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초월적인 존재 혹은 신이 있어 그 신이 우리에게 “너의 소원은 무엇이냐?, 하나만 말해보아라. 꼭 이루어주마”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어쩌면 막연히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대답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랜 병치레나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건강하게 되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게 해 달라고 빌 수도 있을 것이고, 혹 일부 사람들은 정말 미워하고 증오하는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바란다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드물겠지만 중국의 진시황처럼 불로장생을 원한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신이 존재해서 불가능할 수도 있는 우리 각자의 간절한 소원 한 가지씩을 이루어줄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 세기의 회담이라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회담을 보면서 혹시 머지않은 장래에 정말 한반도가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미 분단 상황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모습과 남북의 분단 상황이 오히려 유리한 사람들과 주변국들도 있기에 정말 통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아주 떨쳐 버리긴 어려웠다.
최근 들어서는 남과 북의 문화교류가 차츰 더 빈번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불리는 노래가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다. 그냥 무심히 흘려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정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얘기할 만큼 우리는 통일을 간절하게 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방선거가 끝났다. 자치단체장, 교육감을 비롯한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각 지역별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여당의 일방적인 한판승으로 갈음됐다. 남북정상 회담, 그리고 이어진 북미정상회담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치던 안보 이슈를 평화 이슈로 대체하면서 미니 총선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여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우리 지역도 여당의 정치신인들이 대거 관록의 야당 후보자들을 제치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우리 지역의 이번 지방 선거를 돌이켜 보면 각각의 선거에 나서는 입후보자들의 선거 열기는 몹시도 뜨거웠으나,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시큼털털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혹자들은 지방선거 무용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보여 지는 지방 토호세력과 결탁한 부패한 지방 권력의 폐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지방자치제도가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임명직 관선 도지사, 시장, 군수 시절에는 속초와 고성, 양양 같은 작은 시군의 수장으로 임명된다고 해도 지역민들의 안위와 지역개발보다는 좀 더 높은 자리로의 승진이 가장 큰 관심사였을 테고 선거를 통한 지역민들에 의한 심판이 없기에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지금처럼 만큼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선거가 끝났지만 승자에게는 축하와 함께 지역을 위한 진심어린 노력과 사심 없는 행정, 의정활동을 기대하게 된다. 외람되게도 그들에게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시간은 줄이고 선거 기간 내내 펼쳐왔던 자신의 선거운동 전 과정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 종일 이모임 저모임에 눈도장을 찍으러 다녀야 했고, 길거리에서 다수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치 로봇처럼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손 흔들기를 반복해야 했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겠으나, 때로는 차가운 눈초리로 힐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하지 않기에 한두 가지 결함들은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 결함들이 침소봉대되어 인격적인 공격으로 되돌아오는 수난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당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리라. 유권자들을 향해 큰 절을 올리던 그 초심, 그 간절함들을 부디 잊지 마시기를, 그래서 자신의 주된 선거공약들을 실천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주시기를, 자신이 선출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만큼 지역 발전과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간절하게 소망해 주시기를 바라본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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