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이 주도하는 ‘삼성 포위의 날’이 지난 4일 서울 강남역 앞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속초 출신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으로 희생된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와 황 씨의 활동을 지원하는 속초·고성·양양 지역민들의 모임인 ‘황상기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회원들도 함께 참여했다.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설립된 사회단체로 2007년 발족 후 삼성 반도체 직업병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황상기 씨는 반올림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5년 9월 삼성전자는 ‘삼성직업병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무시하고 피해자를 선별, 보상하는 자체 보상위원회를 구성했고 그해 10월 반올림과의 대화를 단절했다. 이에 반올림이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이 농성은 지난 2일로 1,000일을 맞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올림을 비롯한 시민사회로부터 여전히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결정했지만, 아직도 삼성전자는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를 대며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연인원 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과 문화제를 진행하고 삼성그룹 본사 건물을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황상기 씨는 연단에 올라 “노동자는 노동자가 될 준비가 된 상태에서 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노동안전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노동안전과 노동권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속초 주민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최정화 씨는 “삼성 본사 건물이 굉장히 큰데 이를 둘러쌀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시민이 와서 놀랐고 직업병 피해자의 가족이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에 감동을 받는 모습에 울컥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고 황유미 씨는 속초 출신으로 속초상고(현 설악고) 3학년 재학 중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가 1년 반 만에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2007년 3월 세상을 떠났다. 황 씨의 죽음을 계기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삼성 계열사에서 일하다 병에 걸렸다고 반올림에 제보한 피해자는 320명이며 이 중 118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99명이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는 29명에 불과하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삼성 포위의 날’이 지난 4일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열렸다. 속초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직업병으로 희생된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가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반올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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