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속초성폭력상담소가 문을 열고 어느새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간 속초성폭력상담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속초시의원으로 당선된 유혜정 씨가 소장으로서 중추의 역할을 했다.
유 당선인이 시의원에 출마하면서 속초성폭력상담소에는 올 4월 신임 소장이 취임했다. 10년 넘게 상담소의 활동가로 일해 온 김문희 사무국장이 새로운 리더로 승진한 것이다.
김문희 소장이 속초성폭력상담소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의 일이다. 자원 활동가로 시작해서 교육 강사로 일했고 이후 상담사, 교육부장, 사무국장 등의 자리를 거치며 이 분야 전문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김 소장의 말이다. 김 소장의 견해에 따르면 성폭력은 개인이 받은 교육의 수준에 크게 관련이 없이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대별로 성폭력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는데, 고령층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아 젊은 세대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성폭력’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강간 같은 중대한 범죄를 떠올리기 쉽지만 성폭력의 범위는 상당히 넓지요.” 우리가 부주의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이 상대에게 성적 불쾌감을 준다면 성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간단히 말하면 한 마디의 말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 혹자들은 짧은 말 한 마디가 무슨 대수냐며 대꾸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생각해보세요.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오래도록 가슴에 상처로 남는 경우가 있잖아요. 성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성적 농담이 누군가에게는 오랜 상처로 남을 수 있는 거죠.”
고성이나 욕설이 언어폭력의 범주에 들 수 있듯이 말 한 마디도 충분히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김 소장은 성과 관련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감성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과 관련된 말과 행동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해서 상대가 거부의사를 밝히면 이를 즉시 수용해야 한다.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표정이나 몸짓도 거부의사가 될 수 있기에 성폭력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이런 거부의사를 잘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흔히들 이때 잘못을 범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친한 사이에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래”라며 오히려 거부의사를 밝힌 사람에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행동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김 소장은 상대방의 거부의사를 존중하고 진심을 담아 그 자리에서 곧장 사과하면 사태를 키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앞으로 전임 소장인 유혜정 속초시의원 당선자의 업적을 자산으로 삼아 성폭력, 성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성폭력 피해와 성차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김 소장의 할 일은 많지만 새로운 인물이 조직에 활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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