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조성한 공원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설악해맞이공원을 비롯해 엑스포공원, 수복기념탑공원, 영랑호공원, 신포마을공원, 곧 만들어질 만리공원 등과 각종 쌈지공원들이 소재해있다. 요즘 부쩍 이해관계자들의 공원조성 요구가 거세다. 문화예술공원뿐 아니라 안보 공원, 나아가 시민헌장탑과 수복기념탑 이전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속초문화예술공원 조성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우선 문화예술 공원 조성의 필요성을 타 시군의 사례를 통해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안동·군산·강릉 시비공원 사례
#1. 지난 2010년 안동예총은 안동 ‘예술의 전당’ 뒤 벚꽃 길에 지역출신 시인들의 시비를 1년에 하나씩 세우는 사업을 기획했다. 추후 ‘문학의 거리’를 만든다는 취지에서였다. 안동시가 민간경상보조금예산으로 안동예총에 1년에 900만원을 보조하고 실제 사업은 안동문인협회가 주관해 시인 선정과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시인 선정기준은 안동출신 현대시인 중 작고한 시인을 우선하며 생존한 시인이라도 자타가 인정하는 문학적 성과를 쌓은 시인을 안동문인협회가 추천해 결정한다. 2011년 첫 해엔 이육사, 2012년엔 권정생, 2013년엔 김종길, 한 해 건너 2015년엔 유안진의 시비가 세워졌다. 이육사와 권정생은 작고했고 김종길과 유안진은 생존해 있다.
#2. 군산문인협회는 지역의 대표적 향토시인인 이병훈 시인을 기리는 시비 건립사업을 위해 시비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 성금을 모금하고 군산시에 유원지 내 부지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관광지 조성계획 등에 따라 시비 건립이 어렵고, 10여개의 각종 비(碑)들이 난립해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반려했다. 결국 군산 시민공원 내에 조성한 ‘진포詩碑(시비)공원’에 국내 시인 시비 14기를 조성했다.
#3. 강릉 경포호변 시비공원엔 강릉출신 시인들의 작품들이 각양각색의 돌에 새겨져 있고, 시비들 사이에는 역시 강릉출신 조각가들의 조각 작품들이 배치되어있다. 시비가 세워진 호안 길을 들어가면서 김동명(수선화), 박기원(진실), 박인환(세월이 가면), 최인희(비 개인 저녁), 최도규(교실 꽉 찬 나비), 김유진(아침에), 이영섭(고향 얘기), 김원기(산위에서), 엄성기(꽃이 웃는 소리), 정순응(강문어화) 순으로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와 같이 3개 지역의 사례를 통해 볼 때, 문학의 성공은 좋은 작품, 불후의 명작을 남기는데 있는 것이지 시비 유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학의 성공 여부는 작가가 사망하고 최소한 50년 후에 후인들이 그의 작품을 기리느냐 않느냐에 맡겨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900만원으로 한 편의 시를 돌에 새기기보다 죽기 전에 그만한 돈으로 시 전집을 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또한 시비공원이란 이름으로 시비를 일률적으로 배치하니 멀리서 보면 묘비들이 즐비한 것처럼 보이고 그 작가의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생뚱함마저 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강릉 경포호변 시비공원의 경우 조성이후 강릉시의 관리주체가 자주 바뀌면서 체계적인 관리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작품 모티브가 된 장소에 시비 건립
경남 통영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인 유치환,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상옥, 시인 김춘수 등의 시비를 시내 요소요소에 건립했다. 통영시는 시비 건립사업으로 전국의 문학도는 물론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고 있다. 통영시는 시비 건립과 관련해 그 위치나 모형 등을 ‘통영시 유명예술인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심의를 해오다, 이젠 이사 20명으로 구성된 민간단체인 ‘통영 예술의 향기’가 지역예술인의 기념비 건립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모여 건립여부를 결정하고 건립이 의결될 경우 시민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전개해 사업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통영 예술의 향기’는 한 달 2만원씩 회비를 적립해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출신 문인으로 충분히 선양될 예술인인데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건립사업에 애로를 겪으면 신문방송을 통해 이 예술가에 대한 업적과 선양이유를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널리 알리고 대대적인 홍보활동도 전개한다.
특히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장소에 시비를 건립해 시민과 관광객들의 이해도를 높인다. 실제 통영 중앙우체국 하면 유치환의 시 ‘행복’이 떠오른다. ‘행복’이라는 시는 통영 중앙우체국 창문을 통해 건너편 수예점 유리너머 속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연인을 바라보며 연애편지도 부치고, 즉석에서 떠오르는 시의 모티브도 종이쪽지에 메모해 다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영 중앙우체국 앞 우체통 옆에 유치환의 시 ‘행복’ 시비를 세우니 바로 시심이 연상되는 것이다.
이수영 속초예총 사무국장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군산시 진포시비공원 / 국내 시인 시비 등이 공원이라는 한 공간에 건립돼 자칫 차별성이 없는 묘비를 연상시킨다는 민원을 받고 있다.
통영시 중앙우체국 앞 유치환 시비 / ‘행복’이라는 시는 통영 중앙우체국 창문을 통해 건너편 수예점 유리너머 속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연인을 바라보며 연애편지도 부치고, 즉석에서 떠오르는 시의 모티브도 종이쪽지에 메모해 다듬은 것으로 있다. 통영 중앙우체국 앞 우체통 옆에 유치환의 시 ‘행복’시비를 건립하니 바로 시심이 연상되는 것이다.
통영시 김춘수 시인의 ‘꽃’ 시비 / 통영시민문화회관이 있는 남망산 공원 입구에 세워진 김춘수 시인의 대표 시인 ‘꽃’ 시비 모습.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볼 수 있도록 위치를 고려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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