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실향민문화축제 북한음식 체험관에서 평양냉면과 돼지국밥 시식을 맡은 이명애(49) 진미가푸드 대표는 탈북민 출신의 북한전통음식 명인이다.
지난 2011년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이 대표는 2013년, 2014년, 2016년 민족전통요리경연대회에서 연거푸 금상을 수상했고, 2016년 ‘세계음식문화연구원’과 ‘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의 심사로 북한전통음식 대한민국 명인 3호로 선정됐다. 그 해 한 케이블채널의 유명 요리 서바이벌 쇼인 ‘한식대첩 시즌4’에 북한팀 대표로 출연해 지역을 대표하는 국내 요리 고수들과 한식 경연을 펼치기도 했다. 탈북 후 서울 영등포에서 ‘양반찹쌀순대식당’을 운영하다, 도시락 전문업체 진미가푸드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실향민문화축제에 참여한 이 대표를 축제 마지막날인 지난달 24일 행사장에서 만났다.
-평양냉면 인기가 많은데 얼마나 나갔죠.
“한 2,000인분 나간 것 같아요.”
-탈북민으로서 실향민문화축제에 참가한 소감이 남다를 텐데요.
“제 고향이 북한의 강원도 원산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강원도에 온다는 자체가 너무 마음이 설레요. 실향민문화축제를 열고 실향민들의 애환을 알아주는 속초가 너무 고마워요. 작년과 달리 올해는 행사 규모도 커지고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 즐길거리가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실향민축제가 계속 되겠죠? 매년 이맘때가 되면 기다려질 것 같아요.”
-평양냉면은 어디서 배웠어요.
“원산에서 냉면집을 했어요. 그래서 별로 큰 어려움 없이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평양냉면이 지금 효자상품으로 뜨고 있네요.(웃음) 사실 강원도 사람들은 함흥냉면에 더 익숙해져 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평양냉면을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요. 메밀이 많이 들어가 있어 구수하고 육수가 맛있다고 그래요.”
“북한에선 고명으로 김치 올려줘”
-다른 지역 축제에도 가시나요.
“부산에도 가고 특히, 양평군의 김치축제에 많이 갔어요. 축제에 가면 냉면을 자주 하는데, 속초에 와서 하는 냉면은 저에게 별다른 것 같아요.”
-속초가 아무래도 실향민이 많은 도시라 느낌이 다르시겠죠.
“달라요, 많이 달라요. 저도 북한 고향을 떠나 여기 와보니까, 실향민이나 탈북민이나 뜻은 똑 같은 것 같아요. 고향을 등지고 왔으니까요. 맘이 짠해요. 빨리 통일 돼서 고향에 못 가본 한을 풀었으면 하는데, 우리 남북 간의 관계가 지금처럼 잘 되고 물꼬가 잘 트여서 빨리 통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차이가 있는데요.
“함흥냉면은 추운 고산지대에서 감자가 많이 나오니까, 감자녹말로 만들고, 평양냉면은 평안도 지역의 넓은 광야에서 재배한 메밀의 껍질을 벗겨내 만들어요. 함흥냉면처럼 질긴 맛은 없지만, 메밀로 만들어 구수하죠. 이번에 와 보니 속초에도 평양냉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 놀랐어요.”
-육수를 어떻게 내시나요.
“소고기와 동치미로 육수를 냈어요. 원래 막국수는 동치미로만 국물을 낸다고 들었는데요, 평양냉면은 닭고기도 괜찮고 소고기도 괜찮고 고기 육수에다 동치미를 섞어서 먹어요. 정말 맛있어요.”
-시식해보니 평양냉면에 김치가 들어가더라고요.
“북한에선 냉면에 고명으로 계란이랑 김치를 올려줘요. 여기오니까 무, 배, 오이, 소고기를 얹혀 주는데, 시식이지만 북한식처럼 김치를 올려줬어요.”
“빨리 통일돼서 집에 가봤으면…”
-실향민문화축제에 또 오실 건가요.
“(웃음)불러만 주면 또 올 의향이 있어요.”
-속초는 가끔 오세요.
“휴가 때 왔어요. 속초하고 강릉을 오가며 3박4일 보냈어요. 고향이 북한의 강원도라 그런지 모르지만, 아무튼 휴가철이고 시간 있으면 강원도 쪽으로 오게 되지 다른 쪽에는 가게 안 되더라고요. 뭔가 끌리는 자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끝으로 한 말씀 해주시죠.
“제가 한국 와서 처음에 12평짜리 조그만 냉면집을 해가지고 2년 7개월만에 지금 하는 큰 도시락공장을 샀거든요. 얼마 전에는 롯데홈쇼핑에서 평양냉면을 론칭해 완판했어요. 이젠 터를 잡아가고 보니까, 제가 처음 왔을 때 힘들 때의 초심을 잃지 말고 우리 직원들에게도 잘하고, 이런 데 오면 어르신들을 내 어르신처럼 잘 모셔야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새로 오는 우리 탈북민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게 잘 살아야죠. 배워도 주고 일자리 창출도 많이 해주고 다 같이 잘 살아야죠, 최종 목표는 빨리 통일이 돼서 집에 가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소원입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북한전통음식 명인 이명애 진미가 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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