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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업실<6> – 속초예총 정봉재 회장(하)
작가의 또 다른 작업, 미술 강의
등록날짜 [ 2018년07월30일 11시05분 ]

초여름의 어느 날 오전 10시, 속초교육도서관 평생교육실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이곳은 정 작가의 또 다른 작업실이다. 정 작가는 여기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미술 강의를 하고 있다. 미술 작업을 하지는 않지만 또 다른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곳 외에도 간성도서관 등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평일 오전이라 강의에 참석한 이들은 주부들이 주를 이뤘지만 중년 남성도 눈에 띄었다. 수강생들이 다 도착한 후 가장 마지막에 정봉재 작가가 꽈배기를 들고 등장했다. 정 화백은 강의실에 오자마자 클래식 음악을 틀었고 이미 작업을 시작한 수강생들의 그림들을 하나씩 바라봤다. 그러면서 한 명씩, 한 명씩 지도해나갔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자 일어나 보세요.” 정 작가가 수강생의 자리에 앉아 직접 연필을 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한 명에게 설명하는 동안 다른 이들이 자신의 그림을 멈추고 작가의 등 뒤로 몰려들었다. “여기는 반사광이에요. 이걸 약하게, 그 낌새 정도는 표현해줘야 합니다.” 작가는 수강생들에게 미묘한 것들을 잘 잡아낼 것을 주문했다. “하얀 정물에 그늘, 그림자, 때들이 몰려서 보이는데 이런 것들을 구분해야 합니다.” 작가는 계속해서 꼼꼼한 관찰과 세밀한 묘사를 수강생들에게 강조했다.

미술이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하길 바라
강의실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수강생들은 한참 그림을 그리다가도 꽈배기 하나씩 먹으며 여러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월드컵 이야기도 나왔고 여행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정봉재 화백도 이 담소에 참여해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했다. 어떤 이들은 시시콜콜한 잡담을 이어갔지만 강의실 전체의 분위기는 산만하지 않았다. 대화를 하는 중에도 눈과 손은 그림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수강생들이 자신의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다 다시 가까이서 보며 자신만의 작품을 고민하는 표정들은 진지해 보였다. 가볍지도, 그리고 심각하지도 않게, 강의실의 분위기는 균형을 잘 맞춘 듯 보였다. 꽈배기는 정감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정 화백이 의도적으로 배치한 소품이었다.
“강의실에서 수강생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죠.”
정 화백은 자신의 수업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수업을 할 때면 자주 빵을 사가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미술을 삶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수업 시간에 오로지 그림에만 집중하다 보면 사람들이 지칠 수 있는데 정 화백은 이를 경계한다.
“저는 수강생들과 친해지려고 합니다. 그림을 먼저 그리려고 하지 않아요. 이게 결국에는 교육을 더 잘되게 하더군요. 그리고 수강생들이 미술을 즐기게 하고요.”
젊은 시절부터 오래도록 미술 교육을 해온 작가의 경험이 묻어나는 얘기이다. 또한 이 말에는 미술이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작가는 교육에 있어 사람들이 미술을 어렵지 않게 여기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생활미술’을 권한다. 조그만 노트에다가 자신이 경험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릴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가령 여행지에서 멋진 경치를 보면 사진을 찍기보다는 그 현장에서 그려보라고 한다. 하나의 대상을 그리려면 잘 관찰해야만 하고 그렇게 하면 더 잘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는 사람들에게 경찰서, 부두, 골목길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도 그려 보라고 얘기한다. 여기에는 우리 지역에서 옛 정취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작가의 아쉬움이 담겨 있다. 요즘 지역 곳곳이 개발로 인해 예전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지역의 모습을 그림 속에 담으면 그곳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관심 증대가 우리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보고 있다.

지역 풍경·인물 많이 그려
그런데 이러한 권유는 타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정 화백은 평소에 지역의 풍경을 많이 그린다. 작가의 최근 작품에는 속초중앙시장, 영랑동 바닷가, 구 속초수협, 간성향교, 거진시장, 조도, 실향민 문화축제 등 지역의 풍광을 담은 그림이 많다.(작가의 인터넷 커뮤니티 페이지 참고 – ‘플리커(www.flickr.com)’에서 ‘ssaapa chung’ 검색 – 웹페이지 주소 https://www.flickr.com/photos/151702488@N03/) 평상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 해안에서 고기를 손질하는 노인, 약간은 슬퍼 보이는 노점상 등 그림 속에는 사람들도 보인다. 실향민문화축제 행사장 뒤로 고층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모습은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들 그림에서는 우리 지역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엿보인다. 또한 작가가 자신의 논문에서 얘기한 ‘시대와 교감하는 정신’이 그림 속에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작품에서는 시대와 교감하는 정신을 조금은 충격적인 방식으로 드러냈다면 지금은 그러한 정신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은은하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어떤 작가들은 지향 가치나 작품이 가진 의미보다 형식미와 파격적 시도에만 중점을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 화백은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다르다. 정 화백은 자기만의 예술 세계에 갇히기보다 우리 지역의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가고자 하고 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논문에서 언급했던, ‘인(仁)의 도(道)’를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끝>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실향민 문화축제 행사장. 그 뒤로 한창 건설 중인 고층아파트.
정봉재 작가가 수첩에 그린 구 속초수협.
영랑동 할머니들.
강의 중인 정봉재 화백.
화기애애한 강의실 분위기. 그 와중에도 수강생들의 눈과 손은 그림을 향해 있다.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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