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0일 양일간 속초 교동 칠성조선소에서는 뮤직페스티벌이 열렸다. 강산에를 비롯한 유명 가수들의 공연, 공예품과 이색음식 판매 등 다채롭게 진행됐다. 이번 뮤직페스티벌은 한국관광공사가 일부 비용을 지원했으나 시나 대형 자본의 직접적 개입 없이 민간이 주도한 행사로서는 비교적 알찬 편이었다.
뮤직페스티벌, 이른 바 ‘뮤페’는 요즘 한창 각광받고 있는 놀이 문화다. 여러 명의 뮤지션이 야외무대에서 며칠에 걸쳐 공연을 하고 대개 지정된 좌석이 없이 음악을 즐기는 행사를 말한다. 최근 2030세대에서 뜨는 놀이 문화이지만 그 기원은 오래됐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노숙 관람으로 유명한 1969년 미국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뮤페’이다.
행사를 하루 앞둔 18일 칠성조선소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작년 8월 배 수리를 그만 둔 이후 칠성조선소의 분위기는 대체로 조용했지만 이날 조선소 내에는 여러 대의 차량이 진을 치고 있었고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오갔다. 물품을 옮기는 사람, 내일 일정을 논의하는 사람들 등 여기저기 많은 눈빛들에는 바쁘지만, 약간은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 칠성조선소를 3대째 이어받아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최윤성 씨의 모습은 이번의 새로운 시도에 약간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칠성조선소 건물을 뒤로 두고 청초호를 향해 마련된 무대는 다음 날부터 있을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했다.
어수선하지만 자유로운 축제
19일 낮 청초호의 칠성조선소로부터 울려 퍼지는 음악은 영랑호 근처에서도 들렸다. 칠성조선소에서 뮤직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을 모르는 주민들은 속초 시내에 울려 퍼지는 음악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석봉도자기 박물관 인근에 이르자 음악 소리의 흥겨움은 배가됐다.
이날 공연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 ‘교정’, ‘파라솔’, ‘키세루(KICELL)’, ‘새소년’, ‘유어 송 이즈 굿(YOUR SONG IS GOOD)’ 등이 출연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러 어두움이 깔릴 무렵 공연을 시작한 ‘씽씽’의 무대는 그야말로 독특했다. 국악과 록을 결합한 씽씽의 음악은 관객들을 국악 특유의 신명과 열광 속으로 이끌었다. 이 밴드의 공연이 끝나자 어떤 이는 “무조건, 무조건 재미있네요”라고 외치며 뭔가에 살짝 홀린 듯한 흥분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인 강산에의 공연은 또 하나의 열광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라구요’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 함께 열창했다.
이날 현장에는 20, 30대의 젊은층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50대 이상의 관객들도 적지 않았고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도 칠성조선소를 뛰어다녔다. 이날은 이색적인 모습들로 가득했다. 어떤 이는 ‘칠성조선소’라고 쓰인 글자 스티커를 얼굴에 붙이고 다녔다. 객석이 따로 없어 관객들도 자유롭게 공연을 즐겼다. 무대에 찰싹 붙어 공연을 보는 이들도 있었고 조금은 거리가 있는 곳에서 매트를 깔고 앉아 맥주를 한 모금 하면서 편한 자세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즐거움을 몸으로 표현했다. 공연이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도 어떤 여성 2명은 사교댄스를 추듯 서로 마주보며 손을 잡고 춤을 췄고 혼자서 넓은 공간을 돌며 춤추는 흥미로운 광경도 보였다. 또한 여러 명이 비슷한 동작으로 군무를 추기도 했다. 그때 무대에서는 강산에가 ‘예럴랄라’를 부르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 천국 같은 세상이야. 야호! 나는, 살아 있네.’라는 가사가 사람들의 모습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무대가 아니라 그 반대편 호수와 속초의 야경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다정한 연인들도 곳곳에 있었다. 가족 단위로 나온 이들은 담소를 나누고 산책을 하며 공연을 즐겼다. 이런 모습들이 어수선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자유로운 축제라는 느낌을 전달했다.
속초 서점들도 공간 차지
칠선조선소의 한쪽 편에서는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있었다. 덮밥, 전, 닭강정, 쌈밥, 핫도그 등 메뉴만으로는 그리 튀지는 않았지만 그 향이 이국적이고 독특해서 강하게 후각을 자극했다.
공연이 다 끝난 후에는 많은 이들이 자리를 떴지만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즐거운 목소리로 떠들거나 야경에 젖은 이들이 눈에 띄었다. 취기와 들뜬 마음으로 조선소 현장에 텐트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20일의 분위기는 전날과 조금 달랐다. 김목인, 에머슨 키타무라의 공연도 있었다. 19일에는 없던 풍경이 펼쳐졌다. 스무 개 정도의 업체들이 인테리어 소품, 가방, 수제노트, 손뜨개 제품, 견과류, 액세서리, 인삼 등 종류를 한 분야로 특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했고 속초의 서점들인 ‘문우당서림’, ‘동아서점’, ‘완벽한 날들’도 하나씩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박람회에 온 듯 신기한 표정으로 제품들에 관심을 보였고 장내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속에서 가족, 연인 단위의 내방객들이 여유롭게 거닐었다.
칠성조선소 뮤직페스티벌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민간의 특색 있는 축제였다고 총평할 수 있다. 앞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속초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였다고 할 것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 19~20일 양일간 속초 교동 칠성조선소에서는 뮤직페스티벌이 열렸다.
열창 중인 강산에. 이번 칠성조선소 뮤직페스티벌에는 강산에를 비롯해 씽씽, 새소년 등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쳤다.
20일에는 ‘문우당서림’, ‘동아서점’ 등 스무 개 정도의 업체들이 도서, 인테리어 소품, 가방, 수제노트, 손뜨개 제품, 인삼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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