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만화가 주호민의 웹툰을 영화화하여 작년에 누적관객 1,400만명 이상이 관람하며 대박을 터트린 ‘신과 함께-죄와 벌’이라는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모든 인간은 죽으면 저승법에 의하여 저승재판을 받게 되는데 망자가 저승입구에 도착하면 변호사역할을 하는 차사가 기다리고 있다. 차사는 망자가 49일 동안에 일곱번의 재판에서 일곱명의 지옥대왕에게 재판을 받을 때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이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일곱개의 지옥문을 거치면서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 저지른 죄에 대한 일곱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환생(還生)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상상속의 설정이다.
첫재판은 변성대왕이 다스리는 화염과 연기로 가득 찬 ‘화탕영도’의 살인지옥인데, 직접 살인을 한 것뿐만 아니라 살인의 원인을 제공한 언행까지 심판하는 지옥이다. 이 죄를 지은 죄인은 용암이 들끓는 불구덩이에 넣어지는 화탕형에 처해진다. 두번째 재판은 초강대왕이 다스리는 사람 얼굴의 형상을 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인면어가 들끓는 ‘삼도천’의 나태지옥인데, 직업도 없이 무위도식하며 게으르고 태만하여 인생을 무의미하게 허비한 자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계속해서 회전하는 봉을 피하여 평생을 뛰어다녀야 하는 형벌에 처해진다. 세번째 재판은 태산대왕이 다스리는 칼날로 이뤄진 ‘검수림’의 거짓지옥인데, 생전에 저지른 거짓언행을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을 나무칼들이 몸 구석구석을 도려내는 가혹한 형벌이다. 네번째 재판은 오관대왕이 다스리는 빙하와 설원으로 이뤄진 ‘한빙협곡’의 불의지옥인데, 정의롭지 못한 간사한자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차가운 얼음블록에 갇히는 형벌을 받는다. 다섯번째 재판은 송제대왕이 다스리는 투명한 유리바닥이 마치 거울과도 같은 ‘백염광야’의 배신지옥인데, 자신을 믿어 준 사람들의 믿음을 배신한자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거울에 갇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여섯번째 재판은 진광대왕이 다스리는 저지른 죄질에 따라 깊이가 결정되는 ‘진공심혈’의 폭력지옥인데, 남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자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죄인은 무중력 상태의 싱크홀을 떠다니며 휘몰아치는 돌덩이에 계속 얻어맞는 형벌을 받는다. 마지막 일곱번째 재판은 염라대왕이 친히 다스리는 모래로 이뤄진 ‘천고사막’의 천륜지옥인데,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진 불효의 죄를 심판하는 지옥이다. 이 죄를 지은 자는 천고사막의 모래에 파묻히는 가혹한 형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상상의 공간에 오금이 얼어붙을 만큼 리얼하게 그려놓은 일곱개의 저승지옥에서,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평생을 손해 보면서도 좋은 일을 하며 착하게 살아온 주인공이 이승에서 생활했던 성실했던 삶을 냉정하고 혹독하게 심판받는 모습을 보며 지나간 내 자신의 삶의 모습이 떠오른다. ‘신과 함께’라는 영화의 내용은 물론 상상속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가 죽은 뒤에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에 무심코 행했던 이런저런 말과 행동으로 인해 무서운 벌을 받을 수도 있고 좋은 삶으로 환생할 수도 있다는 설정이니, 이 영화의 핵심주제는 단연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다. 각종 부조리와 비리, 부정부패, 권모술수, 둔감해진 도덕성 등으로 인해 연일 터져 나오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사건사고가 만연한 요즘,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현대사회에 큰 울림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과거의 삶에 대한 후회로 너무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피해를 입힌 사람들에게 지금이라도 정중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받아 헝크러진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이제부터라도 착하게 살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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