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Gardens’.
속초시 중도문길 24에 있는 정원 디자이너 오경아 씨(52) 집의 대문 문패이다.
도문(道門)이란 이름의 유래를 알고 이곳에 자리 잡았을까? 도통의 문이 열린 곳, 수도객들이 도를 닦기 위해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 도문이라고 한다.
지난 2014년 속초에 있던 병원의 정원을 디자인하면서 오가다 중도문에 있는 100년 넘은 한옥을 알게 돼 1년 동안 남편 임종기씨가 세월의 흔적은 그대로 두면서 집을 개조해 도문에 들게 되었다고 한다.
“줄곧 서울에서 살았어요.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영국 유학길에 올랐죠. 영국 에섹스대학에서 조경학 박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후, 서울이 아닌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하고자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정원 디자인을 의뢰받아 속초에 왔다가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 마음을 빼앗겼죠. 또 다른 이유는 속초의 온화한 기후예요. 식생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오경아의 ‘속초정원학교’ 운영
정원은 우리 삶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치유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조차도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희망을 주는 장소라고 오경아 씨는 강조한다. 가든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정원에 어떤 나무를, 어떤 자리에, 어떤 구조물과 함께 설치한다는 등의 세세한 것들을 도면으로 표현하고 이 도면을 바탕으로 원활히 정원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오씨는 설명한다.
그는‘속초 정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원학교에서는 주로 가든 디자인의 기초를 8회 특강으로 배우는 ‘가든 디자인 전문가 과정’과 6개월 과정(1개월에 1회)으로 매달 일어나는 정원 일의 노하우와 원예 기초를 배우는 ‘심화 원예과정’, 그리고 비정기 1회 단발성 특강으로 초보자를 위한 원예와 정원디자인의 입문을 배우는 정원특강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강의는 1박2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 정원은 서양 정원과는 달라요. 다른 나라 정원과 견주었을 때 우리나라 정원은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해요. 서양 정원은 자신의 공간에 식물을 인위적으로 끌어들여요. 인위적인 형태인 셈이죠. 그러다보니 식물을 키우기 위한 재배 기술, 문화가 발달했어요. 우리나라 정원은 안과 밖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아요. 바깥의 자연을 안으로 들이기 위해 담장을 낮추거나 시야를 틔워요. 자연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죠. 자연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했으니 식물을 키우는 재배 노하우가 따로 필요 없었죠. 하지만 주거 형태가 변함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서양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게 되었어요. 그들의 재배 방법을 배우려는 이들도 자연스레 많아졌죠. 그래서 정원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
오 씨는 정원 디자인을 배우려는 수강생이 많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또 대부분 정원 디자인을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원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몇 가지 원칙만 잘 지킨다면 정원을 디자인할 수 있어요. 공간과 식물의 조화를 생각해봐야 해요. 지금 이 공간처럼 100년 넘은 한옥에 모던하고 심플한 정원을 가꾼다면 조화롭지 못할 수 있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식물의 지속 가능성이에요. 식물이 오래도록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죠. 식물을 데리고 오기 전 관리방법,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등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여기에 마지막으로 식물에 무한한 관심을 준다면 정원 디자인이 완성될 거예요.”
정원 관련 책 여러권 펴내며 명성 쌓아
오경아 씨는 영국 왕립식물원인 ‘큐 가든’에서 1년간 정원사로 실전경험을 하며 써낸 에세이 <소박한 정원>을 비롯해 <영국 정원 산책>, <정원의 발견>, <정원 생활자> 등을 펴내 정원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의 정원 작품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마을정원, 2014년 그린라이트, 그린 힐링, 한글정원 등이 있다. 지난 2014년 5월엔 평택시 경기문화재단 주최 ‘마을이 꽃이다’의 연출과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남편 임종기 씨와 사이에 수빈, 형빈 두 딸을 두고 있다. 이수영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정원 디자이너 오경아 씨.(사진제공 임종기씨)
속초시 중도문에 있는 오경아 씨 집 정원 모습.(사진제공 임종기 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