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준
상수도는 한겨울에는 온도가 2도, 3도정도지만 지하수는 평균 18도 정도 된다. 지하수를 개발만 한다면 온수를 15도정도 올리는 연료비가 절감되고 수도요금도 나가지 않으니 사업성이 크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러나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속초의 특성상 깊게 파면 바다의 염분이 섞인 물이 나와 짠물이 나오고, 얕게 파면 오염된 건수만 나오기 때문이다. 최하 100m 이상은 파야 되는데 굴착하면 여지없이 바닷물이 올라온다. 바닷물을 쓰게 되면 보일러와 모든 배관이 부식되고 수질도 좋지 않아 손님들은 당장 등을 돌리게 된다. 물론 냉탕에만 쓰는 경우는 있지만, 연료비는 차이가 없으니 경제성이 없다. 망설이던 나는 과감히 투자해 보기로 했다.
주위에 있는 여관이나 상가에서 지하수를 개발해 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업자를 선정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비는 4000만원에 계약했다. 공사조건은 고여 있는 건수는 한 방울도 유입되지 않게 차단하고 하루 80톤 이상은 용출되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건수라 함은 암반수 이전의 고여 있는 오염된 물을 말한다. 업자는 많이 망설이다가 공사금액이 크니 계약을 했다.
이틀을 시추해 100m를 팠는데 한 방울의 물도 나오지 않았다. 업자는 실패했다며 철수를 하겠단다. 20년 경력으로 보면 더 이상 해 보았자, 소금물이 나오든지 아예 물이 없든지 둘 중 하나라고 했다.
또 다시 고민하던 나는 재계약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루에 실제 경비가 얼마나 드는지 물으니, 하루에 경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300만원씩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경비 600만원을 손해보고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경비를 지불해 줄테니 오늘부터는 하루씩 경비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하자고 했다. 일당으로 하자는 얘기다. 대신 물이 나오든 안 나오든 책임을 묻지 않고 내가 원할 때까지 굴착하기로 했다. 업자는 경비도 받고 앞으로도 아무런 부담 없이 공사를 할 수 있다니 손해 볼 일도 아니라고 쾌히 재계약을 했다.
하루에 300 만원씩…. 또 다시 이틀을 시추했다. 지하 200m. 역시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5일째 되는 날부터는 기계 한 대로 되지 않아 서울에서 한 대가 더 와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하루에 500만원씩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망설여졌다. 20년 경력의 기술자 말을 듣고 철수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었다.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게 옳은 일이 아닌가. 하루에 500만원이라는데. 뚝심의 아내와 나는 바닥물이 나오든지 물이 나올 때까지 시추하기로 했다.
6일째 저녁때 쯤 눈이 빠지게 쳐다보고 있는데 물이 하늘로 치솟으며 터져 나왔다. 지하 300m에서였다.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왔다. 나는 뛰어가 짠물인가 하고 흙탕물을 마셔 보았다. 흙탕물이었지만 물맛이 좋았던 것 같았다. 아내는 목욕탕으로 뛰어가 비누와 세수 대야를 들고 나와 그 물로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목욕탕 물은 부드러워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미친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우리에게는 얼마나 절실했겠는가?
물은 좋았다. 아니 상상 외로 특급 물이었다. 사용해본 고객마다 온천수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더욱 고마운 건 물의 온도가 26도였다.
뚝심도 통할 때가 있었다. 4000만원에 계약했던 일을 3000만원에 완공하고 좋은 물을 얻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보다 수온이 8도 더 높아 기름값이 수돗물을 사용할 때보다 절반 정도로 줄었다. 매월 수도요금 500만원과 기름값 500만원을 절약할 수가 있으니 이제부터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경쟁력이 생겼다.
<계속>
글 함태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