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문화특화도시(문화도시·문화마을)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의 특화된 문화자원을 창조적으로 발굴, 활용하여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국민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지난 2014년 남원과 부여, 공주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전국 20곳의 도시와 32곳의 마을을 선정했다.
문화도시는 문화적 자산이 풍부하고 중장기 문화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문화·창조도시 사업을 추진 중인 시·군이 지원대상이다. 문화마을은 주민협의체를 통한 문화적 사회활동이 활발하거나 잠재적 문화역량이 높은 마을을 지원한다.
속초시는 지난해 문화마을에 선정되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문화마을 사업을 펼친다. 사업대상지는 상도문 마을이고 주관처는 속초문화원이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0호인 속초도문농요를 통한 문화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속초 정신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매곡 오윤환 선생과 속초팔경의 하나인 ‘학무정’, 돌담길 등 다양한 문화자산을 갖추고 있는 마을이다.
문화마을 사업은 지향목표 및 활동방식에 따라 생활문화형, 예술문화형, 지역자산형, 역사전통형으로 구분된다. 속초시는 ‘지역자산형’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역자산형은 지역 고유자산의 문화적 활용을 통한 마을 조성 및 환경 특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자연생태적 문화환경 가꾸기, 고유자산콘텐츠 활용 문화기획, 마을 자산 활용 기업설립 및 운영, 마을자산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열두달 문화장터, 오감행복마을 목표
속초문화원은 열두달 문화장터를 통해 오감행복마을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마을이 가진 문화생태적 환경을 조성하고, 마을에서 생성되는 고유자산을 문화콘텐츠와 브랜드화하여 지속가능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3가지 분야 13가지 사업을 3년간 펼칠 계획이다. 그 시작은 마을주민의 참여 분위기 조성과 지역 문화예술인의 결합이다. 이를 위해 ‘상도문 문화마을운영협의회’를 만든다. 마을주민은 물론 지역문화활동가와 예술가도 참여하는 구조이다. 올해 말에는 자문협의회도 만든다. 지역사회 중심의 문화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사업 추진구조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하드웨어 조성은 2가지이다. 우선 학무정 일대 솔숲을 정비하고 산책길을 만든다. 학무정 중심의 솔숲은 마을 생태환경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주민은 물론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다. 예술가 참여형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마을 고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을 공모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소포트웨어 사업은 마을가치자산 활성화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열두달 마을장터를 마을 주민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상도문 마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우선 ‘상도문 스토리’를 만든다. 마을 주민이 들려주는 지역의 역사, 자연, 설화 등의 현황조사를 통해 스토리지도와 스토리북, 마을안내 홍보물 등 콘텐츠 스토리를 만든다. 상도문 마을의 문화자산을 지역주민이 직접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한다. 속초도문농요를 소재로 새로운 형식의 창작 국악놀이극으로 만드는 ‘농사, 소리로 만나다’이다. 공연기획과 제작, 운영 전반의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 방법을 적용한다. ‘상도문 농사올림픽 개발’도 독특하다. 파종과 수확까지 과정을 담은 속초도문농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든다.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를 누구나 쉽게 체험하고 농사문화의 중요성을 몸으로 깨닫게 한다는 계획이다. ‘느리게 걷기 프로젝트’는 상도문 마을을 보다 색다르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멋드러진 돌담길과 문화재 가옥, 송림을 산책하며 상도문 마을의 문화적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결국 열두달 ‘문화달장’에서 실현된다. 한달에 한번 개최하게 되는 ‘문화달장’은 상도문 문화마을 사업의 결과물이자 마을의 고유자산을 문화가치로 환원하여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유통하게 만드는 ‘장(場)’이다. 매달 마을 산책과 생활문화 콘텐츠, 다이닝 장터가 개설된다.
이러한 계획이 성공되기 위해서는 마을주민과 지역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이다. 휴먼웨어 사업이 거버넌스와 역량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이다. 올해부터 2년간 3가지 휴먼웨어 사업이 마련된다. 우선 이달 28일부터 7월말까지 마을주민과 문화활동가가 참여하는 ‘상도문 문화반상회’가 있다. 워크숍 형태로 운영하는 이 사업을 통해 마을의 고유자산이 새롭게 발굴되고 조명될 수 있다. ‘상도문 마을축제 학교’와 ‘상도문 마을 체험강사 양성’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각각 축제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마을주민은 물론 지역 청년활동가들도 함께 참여하여 마을과 청년의 상생을 도모할 계획이다.
문화마을 가치, 속초 전역으로 확장 노력
속초문화원은 ‘상도문 문화반상회’ 워크숍 과정에서 당초 계획이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참여자 스스로 발언하고 책임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속초시는 문화마을 사업에 이어 문화도시 사업에도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의체 구성 및 마을자원 발굴 등 문화마을 사업의 준비과정이 문화도시 지원을 위한 역량강화에 도움이 되었다.
문화특화도시(문화도시)에 선정되면 5개년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성과를 바탕으로 문체부의 심사를 거쳐 ‘문화도시 지정’을 받게 된다. 문화도시로 지정받게 되면 국비지원이 대규모로 확대된다. 속초 고유의 자산을 문화적으로 활용하여 관광산업 등 지역발전의 견인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문화특화도시 사업이 중요한 이유가 단순히 지역발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가 지역의 삶을 문화적으로 꾸미는 일이며 시민 삶의 질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문화적 가치의 발굴, 지역민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의 구성, 문화 중심의 사회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기반이 마련된다.
제조업이 부족하고 관광객 대상의 소비업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속초의 경우 자본의 양극화가 문제로 제기된다. 일부 특정 사업체만 잘되거나 아파트 중심의 투기자본이 들어오는 것도 문제이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위화감은 도시민의 건강한 삶을 위협한다.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성장은 마을공동체를 단단히 하고 그 가치를 확대하는 사회적 자본의 성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속초시의 문화도시 추진이 성공하기 바라는 이유이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상도문 문화마을 사업은 속초도문농요, 송림, 학무정, 매곡 오윤환 등 마을 고유의 자산을 문화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다. 속초도문농요전수관과 학무정은 그 중심장소이다.
상도문 마을의 돌담길. 마을주민의 삶과 자연이 어우러져 상도문 특유의 환경을 만들어낸다. 느린 마을 산책, 농사풀이 체험 등의 독특한 프로그램이 문화마을 사업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문화도시는 주민의 삶과 생활을 문화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 시작은 주민의 의견청취이다. 지난해 문화도시로 선정된 원주시는 생활의제 발굴을 위한 집담회를 올해 6회에 걸쳐 개최한다. 원주의 취미, 여가생활에 대한 다양한 불만을 통해 원주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원주살이에 대한 불만해소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문화도시는 시민중심의 문화행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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