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종업원들을 보고 손님을 왕처럼 모시라고 한다. 손님은 왕인가. 왕처럼 귀하게 대접해야지만 왕은 아니다. 여기서 손님이란 말 대신 관광객이란 단어를 대치해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MBC강원영동이 지난 일요일(5월 20일) 아침 방영한 속초시장 후보토론회를 봤다. 후보들의 핵심 단어는 ‘관광’ 또는 ‘관광객’이었다. 시장후보들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도 이 지역의 키워드가 ‘관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관광객이 설악권을 찾도록 노력했고 공헌도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관광객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해 어떻게 대접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제공할 콘텐츠에 대한 계획도 제시하는 것 같지 않았다. TV토론은 평면적이면서 상식적으로 끝나고 말았다. 설악권이 안고 있는 문제와 그 문제를 타개할 인내와 고뇌를 통한 창조적 해결점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설악권은 전 국민을 향해 진정한 관광의 마당을 제공해야 될 책임이 있다. 관광하면 전근대적인 개념으로 소비와 음주 중심으로 짜여진 무질서한 야만의 문화를 생각하기 쉬운데 현재나 미래의 관광은 관광객에게 휴식과 힐링을 제공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제공해야 된다. 관광은 현재 지금을 위한 시간이 되어선 안 된다. 관광의 가치는 미래의 생산 활동과 미래에 발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축하는 순간이어야 한다.
관광지를 방문한 관광객에게도 새로운 자세와 예의가 요청된다. 과장된 몸짓과 높은 소음은 타인의 생활에 방해가 된다. 생활하던 익숙한 공간에서 여행지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구입해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3~4개의 가방을 들고 다니다 관광지엔 쓰레기만 버리고 떠나는 행위는 비도덕적 행위로 지탄받아야 된다. 농촌을 방문하면서 주거지에서 농산물을 구입하는 행위 또한 반성해야 된다.
최고의 관광 상품은 관광지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다. 주민이다. 주민의 생활하는 모습, 그들이 하는 행위와 언어, 지니고 있는 생각이 가장 가치 있는 관광자원이다.
관광객과 주민의 차이나는 언어와 사고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소통하며 교류해 또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모습이 관광의 목적이고 세계평화에 도움을 준다.
고대 그리스 시대엔 귀족에게만 ‘여가’가 있었다. 노예나 서민들은 ‘여가’를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는 고대나 중세가 아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민주사회이다. 민주사회이니까 관광객이 지녀야할 보편적 도덕률이 요청된다.
관광 선진국이라는 나라치고 관광객이 모이는 공간엔 어디나 공간 관리자가 있다. 손님이 마음대로 테이블이나 의자를 선택해 앉을 수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기본질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문객을 많이 모았다고 훈장처럼 자랑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속초는 전국 최고의 관광지라고 자랑하고 있는데 최고의 관광지는 계속 제일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데 목적을 둘 일이 아니다. 최고는 최초로 새 시대에 걸맞은 관광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관광문화가 없는 곳엔 관광객도 발길을 돌린다. 관광객은 지역주민의 엄숙한 삶의 현장을 이해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소통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
세계 유명 관광지 치고 도심의 여유 공간으로 관광객의 차를 주차시키는 도시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손님의 주차 공간 운운하고 있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나 방법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주차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단체장으로서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손님은 왕이 아니다.
이반
극작가·숭실대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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