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무더운 여름날 만난 청대상단의 박정근 대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청대상단의 사업 계획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청대상단에 대한 관심에 살짝 상기된 표정이었다.
청대상단은 속초의 청년보부상 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고정된 곳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보부상처럼 여기저기 이동하며 상업 활동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5월에 조직돼 아직은 얼마 되지 않은 따끈한 신생 단체이며, 창업을 희망하거나 준비하는 39세 이하의 청년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경제활동 길을 모색 중이다.
‘청대상단’이란 명칭에서 ‘청대’는 ‘청년대박’의 줄임말이기도 하고 푸를 청(靑), 집터 대(垈), 곧 푸른 터, 푸른 바다가 펼쳐진 속초를 뜻하기도 한다. 속초에서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청대상단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20~39세의 청년을 언제든 환영하며, 둘째, 속초시 물품을 우선시하고, 셋째, 수익의 일부를 사회로 환원한다는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지역과 사회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청대상단은 기획팀, 홍보팀, 보부상 이렇게 세 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기획팀과 홍보팀은 매일 오전에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에서는 창업자들의 역량을 점검하고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은 고객만족, 기업의 사회적 공헌 등 각 구성원들의 담당 분야 지식을 활용하여 내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향후에는 외부 전문가를 초청한 특강도 계획 중이다. 그리고 회의에서 점검된 사항을 바탕으로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하루의 주요한 일과이다. 상권을 분석하고 법령을 검토하여 정리 후 창업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보부상단은 아바이마을 주말장터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보부상의 영업은 푸드트럭과 푸드바이크를 통해 이뤄지는데 청대상단에서는 이들의 영업활동에 그들만의 특징을 한 가지 더했다. 보부상의 영업과 함께 공연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판매와 축제를 결합한 것이죠. 다른 말로는 ‘청년상인+축제’라 할 수 있습니다. 볼거리와 먹거리를 한곳에서 즐기자는 것이죠. 관광지인 속초의 특성을 살려 이러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청대상단이 가는 모든 곳을 축제로 만들고 싶어요.”
청대상단 박정근 대표의 말이다.
청대상단을 이끌고 있는 30대 초반의 박정근 대표는 원래 공연기획을 하던 청년이었다. 그는 한때 서울의 공연기획사로 스카우트될 기회도 있었지만 속초에 남아 자신의 꿈을 펼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청대상단이란 아이디어는 이런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청대상단에 모인 구성원들은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 제작, 디자인, 영상 제작, 공연 및 공연기획, 시설안전 업무 등 청대상단의 운영에 필요한 경험을 갖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공연과 청년보부상 영업이라는 청대상단의 특징에 긴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많은 시련을 겪고 있듯이 청대상단에 모인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아픔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잠깐 동안 이들의 사연을 얘기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씩씩하던 청년들의 표정이 약간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현재 청대상단의 이사를 맡고 있는 김수정 씨는 속초를 떠나 서울 생활을 하다가 다시 돌아온 경우이다. 그는 속초에서 일하던 관공서의 통폐합으로 해고되는 바람에 속초를 떠났었다. 서울에서는 취업준비도 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시 속초로 돌아와서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한 그의 표정은 굉장히 밝았다. 무언가 미래에 대한 희망에 들뜬 모습이었다. 김 이사는 “더욱 많은 속초의 청년들이 청대상단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향후 청대상단의 활동은 한층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에 푸드바이크가 2대에서 5대로 늘었고 이를 통해 공연을 펼치는 것도 더 수월하게 됐다. 여러 대의 푸드바이크가 자연스럽게 공연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청대상단의 구성원들은 한목소리로, ‘청년들이 본받을 수 있는 멋진 어른들’을 더 많이, 더 자주 볼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이구동성으로 “속초에서 행복하게 먹고 살 수 있길 바란다”는 소원을 얘기했다. 이광호 객원기자
청대상단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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