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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가 만난 사람 /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참가작 극단 소울씨어터 ‘만주전선’ 연출 최귀웅
“남호섭을 자유롭게 무대 위에서 뛰어놀게 해주고 싶었어요”
등록날짜 [ 2018년06월25일 14시11분 ]

극단 소울씨어터의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참가작 <만주전선>의 연출 최귀웅(34)을 만났다. 그는 서울 출신 배우로 소울씨어터의 대표 남호섭(35)과 대학교 동기다.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지만 서울에서 극단 생활을 하며 스텝과 연출부 일을 많이 맡았고 자연스럽게 연출작업도 하게 됐다. 대부분 연기를 하며 살고 있지만 남호섭과의 인연으로 제35회 강원연극제에 <만주전선>의 연출로 참여해 대상을 수상, 오는 30일 대전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준비를 하고 있다.

실명한 남호섭 위해 무대 위 장치
속초와의 인연은 어릴 적부터 시작됐다. 아버지가 강원도를 좋아해 가족여행을 하면 항상 속초, 양양, 강릉으로 왔고, 속초는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성인이 된 후 대학교에서 남호섭을 만나 13년 째 친구로 지내고 있다. 방학이나 휴학 등 여유시간이 있을 때 속초에 와서 같이 작업을 했다. 10년 전인 2008년. 속초에서 <라이방>이라는 작품을 연출했다. 남호섭의 눈이 안 좋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왼쪽 눈이 실명된 상태였는데 연습 중 오른쪽 눈에도 초기 증상이 오며 시력이 악화됐다. 그래도 일단 함께 작업을 마쳤다. 그 이후 남호섭은 속초에서, 최귀웅은 서울에서 활동을 했다. 올해 남호섭이 눈이 완전히 안보이기 전 그와 같이 작업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속초로 왔고, 연습 중 남호섭은 오른쪽 눈까지 실명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됐다.
남호섭은 연기를 해야 되는 사람이다. 속초에서 극단의 대표로, 배우보단 연출로 더 많이 작품에 참여했었다. 최귀웅은 이번 작품에서는 남호섭을 자유롭게 무대 위에서 뛰어놀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눈이 안보이기 시작하면서 물리적 제약조건이 있는 상태로 연기를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원래 자유롭게 날뛰던 모습 그대로 연기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남호섭이 보였으면 할 수 있었던 지점들을 나라면 같이 부딪치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속초에 오기 직전 낭독극을 준비하며 장애인 극단에서 활동하던 단원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보통 바닥의 패턴이나 보도블럭의 표시처럼 무대 위에 장치를 해서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발바닥으로 바닥을 밟으면서 공간이 어디쯤인지 확인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닥에 줄로 테이핑을 했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맞게 다다미 바닥으로 무대를 정하게 됐고, 구분선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만주전선>은 성공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 성공이 맹목적인 것에 문제가 있죠.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이라는 것, 그들이 있는 곳이 만주라는 것, 그 무엇보다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큰, 그 시대 젊은이들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우리들과 관객들이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대에 살아가려면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비난할 수 있고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한국인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지점을 넘어선 질문을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극장 커져 무대 디자인에 욕심
연습과정 중 각자의 생각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만주전선>에서 친일을 한 인물들을 극단적으로 희화시켰다. 극의 시작에 녹음된 사운드가 나오면서 배우들이 신파의 옷을 입는, 극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노출했다.
“우리에겐 눈이 안 보이는 배우가 있으나 이 배우가 눈이 보이는 척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눈이 안 보이는 배우가 이 역할을 연기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연극임을 드러내 놓고 싶었어요.”
70년대의 한국영화와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 등을 참고 해서 최대한 인물의 상태나 제스처 표현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다 보니 신파와 유사한 형태의 연기 스타일이 생겼다. 배우들이 다다미 위로 등장, 퇴장할 때 마다 ‘등장’, ‘퇴장’이라고 이야기 하고 퇴장할 때도 무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객석 앞에서 대기한다. 스텝들도 무대 위에 자리 잡아 연극이 진행되는 과정을 노출시켰다. 강원연극제에서는 소극장에 맞췄는데 대한민국연극제에서는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극장이 커짐에 따라 무대 디자인에 욕심을 더 냈다. 소극장에서는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했다면 대극장 무대에서는 무대디자인과 조명, 영상자막 등 시스템적인 요소를 강화시켰다. 디자인적인 요소들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더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공연을 굉장히 재밌고 유쾌하게 만들 거예요. 하지만 관객들은 공연을 보고 불편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가진 역사의식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하고 싶고요.”
최귀웅 연출은 <만주전선> 공연이 끝난 후 다시 배우로 돌아갈 예정이다. “연출은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하나로 모아서 작업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앞으로의 연출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을 때 하게 될 것 같아요.”
오는 30일 대전에서 펼쳐질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손미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귀웅 연출이 ‘만주전선’ 배우들과 연습을 하고 있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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