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우리 영토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시기를 떠올리면 남북관계에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만 하다.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거쳐 항구적인 평화체제 정착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북한이 화해와 평화로 가는 길에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한반도 분단과 전쟁으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긴 세월 혈육과 헤어져 지내야 했던 이산가족들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돼 실향민들의 가슴 속 깊이 응어리진 이산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이산가족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세상을 떠나는 실향민 1세대들이 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1531명 가운데 7만3611명(56%)이 사망했다. 생존자는 5만7920명으로 80대 이상이 전체의 64.2%이고, 70대 이상까지 하면 전체의 86.3%나 된다. 지난해에만 3,800명의 이산가족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015년 10월 북 금강산에서 제20차까지 이뤄진 뒤 2년 6개월째 중단됐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모두 2만3676명이 북쪽의 혈육을 만났다. 과거와 같은 일회성 만남은 고령화된 이산가족들을 더욱 애타게 할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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