을빛’.
속초시립도서관 3층 복도에 상시적으로 전시돼 있는 작가의 작품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