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했다.
이날 정상철(속초시청 회계과)씨는 페이스북에 “통일이 되면 난 원산시청을 갈 것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속초의 일제 강점기와 인공 때 호적등본, 토지자료 등 모든 행정자료 원본이 원산시청 지하에 있다고 하셨거든요. 어머니 고향도 원산입니다. 여러분들은 통일이 된다면 뭘 하시겠습니까?”라고 글을 올리자 94개의 댓글이 달렸다.
“어른이 고향 원산에서 한약재상을 하셨는데 통일이 되면 대한감정평가법인 원산지사장을 하고 싶다”는 댓글부터 “평남 대동군 부산면이 고향인 아버님을 모시고 운전기사로 다녀올 듯하다”, “두만강회집 하시던 아버님 생각나 두만강변에서 버스킹을 할 것”, “아버지 고향 신포에서 조부가 하신 무역업과 선박임대업을 하겠다”, “조부모님과 아버지의 고향 단천에 가보고 싶다”, “고향의 논, 밭, 집, 약도를 A4용지 4장에 그려놓고 돌아가신 아버지 고향 통천군 상고저리에 가고 싶다”는 글 등이 올라왔다.
이런 염원을 담고 통일 열차가 동해안을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꿈이 현실이 되려면 우선 국내적으로는 오는 2020년 개통하는 동해선 경북 영덕부터 강원도 삼척 구간에 이어 강릉에서 고성 제진까지 철로가 이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철로가 낡아 대대적인 보수를 해야 한다는 북한 철도노선도 정비 대상이다. 기존 7번 국도를 따라 놓였던 철길이 걷히고 새로운 노선이 도시계획 선으로 그어져있는 현실 속에서 통일 열차 개통은 따라서 꽤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동해북부선은 일제강점기 함남 안변(지금은 강원도)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192.6㎞에 걸쳐 건설한 철도다. 부산까지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한국전쟁으로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끊겨진 남북 철도는 2006년 2월 고성군 현내면 제진리와 북한 온정리(금강산역) 25.5km 구간이 완공돼 2007년 5월엔 북한 열차가 한차례 시험 운행을 했지만, 2008년 7월 금강산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사실상 폐쇄됐다. 객차와 기관차도 모두 철수했다.
금강산 관광도 중단된 현실에서 동해안 주민들은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 동해북부선 열차의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이수영 전문기자
고성군 제진역은 남북대립이라는 거친 풍파를 맞으며 온몸 가득 상처투성이로 가득하지만 이젠 이 상처들을 보듬고 통일 열차의 힘찬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 고성군)
1962년 11월 6일 강원도 옥계와 경포를 연결하는 동해북부선 개통식이 강원도 명주군 옥계역에서 열렸다. 총 길이 32.9km로, 옥계·정동진·경포대 등 5개 역을 연결했다.(사진제공 국가기록원)
옛 동해북부선 철길의 흔적을 보여주는 고성군 북천의 교각 위에 자전거길이 나있다.(사진제공 고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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