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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역맥주가 대세, 속초도 맥덕 성지가 될 수 있을까
속초, 문화로 거닐다<149> / 속초 관광의 패러다임 전환<2> 새로운 관광수요를 위한 트렌디한 콘텐츠 개발
등록날짜 [ 2018년06월11일 20시13분 ]



<글 싣는 순서>
1. 속초 관광, 양적성장에서 질적관광으로
2. 새로운 관광수요를 위한 트렌디한 콘텐츠의 개발
3. 도시재생에서 찾는 도시관광의 가능성
4. 지역을 닮은 관광, 사회적경제와 만나다
5. 인문관광으로 만나는 속초, 작은 서점 이야기
6. 지속가능한 실향민 문화를 위한 에코뮤지엄
7. 축제와 마이스(MICE)를 통한 관광산업의 재편
8. 특별좌담 : 4차혁명과 관광, 백년 후 속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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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 오는 친구들은 칠성조선소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동아서점에서 책을 구매한 후 오는 경우가 많아요.”
속초 수제맥주 양조장‘ 크래프트루트(CRAFT ROOT)’ 김정현 대표의 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나 콘텐츠를 찾아 다니는 20~30대 젊은 관광객의 관광취향을 보여준다.
최근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관광정책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단체관광에서 개별여행객이 증가하고 있고, 선호콘텐츠를 찾아 떠나는 마니아 중심의 여행지가 뜨고 있다.
그 중심에서는 20~30대 여성들이 있다. 지난해 발간한 광주전남연구원의 <최근 트렌드 변화에 따른 광주전남 관광정책 방향>에 따르면 소비지수가 상승하는 것을 주도하는 연령은 20~30대 여성층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가 국내 최대 이벤트인 <하나여행 박람회>를 앞두고 발표한 올해 10대 여행트렌드도 눈길을 끈다. 가족·소확행·프리미엄·소도시 여행 확산 등이 최근 관광의 트렌드를 말해준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小確幸)’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단어이다. 일상에서의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은 2030세대의 여행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의 유명관광지보다 현지의 삶을 경험하려는 젊은층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교통환경이 좋아지면서 주말에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주말 속초의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에 젊은 도보여행자가 늘어난 이유이다. 카페로 변신한 조선소, 3대째 이어지는 지역서점, 지역 고유의 맛과 멋이 있는 수제맥주전문점이 SNS로 번지면서 젊은 여행객의 취향에 응답하는 것이다. 자연관광이나 단순한 음식관광에 치우친 속초 관광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제맥주 양조장 2곳, 새로운 문화 탄생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콘텐츠는 무엇일까. 전국적으로 수제맥주가 최근 뜨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12년 7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크래프트 맥주는 매년 1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외부유통이 허용되고, 중소 브루어리 설립 기준 완화, 세율 인하 때문에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이다.
속초의 경우 올해 수제맥주 양조장이 2곳 생겼다. 앞서 언급한‘ 크래프트루트(CRAFT ROOT)’는 수요미식회에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특히 올해 이마트의 국내 수제맥주 판매 양조장으로 우선 선정되어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크래프트루트의 맥주는 고유의 지역색을 가진 이름으로도 화제이다‘. 동명항’‘, 대포항’‘ 갯배’ 등 지역 명이 그대로 맥주의 이름이 되었다. 김정현 대표는“ 수제맥주를 통해 지역 고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름만 적은 것이 아니라 병 디자인도 직접 고안했다.
청초호 인근의 명소를 직접 사진을 찍어 그래픽으로 만든 것이다. 크래프트 루트는‘ 대포항’,‘ 동명항’,‘ 아바이’,‘ 속초 IPA’ 등 대표상품 4종을 공급한다. 김 대표는 맥주축제도 구상하여 속초시에 제안한 상태이다. 맥주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지역의 대표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서다.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속초에 양조장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제조업이나 자연관광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수제맥주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올해 2월에는 콩꽃마을에 협동조합형 브루어리‘ 몽트비어’(Montbeer)가 문을 열었다. 다음 맥만동(맥주 만들기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회원들이 만들었다. 1층은 브루어리이고 2층은 맥주펍이다. 덴마크와 독일산 홉을 쓰는 이곳은 본격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주말이면 관광객이 많이 오고 있다고 한다. 홈브루잉을 하던 동호회 회원들이 만든 만큼 편안하면서 대중적인 맛이 특징이다.
몽트비어 박도영 이사는 속초야말로 수제맥주의 대표도시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강조한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닭강정과 건어물 등이 맥주와 어울리는 곳입니다. 연간 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오는데 대표 상품으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바나나바이젠, 켈쉬 등 자체 맥주 4개와 게스트비어가 있는데 지난 2월 오픈 후부터 계속 맥주맛을 끌어올린 결과 본인들이 원하는 맛에 도달했다고 한다.
몽트비어의 강점은 안주에서도 드러난다. 맥주로 숙성한 빵과 육포, 흑임자 치킨 등 맥주를 활용한 안주가 인기를 얻고 있다. 몽트비어의 진정한 강점은 사회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도 함께 이루는 협동조합을 추구하고 있다. 조합원 중 한명인 박용민씨는 속초와 양양에서 고품질‘ 홉’을 재배하고 있다.
앞으로 수확을 하게 되면 고품질의 홉이 지역의 대표브랜드 맥주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용분야의 조합원은 홉을 이용한 비누나 미용용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조합원이 각자의 영역에서 맥주를 활용하고 소비하는 등 역할분담을 통해 맥주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수제맥주축제·양조장 투어 관광상품화

국내외의 도시에서 수제맥주 양조장이 들어서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사례가 많다. 미국이나 독일은 물론 문경의 가나다라브루어리, 제천의 뱅크크릭브루잉은 조그만 마을의 양조장이 대표 관광지가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룬 사례이다.
제주도와 부산은 이미 유망업종으로 수제맥주를 선정하고 있다. 부산은 지난해부터 공동마케팅 지원에 나선다. 부산항축제와 부산음식영화페스타에서 수제 맥주 축제를 연계한다. 또, 양조장 체험과 시음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판로개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다양한 브루어리가 생기면서 양조장 투어가 관광상품이 되었다.
오산시는 재래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수제맥주축제를 개최하여 지역 대표축제로 키우고 있다. 올해로 4회째 개최하는 야맥축제(야시장에서 즐기는 수제맥주축제)는 지난달 11~12일 이틀간 오산 오색시장에서 4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전국 16곳의 브루어리에서 생산한 90여종의 다채로운 수제맥주는 수도권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다.
전국 수제맥주에 초청되는‘ 크래프트루트’의 김정현 대표는 속초에도 맥주축제를 통해 지역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릉의 커피문화가 축제를 통해 도시브랜드로 각인되는 과정을 볼 때 속초의 수제맥주 문화도 행정의 공동마케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몽트비어’ 박도영 이사는 행정의 마인드 변화를 강조한다.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생활 속 문
화이자 지역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는 로컬 문화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도 있다. 앞으로 고성군에 대기업자회사가 대규모 수제맥주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 목표는 속초를 찾는 관광객이다. 대기업 자본의 등장은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갖게 만든다. 수제맥주에 대한 행정의 역할, 지역의 색깔이 드러나는 맥주문화, 사회적 자본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인섭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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