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남(사진) 시인이 강원문인협회가 주관한 제1회 강원문학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원문인협회는 지난 11일 최종 심사위원회를 열어 권정남 시인의 ‘종이 탑’을 최우수 작품으로 결정했다.
강원문학작품상은 이전 연도에 <강원문학>을 통해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는 상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마련됐다. 올해는 160여 편에 달하는 시, 소설, 시조, 수필, 아동문학 작품을 놓고 3차에 걸친 엄선된 심사 과정을 거쳤다. 시상식은 10월 20일 춘천교대 홍익관에서 열리는 ‘강원문인대회’에서 있을 예정이다.
‘종이 탑’은 수레를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의 모습을 정결한 언어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해 “실생활에서 흔히 보는 장면을 쉬운 언어와 쉬운 구조로 잘 형상화했으며, 읽는 이가 작품 속에 푹 빠지게 하는 표현력이 놀랍다”고 평했다.
시인은 당선 소감에서 “온 정성과 땀으로 쌓아올린 성스러운 기원의 탑 앞에서 잠시 가슴이 먹먹했다. 그 영감으로 시를 썼다”고 밝혔다.
권정남 시인은 1987년 <시와 의식> 겨울호에 ‘목련’으로 등단했고 2008년 강원문학상, 2010년 강원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강원여성문학인회 이사, 속초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속초바람>, <서랍 속의 사진 한 장>, <물푸레나무 사랑법>, <연초록 물음표>가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종이 탑
권정남
새벽 골목길
종이 탑이 흔들리며 간다
손수레 위에 힘겹게 쌓아 올린
신문지와 헌책, 종이박스들
무너질 듯 끌려가는 공든 탑이
돌탑보다 단단하고 성스럽다
굽은 허리에 모자 눌러 쓴
키 작은 노인 얼굴이 없다
전사戰士처럼 세찬 바람을 뚫고
전봇대 지나 슈퍼 앞을 돌고 나면
거룩한 탑은 한 칸씩 올라간다
무한시공을 끌고 가는 저 수행자
아침을 깨우고 세상을 거울처럼 닦으며
부처처럼 정중히 탑신을 모시고
타박타박
빙판길 성지를 순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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