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지역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난 70대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노인 고독사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사회안전망이 대폭 강화됐지만, 지금과 같이 ‘헛도는 노인돌봄서비스체제’로는 제2, 제3의 노인 고독사를 막을 수 없어, 제도 정비 및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건 개요=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2시경 속초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A(75) 씨와 B(71, 여) 씨 부부가 숨져 있는 것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A 씨가 총포 소지허가증을 수개월째 갱신하지 않아 소재파악을 위해 A 씨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찾아가 관리사무소 직원과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노부부가 나란히 누운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노부부 시신 주변에 농약병과 ‘가족이 없으나 화장해서 동해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서가 발견됐다고 했다. 유서에는 ‘2015년 9월 6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어, 경찰은 이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노부부는 백내장 수술 후유증과 중풍 등으로 힘겹게 투병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기 이전까지 오피스텔 관리비를 미납하지 않아, 주위에서도 이들 부부의 죽음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의 사신은 11일 가족에게 인계돼 화장됐다.
■헛도는 노인돌봄서비스=정부는 이번과 같은 노인들의 자살과 고독사를 막기 위해 노인돌봄서비스를 한층 강화했다.
‘노인돌봄 기본서비스’는 정부가 노인의 고독사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주 1회 혼자 사는 노인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복지부는 또 ‘외부인과 사회적 관계를 전혀 맺지 않고 있는 은둔형 어르신’, ‘일부 생활 동작능력 제한으로 외부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울증 진단받은 어르신’ 등을 ‘노인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돌봄 기본서비스’등의 정책 대부분이 대상자를 기초연금수급자인 65세 이상 독거노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A 씨 부부도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에 이 같은 사회복지서비스가 확대 지원됐다면,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속초시는 “A 씨 부부가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다 보니 주위에 아무런 지원요청을 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이달말까지 공동주택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사회복지 수요층에 대한 행정지원을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는 또 “우리 시는 이번과 같은 불행한 사고를 막기 위해 위기긴급가정 지원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은 주저하지 말고 행정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