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연찮게 옛 기록에서 우리 지역에 있다는 섬 하나를 발견했다.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하는 고신문 중에서 혹 우리지역에 대한 기사가 없나 찾아보다가 발견한 섬이 ‘무로도(無路島)’이다. 섬에 들어갈 길이 없어 ‘무로도’라고 이름이 붙여졌다는 섬인데, 처음 들어보는 섬 이름이었다. 지금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섬인데 1백년 전 이 섬이 우리 설악을 대표하는 명승고적으로 소개되었다.
대한매일신보 1908년 6월 17일자 1면 <대한고적>에 소개된 무로도에 대한 소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간성군 청간역 동편에 섬 하나 있으니 들어가는 길이 없는 고로 무로도라 이름하였는데, 그 섬이 주위가 십팔리요 모래밭이 흰눈과 같고 가늘기는 흰떡가루와 같아 평평히 쌓여 있어 사람과 말이 밟고 다니면 모래 속에서 쟁쟁하는 소리가 쇳조각을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경쇠를 치는 듯 귀에 짱짱하여 마음에 애석하여 차마 밟을 붙일 수가 없으며, 그 모래 이름을 자명사라 하는데 영동 고을에 이같은 모래가 혹시 있다하나 이고을 이모래의 우는 소리가 제일 유명하니.
조선시대 청간정 근처에는 청간역(淸澗驛)이 있어 관리들의 숙소와 교통편의로 말을 제공하던 곳이 있었다. 그러나 청간역 바로 앞에는 섬이 없다. 무로도는 어디일까?
무로도에 대한 기록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27년 다시 신문 지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동아일보 1927년 9월 7일자 4면에 실린 명승고적 순례탐방 양양(襄陽)편에서는 설악산과 토왕성폭포, 신흥사, 오색리약수에 이어 양양군 토성면에 있는 청간정과 무로도를 소개하였다. 무로도(無路島) 소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面 未草里(미초리) 東에 잇는 海上孤島로서 各種鳥類가 棲息하는 故로 至今은 一般이 鳥島라 總稱(총칭)케 되엿다 春夏秋(춘하추)天朗氣淸(천랑기청)한 날에 蜃氣樓(신기루)의 보임으로 著名하다
청간정과 같은 토성면(面)에 있는 무로도는 미초리 동쪽에 있는 바다 위 고도(孤島)로 각종 조류가 서식하는 까닭에 지금은 일반이 조도(鳥島)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늘이 구름없이 화창하고 공기가 맑은 봄이나 여름, 가을날에는 신기루가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조도라고 불린다고 하기에 이 섬이 속초 앞바다 조도는 아닐까 했는데, 청간정과 같은 토성면에 있다고 하니 분명 다른 섬이다.
이리저리 찾다 결국 그 섬이 지금의 고성군 토성면 봉포항에 있는 봉포대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행정안전부 향토자원 조사 프로젝트로 만든 지역정보포탈에는 봉포대섬이 과거 무로도라는 이름의 섬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봉포대섬보다는 다들 죽도라고 부르는 섬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지도에도 모두 ‘죽도’로 표시되어 있다. 관련자료를 재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봉포대섬은 봉포리 마을 동쪽에 있는 섬으로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만 웅장한 자태를 보이고 있다. 섬 넓이는 10,850㎡로 아주 작은 섬이다. 섬의 중턱에는 아주 작은 샘물이 솟았는데 그 물로 피부병이 있는 사람이 씻으면 말끔히 나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봉포대섬은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어 거북섬이라 불리우는데 용궁의 거북장군 부인이 자식을 거느리고 몰래 설악산을 구경가다 용왕의 노여움으로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봉포대섬은 1919년 죽도와 초도와 함께 간성군의 중요 3개의 섬의 하나로 관리했다. 1750년 영동지방의 지도에도 무로도(茂鷺島)로 되어 있고 1750년 비변사 보관 조선지도에는 노도(路島)라고 기록되었고, 1812년 간성지도에는 무로도, 1930년경 관동지도에도 무로도로 기록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부터 죽도 혹은 봉포섬으로 불렸으며, 봉포리 토박이 분들 말로는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무인도라고 해서 죽도(竹島)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대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무로도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1903년부터 1908년 사이에 간행된 증보문헌비고에는 ‘1581년(선조14년) 7월 간성군 무로도에 벼락이 쳤는데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였으며, 섬의 꼭대기가 벼락에 맞아 꺾어졌는데, 그 넓이가 1장(丈,3.3미터)이 넘고 깊이는 측량할 수가 없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1623년에 발간된 지나조선고지도에도 간성 동편 바다에 松島(송도), 猪島(저도), 草島(초도)와 함께 無路島가 표기되어 있다. 1757년부터 10년간 전국읍지를 모아 편집한 여지도서에는 ‘무로도(無路島)는 간성군 남쪽 40리 바다에 있는 섬’이라고 소개했고, 19세기 김정호가 발간한 대동여지도에도 섬 그림과 함께 ‘無路’라는 이름이 확인된다.
결국 무로도는 1500년대부터 기록에서 등장하는 고성군의 주요 섬인데, 일제강점기에 고유의 이름을 잃 버리고 죽도, 조도, 봉포대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 인터넷에 제공되는 지도에서는 죽도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고성군에는 죽도라는 이름의 섬은 따로 있다. 조선시대 간성군에는 죽도(竹島), 무로도(無路島), 괘도(掛島), 저도(猪島), 초도(草島) 5개의 섬이 있었다. 죽도는 지금 오호리 송지호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섬이다. 몇 백년 전부터 죽도로 불린 섬이다.
무로도가 위치한 봉포리 일대 해안가에는 방파제와 항구가 들어서고 펜션이 다수 밀집해 들어서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10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 눈같이 하얗고 떡가루처럼 부드러운 모래가 사람이나 말이 밟으면 마치 우는 듯한 소리를 낸다는 ‘자명사’나 청명한 날에는 보인다는 ‘신기루’의 신비함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400년 이상 간직했던 아름다운 섬이름 ‘무로도’만큼은 다시 찾아서 불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엄경선 / 설악닷컴 대표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봉포대섬, 죽도로 불리는 무로도.
대한매일신보 1908년 6월 17일자 1면에 실린 무로도 소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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