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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협동으로 이뤄낸 마을공공성과 민주주의
등록날짜 [ 2018년06월11일 18시50분 ]
요사이 마을이 대세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들이 마을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민선 5기를 거쳐 6기에 들어서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왜일까? 있는 집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기획력 있는 엄마와 돈 많은 할아버지, 거기에 무관심한 아빠가 삼위일체로 합작해야 애들이 공부 잘하고‘ 인(in) 서울’을 할 수 있단다. 있는 집 애들이 인물까지 좋다는 푸념을 우스개로 넘겨보겠지만 있는 집 애들이 성격도 좋다는 말에는 멍해진다. 씁쓸하다. 국가가 주도한 압축적인 근대화정책으로 보릿고개가 없어지고 통신강국의 반열에 오르고 맹장염수술에 천만원대의 병원비를 지불할 필요 없는 공공의료체계가 만들어졌다.
한 반에 80명이 넘는 애들이 빼곡히 들어차 2부제로 돌아가던, 초등학교 가건물교실의 기억은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아 빈부격차는 훨씬 모질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만들어낸다. 한 가족이 단칸방에 모여 자살하고 소리 소문 없이 외로이 죽어가는 노인들이 허다하다. 아이들이 시험과 경쟁에 찌들어 10대를 보내고 대학 내내 취업준비로 청춘을 다 쓸어 넣지만 취업은 난망하다.
어쩌다 일자리를 얻어도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이라 해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몰라 불안한 30대를 보낸다. 40줄에 들어서면 자식 건사 하는 것만으로도 버겁기 그지없다. 50대가 되면 퇴직하지만 자식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갔다 와도 집에서 죽친다. 이렇게 다들 심란하게 살아가는 고단한 가장들을 자식으로 둔 노인들은 자식교육에 부모봉양에 한 인생을 다 바쳐온 엊그제 같이 생생하기만 한 지난시절이 서럽고 허하다. 100세까지 산다지만 도리어 걱정이다.
이제는 성장을 해도 고용이 동반 하지않는다. 오히려 자동화와 구조조정으로 고용이 줄어들고 그나마 유연노동제로 갈수록 불안해 지기만 한다. 한국경제는 이미 저 성장 궤적에 진입했다. 있는 사람들한테야 참 편리하고 좋은 세상이지만 아예 없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좀 있어도 시원찮게 있는 사람들에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간당간당 매달리듯 버티는 그 수준에서 더 밀려나면 어쩌나 전전긍긍 더 불안하기만 하다. 형편이 고만고만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낼 궁리를 해야 한다. 이웃끼리 함께 어울려 하소연하고 묘책을 찾아 궁리하고 그러다 십시일반 품앗이로 협동하여 해결하자고 나서보는 거다. 어쩌다 문제가 풀리면 풀려서 좋고 비록 안 풀어져도 푼다고 애쓰면서 맺은 살가운 이웃관계가 또 다른 해법의 불씨가 된다. 그래서 마을을“ 시급하고 절실한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하소연하고 궁리하고 협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이웃들의 관계망”이라고 한다.
나의 필요가 이웃의 필요로 확인되는 순간, 나의 필요가 해결되고 나아가 동네 필요로 좀 널리 공유되면서 가로막는 걸림돌이 치워진다. 이것이 바로‘ 마을공공성’이다. 나의 필요로 시작하지만 동네의 과제로 해결되는 것이 마을이고 마을공공성이 실현되는 방식이다. 공공성이란 평등한 주민들이 공공의 복리를 위하여 공개적으로 합의하고 협동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이 공공성이 재생되는 원리가 바로‘ 민주주의’ 아닐까? 지난 세월 국가가 주도한 공공성, 시민 단체가 자임하여 대변한 공공성을 넘어 이제는 마을이 생활세계로부터 공공성을 다시 재구성해 내야겠다. 동네에서 주민들이 이웃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고 스스로 직접‘ 나서야’ 시민단체들도 힘을 받고 국가도 허투루 하지 못하고 시민의 행복을 위해 제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마을이 혁신의 불꽃이고 희망미래의 마중물이라는 내 견해는 그저 좋은 어떤 것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발 딛고선 현실을 바꿔내기 위한 가장 실천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장세호
전 속초시지방행정동우회장

장세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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